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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U대회 생산유발효과 9500억, 고용유발효과 1만2천?!

광주가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U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광주는 24일 새벽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집행위원회 총회에서 2015년 경쟁 도시인 대만 타이페이, 캐나다 에드먼튼을 제치고 2015년 하계 U대회 개최지로 선정됐다. 비록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광주시는 U대회 유치 축하행사를 취소했지만 유치단은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귀국했고, 많은 언론 기사에서도 U대회 유치에 긍정과 환희의 뜻을 표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지난해 2015년 U대회를 유치함으로써 기대되는 생산유발효과는 무려 전국적으로 9500억 원(광주 8157억 원), 고용유발효과는 1만2000여 명(광주 1만5826명)에 달한다고 한다. 여기에다 국가 브랜드 상승과 이미지 제고 등 경제적으로 환산되지 않는 부가가치까지 예상된다고 한다. 유치위 사무국 김준영 기획총괄팀장은 "U대회가 개최되면 체육뿐 아니라 광주의 전 분야가 한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 "향후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24일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긴급 최고위원회에서는 최고위원들이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전 세계에서 빛나는 국제 스포츠 문화 축제인 만큼 '특별지원법 제정' 등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 한나라당이 최선을 다해서 적극 지원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조윤선 대변인이 전했다.

이렇듯 U대회 개최에 대한 긍정적 기대의 시선이 우리 사회를 가득 채우고 있는 듯하다.

스포츠이벤트에 대한 긍정만이 가득하다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과 같은 스포츠이벤트는 최고의 규모와 흥행성을 보장한다. 스포츠이벤트 기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밤잠까지 설쳐가며 극한 열광과 감동을 경험한다. 그 열광과 감동은 대회가 끝난 후에라도 달콤한 추억이 되어 이어진다. 아니면 굳이 추억에 잠기지 않아도 될 정도다. 왜냐하면 수시로 열리는 수많은 스포츠이벤트가 사람들을 끊임없이 감동의 도가니로 초청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군다나 이런 스포츠이벤트가 국내에서 개최된다면?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떠올려보면 알 수 있듯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그 기억은 굉장히 긍정적으로 남아있다. 올림픽과 월드컵이 국가와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가와 도시 이미지를 제고시킨 '고마운 효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기억된다.

그래서일까, 스포츠이벤트의 국내 유치에 관련해서는 늘 긍정적 의미만이 부각되는 듯하다. 스포츠이벤트가 '효자'로만 인식되다보니, 국내의 국제대회 유치 노력은 '국제대회 유치 열풍'이라 불릴 정도로 뜨거워졌다. 현재 대구시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인천시는 2014년 하계아시안게임을, 광주시는 2015년 하계 U대회를 유치한 상태이다. 그리고 전라북도는 세계사격선수권, 동계아시안게임, 세계레슬링선수권을, 전라남도는 포뮬라1과 하계유니버시아드를, 제주는 동아시아대회를, 부산은 2020하계올림픽을, 전국적으로는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등 한국은 스포츠이벤트 유치 열기로 들끓는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들을 그저 무비판적으로 긍정하고 있는 지금의 세태는 과연 옳은 것일까. 스포츠이벤트 유치 노력을 언제나 지원하고, 응원하고, 칭송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스포츠이벤트를 바라보는 긍정적 시선들이 병적으로 넘쳐나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 무언가 불편함을 느끼던 때에, 가슴을 탁 치는 글 하나를 만났다!

'어퍼컷' 필자 정희준, 스포츠이벤트에도 어퍼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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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의 '어퍼컷' 필자로도 활약 중인 동아대학교 정희준 교수. 그가 2008년에 발표한 논문 '스포츠메가이벤트와 경제효과: 그 진실과 허구의 재구성'은 우리 사회를 가득 메우고 있는 스포츠이벤트에 대한 긍정적 믿음들은 일종의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문에 의하면 지자체들은 지역 개발을 위한 재원의 마련을 위해 스포츠이벤트 전략을 채택하는데 사실 이 전략은 지역개발 방식으로는 가장 위험부담이 큰 정책이며 종종 기만에 닿는다.

물론 정 교수의 주장이 무조건 다 옳을 수도 없을 테고, 긍정의 목소리만 들어오던 우리의 귀엔 그의 목소리가 껄끄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거대한 경제효과를 내세우며 특별법제정까지 거론되고 있는 광주 U대회의 실상을 알게 된다면, 그의 주장을 결코 가볍게 지나쳐갈 수 없게 된다.

"경제적 효과는 이미 부풀려진 채 공개되며 시민들을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시에서 제공한 자료는 U대회 개최에 따라 전국적 생산유발효과는 9500억 원, 광주시 생산유발 효과 8157억 원, 고용창출은 1만2000여 명에 달한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시에선 2015년 하계 U대회 개최에 따른 타당성 조사를 의뢰한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2013년 하계 U대회 타당성 조사 내용이 2015년 하계U대회 효과로 '둔갑'한 것이다.

KIEP는 2013년 U대회의 경우 7개 경기장을 신설하고 53개 경기장 개보수 및 환경정비로 인한 건설업 생산유발액이 2300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고 부가가치 유발효과도 1500억 원대로 예측했다. 하지만 2015년 U대회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의 기존 경기장 이용권고에 따라 수영장 1곳만 신설하고 전남지역 경기장을 대부분 이용키로 했다. 전남지역에서 일부 경기가 열리면서 국제행사 관련사업도 2013년 예상치를 크게 밑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U대회 경제적 파급효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설업과 국제행사 관련 사업에 대한 기대효과가 줄어들었는데도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시 관계자는 "2015년 대회는 예산과 시간적 이유 때문에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지 않아 대회의 효과분석에 대한 자료는 없고 조직위가 꾸려지면 분석이 이뤄질 예정이다"고 말했다."

- 2009년 5월 6일 <광주드림>의 기사 'U대회 장밋빛 전망보다 내실있는 로드맵 제시해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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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U대회의 기만. 하지만 이를 지적한 언론은 지역신문 하나였을 뿐, 절대다수의 언론은 기만적인 경제효과와 긍정적 기대를 그대로 보도했다. 스포츠이벤트에 대한 긍정의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우리 사회. 그러하기에 정희준 교수가 내뱉는 비판적 목소리는 귀하고, 시원하다.

그의 논문에 담긴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부풀려진 경제효과의 실상

스포츠이벤트 유치에 나설 때 지자체는 스포츠 발전, 경제효과, 해외투자 유치, 관광객 유치, 도시랜드 이미지 제고 등 매우 다양한 파급효과들을 내세운다. 시의 관료, 개발업자, 경제성장주의자들은 효과를 과장하는 방식으로 스포츠이벤트 개최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대회개최를 위한 공적 재원, 즉 세금의 사용을 합리화 시키려 한다.

하지만 스포츠이벤트 개최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 가장 효과적 선전도구인 이른바 '경제 효과'는 그 산출방식과 특히 그 해석에서 상당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산하 연구원이나 각 지역자치단체의 부설 연구원의 용역 연구 결과는 현실성 및 적정 수준을 넘어선 수치의 극대화 및 해석의 오남용 등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언론은 이를 그대로 전하고 사람들은 이를 믿게 된다. 이제까지 수행된 스포츠이벤트의 경제효과 연구의 절대 다수는 손익도, 수입과 지출도 따지지 않은 채 지출해야 할 비용까지도 '경제효과'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경제효과의 수치를 조작하고 이를 순이익인 것처럼 포장해온 것이다.

외국에서 수행된 스포츠이벤트 경제효과 연구는 보통 긍정적 결과와 부정적 결과라는 두 개의 상반된 주장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Szymanski는 스포츠이벤트에 집착하고 과장된 경제효과를 앞세우는 관료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대표적 학자인데, 그는 스포츠이벤트의 거시경제적 효과는 없다고 결론 내리면서 국가는 스포츠이벤트 유치에 나서면서 갖은 경제적 효과를 창조하는 나쁜 버릇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포츠이벤트 경제효과의 실상을 보여주는 예는 멀게는 몬트리올 올림픽, 가깝게는 아테네 올림픽을 꼽을 수 있다. 몬트리올과 그리스는 올림픽 개최로 도시, 국가 경제의 근간이 뒤흔들 정도의 피해를 입었었다.

부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02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한 달 간격으로 치른 부산은 과연 애초에 계획했던 경제발전을 달성하고 세계적인 도시로 도약했을까. 정반대였다.

2002년 아시안게임을 치른 후 시설유지에만 매년 30~40억 원이 든다는 고민에 빠진 부산은 고민 끝에 경륜사업을 생각해냈고 결국 아시안게임을 위해 만든 사이클경기장에 194억 원을 다시 투자해 금정경륜장이 문을 열었다. 그러나 개장하자마자 적자가 발생해 이제까지 경륜장에 쏟아부은 돈만 경기장 전환공사비까지 포함해 600억 원에 가깝다. 이는 '아시안게임 흑자'를 초과하는 액수다.

2002년 이후 실업률은 계속 올라 전국 7대 도시 중 최고 수준이고 인구비중은 전국대비 7%로 3위에 올라있으면서도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는 전국 16개 시도 중 14위로 내려가 있다. 10년 전에 비해 40만이나 줄어든 인구도 반등의 기미가 없고 제조업 공장도 계속 시외로 유출될 뿐 들어오는 공장은 찾기 힘든 실정이다. 한마디로 국제행사 효과는 전무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고용 효과와 관광객 유치 효과도 과장됐을 뿐 이다. 스포츠로 인한 고용은 대부분 계절 직장이거나 저임금의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며, 부산의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98만(2000년), 93만(2001년) 수준이던 관광객이 2002년 130만 명으로 뛰었지만 이듬해 91만, 2006년 102만, 2007년 109만 명에 그쳐 스포츠이벤트 관광객 유치효과가 미미함을 증명하고 있다.

② 토건자본과 투기자본의 이익 위해 팽개쳐지는 주민들

스포츠이벤트 중 특히 올림픽의 경우 서민, 빈곤층에게 가장 적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우연이든 의도적이든 올림픽은 빈곤과 대량 주민퇴거의 매개가 되어왔다. 1988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한 서울에서는 도심정비사업으로 인해 무려 72만 명의 시민이 무자비한 강제철거를 당했다. 당시 평당 2000원 하는 땅에 고층아파트를 지어 200만 원에 팔았으니 1000배가 넘는 장사였다. 사실상의 '계급청소'였고 철거깡패를 앞세운 건설사들은 막강한 부를 축적하게 되었다. 결국 올림픽은 개최 지역의 주민보다는 토건자본과 투기자본이 부를 재생산할 텃밭이 되고 있다.

2008 하계올림픽을 개최한 베이징의 경우도 15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추방당했다. 이러한 '올림픽 박해'는 서구의 이른바 선진국이라 해서 예외가 아니다. 바르셀로나, 아틀란타, 시드니, 아테네 모두 수천에서 수만명을 강제 퇴거시켰고 노점상, 노숙인 등을 재판도 없이 폐막 때까지 구금했다. 

또 중요한 것은 이른바 올림픽 효과는 개최 도시 내 지역에 골고루 전달되는 게 아니라 불평등하게 작용하게 된다는 점이다. 개최 시설이 들어서는 특정 지역에 개발이 집중되고 타 지역의 환경개선사업이 지연되거나 축소 또는 취소되면서 불균형 발전 뿐 아니라 소외 지역 주문의 반발을 가져온다. 올림픽의 혜택은 철저하게 계급 차별적일 뿐이다.

③ 무시되는 민주적 절차

지자체장과 공직자를 포함한 관료들이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이러한 업적을 통해 그들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려는 것과 올림픽이 아니었으면 도저히 승인받을 수 없었을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는 무시되기 일쑤이다.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를, 인천이 아시안게임 유치를, 대구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를, 그리고 부산이 하계올림픽 유치를 공식화하기까지 각 지자체는 주민의 의견을 묻는 공청회나 토론회를 단 한 차례도 갖지 않았다는 것은 국내 스포츠이벤트 유치가 얼마나 비민주적으로 추진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관료들의 밀어붙이기 행정으로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전제인 절차적 민주주의가 무시당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스포츠이벤트가 궁극적으로 과연 누구를 위해 열리는지, 또한 경제효과를 포함한 각종 효과들과 이른바 세계적 도시가 된다는 것이 실제적으로 지역 거주민들의 일상생활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냐는 것이다. 누가 희생을 하는 가운데 누구의 이해가 충족되는가, 사람들이 먹을 것을 원할 때 공적 재원을 활용해 국제적 축제를 하는 것이 적절한가, 사실상의 빚과 다름없고 결국 주민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 명백한 공채 발행을 통해 공공재원을 조달하는 것이 과연 도시 발전을 위한 것인가 등 우리가 제대로 생각해봐야 할 질문은 수없이 많다.

지역정부와 엘리트 관료들, 개발업자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스포츠이벤트 유치에 열을 올린다. 스포츠이벤트가 갖는 몇몇 장점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이벤트 유치를 위해 지자체가 그리고 지역 주민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은 너무 과중하다.

획일적, 집단주의적인 개발주의 시각을 넘어서

정희준 교수에 의하면 외국의 경우에는 스포츠이벤트 유치에 대한 보다 객관적이고 다양한 연구결과가 소개되고, 지역사회 맥락에서의 실질적 영향을 고민하는 다양한 경로가 존재한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국가주의적 분위기에 매몰된 채 개발주의적 시각에서만 조망하는 분위기가 팽배한데, 이는 문제 제기를 용납하지 않는 획일적, 집단주의적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한다.

스포츠이벤트를 바라보는 긍정적 시선들이 병적으로 넘쳐나는 우리 사회. 누군가의 부당한 축재, 누군가의 억울한 고통, 복잡한 권력 다툼 없이 스포츠가 뿜어낼 수 있는 신명과 흥으로 가득 찬 스포츠이벤트의 모색은 과연 가능한 것일까.

무작정 전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특별법을 제정하기에 앞서, 스포츠이벤트를 마냥 아끼고 즐기기에 앞서 우리 사회와 우리 자신의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정희준 광주 U대회 광주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이벤트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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