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영 선수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만난 김국영 선수는 10초 47의 기록을 넘어 한국신기록 달성을 목표로 몸을 만들고 있다.

▲ 김국영 선수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만난 김국영 선수는 10초 47의 기록을 넘어 한국신기록 달성을 목표로 몸을 만들고 있다. ⓒ 최육상



10초 34.

1979년 서말구 선수가 수립한 육상 100m 한국 기록이다. 100m 세계 기록은 지난 30년간 계속 갱신되며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9초 69까지 내려갔으나 한국의 기록은 여전히 케케묵은 상태 그대로다. 그러나 희망이 보인다.

10초 47.

이는 올해 100m 최고 기록으로, 김국영(18·평촌정보산업고 3학년)이 지난달 23일 중고연맹대회에서 작성한 고등부 신기록이다. 한국 육상을 대표하는 임희남(25·광주광역시청)과 여호수아(22·성결대), 전덕형(25·대전광역시 체육회) 등도 올해는 그의 기록에 못 미쳤다.

지난 7일 오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만난 그의 첫인상은 단거리 육상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평범했다. 176cm에 73kg의 그는 아직도 자라는 중이라고는 했지만 우사인 볼트(196cm), 임희남(188cm), 전덕형(185cm) 등의 선수들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솔직히 평범한 신체 조건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희남이 형이나 덕형이 형처럼 큰 체격의 선수들과 뛰어도 주눅 들거나 그런 건 없어요. 스타트 반응이 다소 느린 점이 마음에 걸리지만 20~30m부터 치고 나가는 힘이 좋고 50m 이후부터는 더욱 강점이 있어요."

4년 만에 1초 41을 단축한 육상 신동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육상을 시작했다. 당시 기록이 11초 88이었으니 4년 만에 1초 41을 단축한 것이다. 그는 육상을 시작한 계기를 묻자 "그저 뛰는 게 좋았다"고 다소 허탈한 답변을 했다.

"부모님을 설득해서 육상부가 있는 중학교로 전학했어요.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었는데 이종기 선생님을 만나면서 지금까지 계속 달려올 수 있었어요. 지금 저와 함께 하시는 신광근 코치님은 물론이고, 강태석 선생님은 항상 마음가짐을 강조하세요. 그 정신을 잃지 않고 달리다 보니 고등부 신기록도 세우게 되었어요."

165-168-172-175-176.

김국영 선수 꿈을 키우며 미래를 향해 달리고 있다.

▲ 김국영 선수 꿈을 키우며 미래를 향해 달리고 있다. ⓒ 최육상

지난 5년간 자라온 키에 비례해서 그는 한 해 한 해 기록을 단축하고 있다. 육상의 꽃이라 불리는 100m 경기에서 그가 꿈꾸고 있는 기록은 얼마나 될까. 그는 사뭇 진지해진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얼마를 뛰겠다고 하는 건 섣부른 것 같아요. 다만, 코치님과 올해 목표 3가지를 정했는데 하나는 중고선수권에서 고등부기록을 세우며 이뤘고, 10초 3대 후반에 진입하는 것과 그 다음 한국 신기록을 세우는 목표가 남아 있어요. 평소대로 하다 보면 좋은 결실을 맺지 않을까 해요."

그는 인터뷰 내내 뚜렷한 기록에 대해서 극도로 말을 아꼈다. 그와 함께 한 세 분의 선생님이 늘 운동선수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됨됨이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기 때문이다. 그는 이 말조차도 상당히 에둘러 이야기했다. 정말 기록에 대한 욕심은 없는 걸까. 다시 한 번 물었더니 한참을 망설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선수마다 다르겠지만 23살에서 26살 정도가 전성기라고 생각해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게 목표예요. 그에 앞서 2011년 대구에서 개최되는 세계육상선수권에 출전하는 것이 1차 목표이고, 그 목표가 이뤄지면 준결승까지는 진출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러려면 최소 10초 0대는 뛰어야 하는데, 목표한 것이 있으니까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평소 하던대로 하면, 좋은 기록이 나오겠죠"

그의 하루 일과는 단순하다. 새벽 운동, 오전 수업, 급식을 마친 뒤 오후 2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3시간 가량 운동하는 것이 전부다. 학교에서 합숙생활을 하기에 안양이 집임에도 집엔 주말에만 간다고. 감수성이 한창일 때, 외롭거나 그러지는 않을까. 여자친구가 있냐고 묻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없다"고 말했다.

"소녀시대 윤아가 좋아요. 운동 시작 전 몸을 풀 때 항상 음악을 들으며 집중력을 길러요. mp3 플레이어에 100곡 정도 저장돼 있고 그중 70곡 정도는 듣는 것 같아요. 당연히 소녀시대 노래는 필수죠."

그는 '윤아 누나'가 이상형이라며 여느 고교생과 다름없이 쑥스럽게 웃었다. 국민들에게 운동선수가 mp3 플레이어 이어폰을 귀에 꽂은 모습은 어느덧 익숙해졌다. 수영의 박태환 선수가 그랬고, 방송광고 속 피겨의 김연아 선수가 그렇다. 자연스럽게 10대 때부터 이름을 날린 두 선수의 대한 느낌을 물었다.

신광근 코치와 김국영 선수 그들은 육상 100미터 한국신기록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다. 김국영 선수는 "코치님이 다음달 6일, 현충일에 결혼하신다"고 해맑게 웃었다.

▲ 신광근 코치와 김국영 선수 그들은 육상 100미터 한국신기록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다. 김국영 선수는 "코치님이 다음달 6일, 현충일에 결혼하신다"고 해맑게 웃었다. ⓒ 최육상

"솔직히 부럽죠. TV에 나오는 모습이나 CF에 비치는 얼굴을 보면 정말 부러웠어요. 게다가 전담팀까지 꾸려서 지원하고, 인기에 비례해서 수영과 피겨의 꿈나무들도 많아지고 하는 건 부러운 일이잖아요. 하지만 제게도 목표가 있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노력을 평가해 주실 거라고 믿어요."

인터뷰를 통해 지켜 본 그는 나이답지 않게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낙천적인 성격은 그대로 표현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목표 기록에 대해 마지막으로 물어봤지만 그는 끝내 겸손한 답변을 내놨다.

"선배들도 10초 42를 뛰기도 하셨고 연습 땐 10초 3대도 뛰곤 해요. 저는 아직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수치로 기록을 말씀드리기는 어려워요. 코치님과 선생님들도 무리하게 운동을 시키지는 않아요. 계속 크고 있기 때문에 근력 운동은 못하게 해요. 근육은 대학이나 실업팀에 들어가서 해도 늦지는 않다고 하시거든요. 미래가 있다는 것이 가능성이지, 기록을 말로 하면 오히려 부담이 되거든요. 그냥 평소 하던 대로 노력하면 언젠가는 좋은 기록이 나오겠죠."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날, 100m 한국 기록은 바뀔 수도 있다. 그가 목표한 대로 아시안게임에서 금(金)메달을 따서 국가(國)의 명예를 드높이고 한국 기록을 바꾸며 영화로운 날(榮)을 만들 수 있기를 바라본다. 김국영, 이름 그대로 말이다.

김국영 100미터 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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