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미네이터 : 미래 전쟁의 시작> 포스터

영화 <터미네이터 : 미래 전쟁의 시작> 포스터 ⓒ The Halcyon Company

하늘이 어두워지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번개가 치던 어느 날, 갑자기 어디선가 나체의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원하는 목표를 제거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기계, 터미네이터.

 

터미네이터가 미래에서부터 온 이유는 단 하나. '심판의 날'을 기준으로 인류의 구원자로 나설 '존 코너'를 제거하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처음 <터미네이터>에서 제거 목표는 '사라 코너'. '존 코너'의 어머니인 그녀를 죽임으로써 그의 탄생 자체를 부정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보다 강인한 그녀의 저항으로 터미네이터 계획은 실패한다.

 

이어 <터미네이터 2>에서는 훨씬 더 진화한 터미네이터가 등장하고, 이미 태어난 '존 코너'와 '사라 코너'를 모두 없애기 위해 그들을 뒤쫓는다. 하지만 미래의 '존 코너'가 보낸 아군 터미네이터의 등장으로 그들의 계획은 다시 실패한다.

 

이어 <터미네이터 3>에서는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여성 터미네이터가 등장하고 '그것'은 더욱 더 강해지고 세련된 기술로 진화했다. 더 강해진 만큼이나 더 잔인해진 터미네이터는 다시금 '존 코너'를 없애기 위해 시간의 터널을 지난다. 하지만 예정되어 있던 '심판의 날'은 눈 앞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심판의 날'이 지난 후, 본격적인 기계와 인간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제부터 영화는 현재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는 '미래'의 이야기지만 <터미네이터> 시리즈 안에서는 보다 '현재'에 가까워진 이야기로 다가선다. 바로 인류의 구원자가 된 '존 코너'가 본격적인 기계와의 전쟁을 선포한, 크리스찬 베일 주연의 <터미네이터 : 미래 전쟁의 시작>이다.

 

'심판의 날' 이후, 기계와 인간의 전쟁

 

'심판의 날'이 지난 2018년, 저항군으로서 '존 코너(크리스찬 베일)'은 '스카이넷'의 실험실에 침투했다가 함정에 빠져 대원들을 모두 잃게 된다. '스카이넷'은 보다 강력한 터미네이터를 만들기 위해 인간들을 잡아 생체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이 틈에 섞여 있던 '마커스'가 탈출을 하게 된다.

 

'마커스'는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고 방황하던 중에, '카일 리스'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그러나 바로 '카일 리스'는 터미네이터 군단에 의해 '스카이넷' 본부로 잡혀가게 되고 '마커스'는 그를 구하기 위해 저항군의 리더인 '존 코너'를 찾는다.

 

'존 코너' 또한 '카일 리스'를 급하게 찾고 있었는데, 그는 바로 '존 코너'의 아버지였던 것. '스카이넷'에 잡혀간 '카일 리스'가 죽는다면, 자신의 탄생 자체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에 '존 코너'는 인류의 구원을 위해 '스카이넷' 본부에 침투하기로 결심한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화려한 볼거리로 무장한 신형 터미네이터 영화

 

영화 <터미네이터 : 미래 전쟁의 시작>은 흥미로운 이야기와 화려한 볼거리로 무장한 강력한 신형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다. 우선 그동안의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사라 코너'와 '존 코너'를 제거 목표로 삼고 그들의 탈출을 그리던 영화였다면, 이번 <터미네이터 : 미래 전쟁의 시작>은 '존 코너'의 아버지인 '카일 리스'를 제거 목표로 삼고 그를 구하기 위한 과정을 그리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카일 리스'가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이 아니라,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에서 등장했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카일 리스'는 '사라 코너'를 터미네이터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미래에서 파견된 인간이었는데, 그들의 만남 자체가 '존 코너'의 탄생을 가져온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화려한 볼거리는 스케일 만큼이나 대단하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다양한 기계 군단의 등장이다. 비행기형 로봇인 '헌터 킬러'와 물뱀형 로봇인 '하이드 로봇' 그리고 오토바이 형태의 로봇인 '모터 터미네이터'까지. 그동안의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로봇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스케일 또한, 그동안의 시리즈가 미래에서 온 기계가 특정 목표를 제거하기 위해 벌였던 추격전이었다면, <터미네이터 : 미래 전쟁의 시작>은 '심판의 날' 이후의 미래를 그린 재난 영화이니만큼 매우 거대하다. 본격적인 기계와 인간의 전쟁 장면은 스펙터클함을 뛰어넘어 경악스러울 만큼 긴장감을 부여한다.

 

새로운 제거 목표, '존 코너'의 아버지인 '카일 리스'

 

<터미네이터 : 미래 전쟁의 시작>이 가지는 강점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의 구조 또한 놀라울 만큼 신선하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시간적 공간은 '심판의 날' 이후이지만 '존 코너'가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처럼 터미네이터를 과거로 파견하기 전의 시기다. '존 코너'의 아버지인 '카일 리스'가 어린 소년으로 등장하는 점만 봐도 그것에 대한 것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시간적인 공간만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마커스'라는 인물이 가지는 독창성이다. 영화가 가지는 대부분의 설정이 시리즈에서 그대로 차용해 온 것이라면 '마커스'라는 인물은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이고 <터미네이터 : 미래 전쟁의 시작>만을 위해 등장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신선한 시도 및 설정은 앞으로 계속될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 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아이템이다.

 

 영화 <터미네이터 : 미래 전쟁의 시작> 한 장면

영화 <터미네이터 : 미래 전쟁의 시작> 한 장면 ⓒ The Halcyon Company

 

툭툭 끊기는 이야기의 흐름과 설명의 생략

 

그러나 <터미네이터 : 미래 전쟁의 시작>은 이런 강점만을 지닌 완벽한 블록버스터라고는 하기 어렵다. 앞서 나열된 강점만큼이나 아쉬운 점들도 눈에 띄기 때문이다. 가장 크게 눈에 띄는 것은 편집으로 인한 이야기의 압축이다.

 

긴 러닝타임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었을지도 모를 편집은 오히려 <터미네이터 : 미래 전쟁의 시작>에서는 해가 된 셈이다. 너무 과감하게 장면 사이사이를 잘라버려 종종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툭툭 끊기는 느낌을 받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인상은 적어지지만 초반 계속되는 이런 잦은 툭툭 끊기는 듯한 편집은 몰입을 크게 방해한다.

 

더 깊숙히 들어가자면, 편집만이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 자체에도 틈이 많이 엿보인다. 앞서 이야기 구조의 새로움은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구조 자체만이 아닌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았을 때에는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많다. 어느 특별한 인과 관계에 의해 설명이 되는 것이 아니라, 관객으로 하여금 무조건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을 이해시킨 다음에야 이야기가 전개되는 식이다.

 

충분히 매력적인 새로운 <터미네이터>,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드는 힘

 

굳이 시리즈를 나열하여 비교를 하자면, <터미네이터 3>의 실패에 의해 돋보일 뿐이지, <터미네이터 : 미래 전쟁의 시작>은 초반 1, 2편을 능가했다고 보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은 편이다.

 

어찌 되었든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즐겨봤던 관객이라면 <터미네이터 : 미래 전쟁의 시작>은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거리가 멀었다고 하더라도 '심판의 날' 이후의 이야기 중 첫 번째 이야기에 해당되므로 새로운 시도를 해볼만한 기회이기도 하다.

 

충분히 예상 가능하겠지만서도 <터미네이터 : 미래 전쟁의 시작>은 조금 열린 결말로, 그 다음 시리즈를 예고하는 듯이 끝을 맺는다. 영화를 보고 그 다음에 나올 시리즈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라면 <터미네이터 : 미래 전쟁의 시작>은 성공한 셈이다. 비록 실물은 아니지만 <터미네이터> 시리즈하면 떠오르는 배우, 아놀드 슈와제네거가 부활한 듯한 장면은 이 영화의 놓치지 말아야할 재미이자, 팁이다.

2009.05.23 09:27 ⓒ 2009 OhmyNews
터미네이터 터미네이터 4 미래 전쟁의 시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