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유형 중에서 가장 많은 차별과 오해를 많이 받고 있는 유형을 꼽으라고 한다면 필자는 정신장애라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장애유형도 차별과 오해를 가지고 있지만 정신장애만큼 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언론이나 방송에 등장하는 연쇄살인범이나 방화범 같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을 대부분 정신장애인으로 오인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이것은 분명히 정신장애인에 대한 무지의 결과라고 본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이다 보니 정신병원에 출입을 한 경력이 한번이라도 있는 사람에게 접근하기가 매우 껄끄럽고 경계대상 1호로 찍히게 되는 것이다.

 

킹 오브 캘리포니아  포스터

▲ 킹 오브 캘리포니아 포스터 ⓒ millennium films

정말 정신장애인에게는 접근해서도 안 되고,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인가? 이번에 소개할 영화 <킹 오브 캘리포니아 King Of California> (마이크 카힐 감독, 드라마, 미국, 2007, 93분)를 보면 정신장애인에 대한 오해가 조금이라도 벗어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수 년 동안 정신병원 신세를 지고 있던 아버지 찰리(마이클 더글라스 분) 때문에 어린 딸 미란다(에반 레이첼 우드 분)는 학교도 그만두고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로 힘들게 살아간다. 당연히 어머니도 떠나버려 소녀가장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가 퇴원을 하게 되고 부녀는 어쩔 수 없이 상봉을 하게 된다.

 

미란다는 아버지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말 그대로 기대일 뿐이었다. 찰리는 퇴원하자마자 한손에는 병원에서 우연히 본 책을 손에 들고 미란다를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면서 스페인 금화를 찾아 나선다. 거리를 재고, 땅을 파고, 별을 관찰하는 등 이상행동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만 있던 미란다는 어느 순간 아버지와 뜻을 같이 하고 보물을 찾아 나선다.

 

킹 오브 캘리포니아 아버지를 따라 스페인 금화를 찾아 나선 딸 미란다는 아버지를 도와 거리측정하는데 도와주고 있다.

▲ 킹 오브 캘리포니아 아버지를 따라 스페인 금화를 찾아 나선 딸 미란다는 아버지를 도와 거리측정하는데 도와주고 있다. ⓒ millennium films

미란다가 과연 정신장애를 가진 아버지의 행동을 이해했기 때문에 뜻을 같이 했을까? 필자는 절대 그렇지 않았으리라 본다. 16세기에 적힌 책을 지금 들고 나와서 금화를 찾겠다는데 그걸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미란다가 아버지와 뜻을 같이 한 가장 큰 이유는 비록 아버지가 정신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의견을 존중해주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아버지의 일관된 행동으로부터 희망과 행복을 엿봤기 때문이라고 본다. 자신이 세운 목표를 위해 항구하게 나아가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이고, 정말로 그 길을 가면 희망이 보일 것 같았기 때문에 기꺼이 아버지와 함께 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정신장애인을 통해 삭막한 세상에서 삶의 방향을 잃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삶의 의미를 찾고 희망과 행복을 심어주기 위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정신장애인은 더 이상 사회의 불필요한 존재로, 경계대상의 1호로 취급받지 않고, 희망전도사 혹은 행복전도사로 탈바꿈되어 영화 전체를 주도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신장애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억지로 이해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미란다처럼 정신장애인을 존중하고, 관심을 가진다면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정신장애인을 볼 수 있고 아울러 나 자신도 되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킹 오브 캘리포니아 찰리는 스페인 금화를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이해못할 행동을 한다.

▲ 킹 오브 캘리포니아 찰리는 스페인 금화를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이해못할 행동을 한다. ⓒ millennium films

'당신은 행복합십니까?' 이 말은 스페인 금화를 찾는 과정에서 여자경찰관을 만나서 찰리가 그녀에게 던진 말이다. 정말 뜬금없이 던진 이 한 마디가 여자경찰관은 물론 필자에게도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행복한 일인지를 순간적으로 되돌아 보게 만든다. 찰리의 그 말이 있은 다음부터 영화를 보는 내내 찰리는 정말 삶이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만약 우리나라에서 찰리같은 정신장애인이 이런 말을 했다면 필자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아마도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 어디 나뿐이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중매체에서 정신장애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긍정적인 면을 보여준다면 분명히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이해를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계에서도 정신장애와 관련해서 연쇄살인범이나 방화범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친근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분명 정신장애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하루 빨리 그런 작품을 접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2009.06.08 13:51 ⓒ 2009 OhmyNews
영화 장애영화 정신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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