호쾌한 타격 한화 김태완은 시원한 스윙으로 지난해 23개의 홈런을 때려 이 부문 3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더 많은 홈런을 칠 가능성이 높다.

▲ 호쾌한 타격 한화 김태완은 시원한 스윙으로 지난해 23개의 홈런을 때려 이 부문 3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더 많은 홈런을 칠 가능성이 높다. ⓒ 한화 이글스

6월 8일 현재 한화 이글스의 4번 타자는 김태완(25)이다. 김태완은 이제 프로에서 4년을 뛴 젊은 선수다. 그러나 방망이 실력만큼은 누구 못지않다. 국내 프로야구 차세대 슬러거 명단에 이름이 빠져선 안 될 선수가 김태완이다.

김태완은 지난해 처음으로 1군에서 풀타임 주전으로 뛰면서 홈런을 23개나 때려 냈다. 지난해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린 선수는 31개의 한화 김태균, 22개의 더그 클락(현 히어로즈), 30개의 카림 가르시아(롯데 자이언츠) 등 4명 뿐이었다.

지난해 팀 동료였던 클락은 스포츠 전문 주간지 <SPORTS2.0>과 한 인터뷰에서 김태완을 "메이저리그의 거포 블라디미르 게레로(LA 에인절스)를 연상케 하는 타자"라고 칭찬했다. 190cm의 거구에 팔이 길고 다양한 구종을 잘 공략하는 게 비슷해서다.

올 시즌 김태완의 장타력은 더욱 빛이 난다. 벌써 지난해의 절반이 넘는 14개의 홈런을 때려 내 최희섭(KIA 타이거즈)와 함께 이 부문 공동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즌이 끝나면 36개의 홈런을 기록할 빠른 페이스다. 장타율도 거포의 상징인 6할대를 넘어 6할3리로 5위에 올라 있다. 여러 면에서 성장이 두드러지는 김태완을 대전구장에서 만났다.

- 지난해 처음으로 1군에서 주전으로 뛰었다. 124경기에 나와 2할6푼6리의 타율에 23홈런 7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50으로 수준급 성적을 냈다. 한 해를 돌아본다면.
"지난해에는 스프링캠프부터 시즌 내내 왼쪽 허벅지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생했다. 허벅지 통증이 재발하지는 않을까 항상 걱정했다. 그런 가운데 1군에서 꾸준히 뛴 것만으로도 의미를 둘 수 있을 것 같다. 성적도 그럭저럭 만족스럽다. 1년 동안 많은 걸 배웠다."

- 마음대로 안 된 일도 있었을 것 같다. 한 가지만 꼽는다면.
"한동안 몸쪽 공을 때려 내지 못해 고생했다. 투수들이 몸쪽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그래서 잠시 슬럼프에 빠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윙을 보다 간결하게 바꿨다. 전과 비교해 배트가 임팩트 순간까지 더 빠르게 나온다. 지난해 이 스윙에 60%쯤 적응했다면 올해는 80% 이상 적응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몸쪽 공이와도 잘 때려 낼 자신이 있다."

- 프로 1군에서 처음으로 풀타임을 뛰어 봤다. 말로만 듣다가 직접 겪어 보니 어땠나.
"다른 사람에게 말은 안 했지만 부상 없이 전 경기에 뛰고 싶었다. 그런데 의욕이 앞섰는지 허벅지 부상이 생각보다 오래갔다. 정상적인 훈련을 할 수 없어서 점점 체력이 떨어졌다. 부상과 함께 보낸 힘든 시즌이었다. 그래서 올 시즌은 부상 방지를 위해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다."

힘들었던 지난해 한화 김태완은 지난해 왼쪽 허벅지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 내내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다. 김태완은 지난 겨울 재활 훈련에 공을 들였다.

▲ 힘들었던 지난해 한화 김태완은 지난해 왼쪽 허벅지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 내내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다. 김태완은 지난 겨울 재활 훈련에 공을 들였다. ⓒ 이호영


-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했는지 궁금하다.
"시즌이 끝나고 조대현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왼쪽 허벅지 재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0월 마무리 훈련 때부터 재활에 들어갔다. 12월 비활동 기간에도 놀지 않고 계속 훈련했다. 그러자 허벅지 통증이 점점 줄어들더니 어느 날 말끔히 사라졌다. 이후엔 상, 하체 고르게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 지난해에는 주로 지명타자로 뛰었다. 87경기를 지명타자로 출전했고 16경기를 1루수로, 3경기를 우익수로 나왔다. 허벅지 부상이 수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나.
"그렇지는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매 경기 수비를 하러 나가고 싶었고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팀 사정이 여의치 않아 지명타자로 많이 나섰다. 사실 평소에 이 문제로 고민이 많다. 아직 젊은데 수비 위치가 없는 선수로 비춰질까 걱정이다. 그래도 올해는 꾸준히 수비를 하고 있어 다행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수비 위치에 관계없이 꾸준히 수비에 나서고 싶다."

- 올 시즌은 외야수로 출전하는 경우가 부쩍 잦아졌다. 6월 8일 현재 우익수로 24경기, 1루수로 7경기, 지명타자로 17경기 출전하고 있다. 전부터 외야 수비를 했었나.
"성균관대 시절까지도 외야수로 뛴 적이 없었다. 1,3루수로 출전했다. 프로에 와서 외야 수비를 하기 시작했다. 1루수는 워낙 강한 선수들이 많아 경쟁을 뚫기가 쉽지 않다. 외야 수비 훈련은 꾸준히 했는데 2007년부터 1,2군에서 외야수로 가끔 나갔다."

- 내야수로만 뛰다 외야수로 뛰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외야에 나가면 어떤 생각이 드나.
"전엔 어색했지만 지금은 익숙하다. 꾸준히 외야 수비 훈련을 해 적응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수비력은 스스로 평가하기에도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경험이 아직 부족하다. 많은 경기를 뛰다 보면 나아질 것이다. 수비는 훈련으로 실력이 늘지 않나. 주전 외야수로 한 시즌을 뛴다면 수비를 잘할 자신이 있다."

- 올 시즌 출발이 좋다. 3할1푼8리의 타율에 14홈런 36타점 OPS 1.039의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팀의 중심 타자로 손색이 없는데.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게 내 임무다. 찬스가 오면 '내가 해결하겠다'는 각오로 집중한다. 그러면 공이 배트 중심에 맞고 더 강한 타구가 나오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 지난해와 비교해 좀 더 나아진 점이라면.
"타석에서 여유가 생겼다. 전과 달리 당황하지 않는다. 의식적으로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려고 하는 것도 차이점이다. 지난해에는 무조건 크게 치려고 했지만 올해는 다르다. 전부터 정확성을 높이고 싶었는데 스윙 폭을 줄이면서 타율이 2할대에서 3할대로 올랐다. 홈런과 타점 모두 욕심이 나지만 올 시즌을 3할 타율로 마치고 싶다."

- 올 시즌 1군 타격 코치가 강석천 코치로 바뀌었다. 장종훈 전 타격 코치와 2군 시절을 같이 보내 상당한 신뢰가 있었던 걸로 아는데 두 코치의 차이점이라면.
"(한참 생각하더니)서로 특징이 있다. 장 코치가 타자를 믿고 놔 둔다면 강 코치는 안 좋은 점을 꾸준히 지적하는 편이다. 두 코치 모두 팀 선배이고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조언을 더욱 잘 받아들이게 된다."

- 4번 타자 김태균이 뇌진탕 후유증으로 5월 29일 1군 명단에서 제외됐다. 5월 30일 대전 두산 베어스전부터 김태균 대신 4번으로 나서고 있는데 부담감은 없나.
(김태균은 4월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포수 최승환과 충돌한 뒤 그라운드에 머리를 부딪쳐 들것에 실려 나갔다. 이후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김태균은 미세 뇌출혈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다.)
"아무래도 (김)태균이 형이 빠지니까 (이)범호 형과 둘이서 찬스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4번을 친다고 해서 특별히 부담을 느끼지는 않는다. 지난해는 주로 6번을 쳤는데 중심타자는 주자를 불러들여야 하는 측면에서 비슷한 구실을 한다. 솔직히 4번이라는 타순을 의식하지 않고 큰 욕심도 없다."

김태완의 미래 한화 김태완은 지난해부터 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강타자가 될지도 모른다.

▲ 김태완의 미래 한화 김태완은 지난해부터 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강타자가 될지도 모른다. ⓒ 이호영


- 그렇다면 어디에 욕심이 있나.
"어느 타순이건 팀에 필요한 타자가 되고 싶다. '저 선수는 찬스가 오면 반드시 해결한다'는 해결사 능력을 가진 타자 말이다. 나아가 외야수로서 태극 마크를 달고 싶은 욕심이 있다. 아직 수비 실력이 모자라지만 노력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적이 좋다. 이제는 김태균과 같이 누구나 인정하는 정상급 타자가 되고 싶은 맘도 있을 것 같은데.
"왜 없겠나.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최고가 되고 싶어 할 것이다. 나도 태균이 형처럼 최고의 타자가 되는 게 최종 목표다. 그러기 위해 지금도 배트를 휘두르고 있는 거다. 태균이 형은 국가대표 4번을 칠 정도로 한국에서 손꼽히는 강타자다. 선구안, 힘과 정교한 타격을 고루 갖춘 타자다. 훌륭한 타자의 본보기다. 실력도 있지만 인간적이기도 하다. 첫 만남에서 보기와는 달리 장난도 잘 치고 재치가 있어서 놀랐다. 여러모로 배워야 할 점이 많다."

- 남은 시즌을 어떻게 마무리할 생각인가.
"형식적인 답변 같지만 경기에 빠지지 않고 나서고 싶다. 지난해 한 시즌을 뛰어 보니 프로야구 1군 풀타임 주전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올 시즌은 중반에 체력이 떨어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지난 겨울부터 틈틈이 러닝을 열심히 하면서 체력을 비축했다. 앞으로 3~4년 꾸준한 활약을 하면 그때 가서 홈런과 타점의 구체적인 목표치를 정하겠다. 지금은 아직 그럴 때가 아니다."

덧붙이는 글 기록 제공=스탯티즈(www.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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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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