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유니콘스와 삼성 라이온즈는 2000년대 프로야구를 양분했다. 1998년 첫 우승을 차지한 유니콘스는 2000년, 2003년, 2004년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삼성은 2002년 극적인 우승을 시작으로 2005년과 2006년 한국시리즈를 재패했다.

 

현대와 삼성의 바통을 이어 받은 팀은 SK 와이번스다. SK는 '야신' 김성근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과 '스포테인먼트'를 추구하는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2007년과 2008년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올해 SK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현대와 삼성도 넘보지 못했던 한국시리즈 3연패의 금자탑이다. 프로야구 역사상 한국시리즈 3연속 우승은 '전설의 팀' 해태 타이거즈(1986~1989년 4년 연속 우승) 밖에 없다.

 

과연 SK는 2009년에도 리그를 지배하며 프로야구의 새로운 전설이 될 수 있을까?

 

[투수력] 공포의 '좌투수 군단'이 뜬다

 

 2009년 SK 와이번스 예상 라인업

2009년 SK 와이번스 예상 라인업 ⓒ 양형석

작년 SK의 팀 평균자책점은 전체 1위(3.22)였다. 케니 레이번(5승 3패 평균자책점 3.30), 에스테반 얀(1승 2패 6세이브 2.15), 다윈 쿠비얀(1승 2패 12.86), 케니 레이(1승 2패 6.64) 등 외국인 투수의 부진 속에서 이룬 대단한 성적이다.

 

이는 바로 김광현(16승 4패 2.39)과 채병룡(10승 2패 2.70)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토종 원투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2점대 평균자책점을 가진 선발 투수 두 명을 보유한 팀은 SK가 유일했다.

 

김광현과 채병룡은 올해도 SK 선발진을 이끌 것이다. 여기에 새 외국인 투수 마이크 존슨과 크리스 니코스키가 선발진에 가세하고, 작년 8승을 챙긴 송은범 역시 5선발 요원으로서는 나무랄 데 없는 투수다. 

 

선발진도 탄탄하지만, SK 마운드의 장점은 역시 불펜이다. '출석 체크 야구'라 불릴 정도로 경기마다 활발하게 투수를 교체하는 김성근 감독의 불펜 전략은 올해도 유효하다.

 

비록 오른손 셋업맨 윤길현이 겨우내 무릎 수술을 받아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왼손 듀오' 정우람, 이승호와 13년 연속 50경기 이상 출장에 빛나는 조웅천, 작년 12승을 챙긴 김원형, 마무리 투수 정대현 등 갖가지 구색을 갖춘 불펜 요원들이 즐비하다.

 

각 구단마다 왼손 타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왼손 투수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와이번스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괴물' 김광현을 비롯해 정우람, 이승호는 이미 더 이상 검증이 필요 없는 '특급 좌완'이고,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했던 전병두, 백전노장 가득염, 부상에서 회복한 고효준도 있다. 심지어 외국인 선수 니코스키와 이진영의 보상 선수로 영입한 또 한 명의 이승호 역시 좌완 투수다.

 

제2회 WBC에서도 김인식 감독이 13명의 투수 엔트리 중 좌완 투수를 5명이나 포함시킨 것에서도 알 수 있듯, 풍부한 왼손 투수진은 그만큼 투수 로테이션과 불펜 운영이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선] 이진영 공백? 이호준으로 메운다!

 

 이진영이 빠진 상황에서 이호준의 복귀는 SK 타선에게 가장 반가운 소식이다.

이진영이 빠진 상황에서 이호준의 복귀는 SK 타선에게 가장 반가운 소식이다. ⓒ SK 와이번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국민 우익수' 이진영이 LG 트윈스로 떠났다. 몇 안 남은 '쌍방울 전사'였던 이진영은 강한 어깨와 빠른 발, 정확한 타격으로 창단 초기부터 작년까지 공수에서 SK의 '중심'으로 활약하던 선수다.

 

'좌완 킬러' 이재원도 작년 12월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아 개막전 출전이 불가능하다. 김재현과 함께 번갈아 가며 지명타자를 맡았던 이재원은 작년 시즌 타율 .315 3홈런 25타점으로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친 선수다.

 

'중수골 종양'으로 수술대에 오른 외야수 김강민의 부재도 아쉽다. 김강민은 뛰어난 수비와 주루 플레이를 앞세워 김성근 감독의 총애를 받던 선수다.

 

이렇게 우승 멤버들이 대거 이탈했지만, SK는 특정 선수에 좌지우지되는 팀이 아니다. 작년 팀 타율 1위(.282), 팀 득점 2위(632점)에 빛나는 타선의 무게감은 여전하다.

 

특히 작년 시즌 부상에 허덕이며 8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던 이호준의 복귀가 반갑다. 2004년 타점왕 출신 이호준은 시범 경기에서 .308의 고타율과 2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다.

 

이 밖에 안경현, 최길성 등 타 팀에서 방출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선수층을 보강했고, 프로 2년째를 맡는 '만능 내야수' 모창민도 시범 경기에서 .583의 높은 출루율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수억 원의 연봉을 받는 스타들도 주전 자리를 보장하지 않는 김성근 감독의 소신과 스타일은 1년 내내 선수들을 더욱 긴장하게 한다.

 

[주목할 선수] '7년째 유망주' 전병두, 껍질 깰까?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한 전병두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한 전병두 ⓒ SK 와이번스

2003년 부산고 출신의 왼손 유망주 전병두가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두산은 그에게 2년간 기회를 줬지만, 전병두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3년째가 되던 해, 두산은 전병두를 KIA 타이거즈로 보냈다. 외국인 투수 다니엘 리오스를 데려오기 위해서였다. 전병두는 KIA에서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며 광주팬들을 사로잡았다.

 

제1회 WBC 투수 코치를 맡았던 선동열 감독은 '구대성과 이상훈의 뒤를 잇는 최고의 좌완 투수 유망주'라고 극찬을 하며 전병두를 '드림팀'에 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병두를 둘러 싼 '유망주'라는 껍질은 매우 단단했다. 결국 작년 시즌 KIA는 백업 포수(이성우)와 오른손 외야수(채종범)를 얻기 위해 5월 7일 전병두를 SK로 보냈다. 프로 6년 동안 3개 팀을 옮겨 다니게 된 것이다.

 

어느덧 전병두가 SK 유니폼을 입은 지 11개월이 됐다. 벌써 프로 7년차가 되는 전병두로서는 올해야말로 뭔가를 보여줘야 할 시기다. 일단 시작은 좋다. 전병두는 스프링캠프에서 10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시범 경기에서도 5.1이닝 동안 2점(1자책)을 내주며 호투했다.

 

또 한 명의 '괴물 좌완'이 탄생할 것인지, 아니면 프로야구를 거쳐 간 수많은 '미완의 유망주' 중 한 명으로 남게 될지. 올 시즌 전병두의 활약을 지켜보자.

2009.03.30 16:02 ⓒ 2009 OhmyNews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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