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천이 일본으로 떠났다. 홍성흔은 부산으로 떠났다. 맷 랜들마저 퇴출됐다. 그러나 두산 베어스에게 주요 선수들의 이탈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한 해 전에는 MVP 다니엘 리오스를 일본으로 보냈고, 게리 레스가 단 6경기만 뛰고 개인 사정으로 팀을 떠났지만, 두산은 보란 듯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매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는 '깜짝 스타'가 등장하는 것은 두산에게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주요 선수들이 빠져 나갔다고 해도 두산을 함부로 '하위권'으로 분류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두산을 선뜻 '우승 후보'로 지목하기도 쉽지 않다. 두산은 최근 5년 사이 세 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의 벽에 막혀 우승이 좌절된 바 있다. 두산이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것은 김인식 감독과 타이론 우즈, 정수근, 진필중 등이 있던 2001년이었다.

 

어느덧 '만년 준우승'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있는 두산. 올림픽 금메달을 지휘했던 김경문 감독은 생애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거머쥘 수 있을까?

 

[투수] 앞문, 뒷문 다 열렸는데 허리만 든든?

 

 통산 1세이브도 없는 이용찬은 '마무리 투수'라는 중책을 맡았다.

통산 1세이브도 없는 이용찬은 '마무리 투수'라는 중책을 맡았다. ⓒ 두산 베어스

두산은 3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외국인 투수 랜들을 퇴출한다고 발표했다. 랜들은 지난 12일, 지하철 계단에서 넘어져 전치 6주의 허리 부상을 당한 바 있다.

 

이혜천의 공백은 각오하고 있었지만, 랜들의 퇴출은 김경문 감독의 계산에 들어있지 않았다. 두산은 시즌 개막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팀 내에서 가장 믿을 만한 선발 투수를 잃은 것이다.

 

랜들은 지난 4년 간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투수다. 부랴부랴 새 외국인 투수를 데려온다고 해도 랜들 만큼의 활약을 해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렇다고 새 투수가 한국 야구에 적응할 때까지 시즌 개막을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다.

 

1선발 자리는 '전직 빅리거' 김선우가 책임진다. 김선우는 지난 해 6승 7패 평균자책점 4.25에 머물렀지만, 국내 복귀 2년째를 맞는 만큼 이름값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어 마무리에서 선발로 전향한 정재훈과 팀 내에서 손꼽히는 구위를 자랑하는 김명제가 선발 한 축을 담당한다. 남은 두 자리는 작년에 롱 릴리프로 뛰어난 활약을 펼친 김상현과 시범 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90을 기록한 유망주 노경은, 팀 내 유일의 '즉시 전력 좌완' 금민철 등이 다투게 된다.

 

우승을 다툴 팀의 선발진으로는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두산 마운드의 강점은 역시 '허리'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했던 이재우와 임태훈이 '중원'을 책임지고, '신인 최대어' 성영훈도 시범 경기 6이닝 무실점으로 불펜 수업을 마쳤다.

 

든든한 허리를 거치고 나면 또 뒷문이 걱정이다. 기존의 마무리 투수였던 정재훈이 선발로 올라 가면서 두산의 뒷문은 3년차 우완 투수 이용찬이 맡을 예정이다.

 

이용찬은 시범 경기에서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렸지만, 프로 입단 후 팔꿈치 부상에 시달리며 작년 시즌 8경기 밖에 던지지 못했다. 통산 세이브는 0이다.

 

이용찬이 어느 정도 마무리 자리에 적응한다면, 두산은 경기 후반에 더욱 위력을 발휘하는 끈끈한 팀 색깔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용찬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두산의 투수진은 앞문과 뒷문이 훤히 열리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허리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

 

[타선] 홍성흔 빠진 '5번 지명타자' 새 주인은?

 

 2009년 두산 베어스 예상 라인업

2009년 두산 베어스 예상 라인업 ⓒ 양형석

두산은 2004년 이지 알칸트라 이후 5년 만에 외국인 타자를 뽑았다. 왼손 타자 맷 왓슨이다. 왓슨은 롯데로 떠난 홍성흔의 공백을 메울 예정이다.

 

왓슨은 시범 경기에서 2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지만, 타율은 .194에 그쳤다. 시범 경기 성적만 놓고 보면, 작년 5번 타순에서 타격 2위(.331)를 기록했던 홍성흔에 비할 바가 못된다.

 

오히려 .348의 고타율을 기록한 최준석이나 3개의 아치를 그려낸 이성열 같은 기존의 '거포 유망주'들이 시범 경기에서 김경문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홍성흔이 빠져 나간 '5번 지명타자' 자리는 두산 타선의 무게감을 결정할 것이다. 

 

어떤 선수가 주전 경쟁에서 승리하든 5번 타자 문제만 해결된다면, 타선의 위력은 팀 득점 1위(647점)를 기록했던 작년 시즌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일본 진출이 유력했던 김동주가 팀에 잔류했고, '국가대표 트리오' 이종욱과 고영민, 김현수는 더욱 완숙한 기량을 뽐낼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군 복무를 마친 유격수 손시헌, 외야수 임재철, 포수 용덕한이 팀에 합류해 선수층은 몰라보게 두꺼워졌다.

 

특히 임재철, 민병헌, 유재웅 등이 경쟁할 우익수 자리와 손시헌, 김재호, 이대수, 이원석이 다투는 유격수 자리는 여전히 주전 선수가 결정되지 않았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주목할 선수] '천재 타자' 김현수, 거포 변신 성공할까?

 

 김현수는 올 시즌 또 한 번의 '진화'를 할 수 있을까?

김현수는 올 시즌 또 한 번의 '진화'를 할 수 있을까? ⓒ 두산 베어스

작년 한 해, 김현수의 활약은 상상을 초월했다. 신고 선수 출신의 3년차 김현수는 타율(.357), 출루율(.454), 최다 안타(168개) 부문을 싹쓸이하면서 MVP 투표 2위를 기록했다. 기대를 훌쩍 뛰어 넘는 김현수의 맹활약이 있었기에, 두산의 준우승이 가능했다고 해도 큰 과장은 아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부분은 한 자리(9개)에 그친 홈런 개수. 김현수는 188cm 95kg의 당당한 체구가 무색할 정도로 장타보다는 단타를 만들어 내는 타격을 지향했다.

 

지난 WBC에서도 김현수는 대표팀의 붙박이 3번 타자로 활약해 .393(28타수 11안타)의 고타율로 '대한민국 타격왕'의 위용을 마음껏 뽐냈지만, 김태균이나 이범호처럼 시원한 홈런포는 때려 내지 못했다.

 

이 같은 약점을 잘 알고 있는 김현수는 올 시즌 좀 더 과감한 스윙으로 '거포'로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기대와 걱정이 공존한다.

 

공을 맞추는 능력이 탁월한 김현수가 장타력만 보완한다면, 이승엽의 뒤를 잇는 '국민 타자'로 성장할 수 있다. 분명 타고난 재능도 있고, 그 재능을 이끌어 낼 만한 근성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김현수가 최고의 타자로 등극한 것은 불과 1년 밖에 되지 않는다. 안 그래도 상대 투수의 집중 견제를 받을 김현수가 스윙까지 커진다면, 자칫 자신의 타격 균형을 잃어 깊은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다.

 

만 20세의 나이로 한국 프로야구를 삼켜 버린 '천재 타자' 김현수의 새로운 도전이 어떤 결과를 맞게 될지 주목된다.

2009.03.31 09:51 ⓒ 2009 OhmyNews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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