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완승 소식을 알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 누리집(fifa.com) 첫 화면, 사진 맨 왼쪽이 리오넬 메시.

아르헨티나의 완승 소식을 알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 누리집(fifa.com) 첫 화면, 사진 맨 왼쪽이 리오넬 메시. ⓒ FIFA

상대의 기술에 대해 잘 알면서도 막아내기 어려운 것이 축구다. 베네수엘라 수비수 차콘이나 문지기 베가 입장에서 메시가 누구인지, 어떤 스타일의 공격수인지 모르고 덤벼들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우리 시각으로 29일 아침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있는 에스타디오 모누멘탈 안토니오 베스푸시오 리베르티에서 벌어진 2010 남아공월드컵 남아메리카 지역 예선 베네수엘라와의 맞대결에서 4-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렇게 11경기를 끝낸 아르헨티나는 5승 4무 2패(승점 19, 17득점 7실점)의 성적으로 남아메리카 예선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데, 다음 달 2일 라 파스에서 열리는 볼리비아와의 방문 경기 결과로 본선 진출 가능성 여부를 따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아메리카 지역에서 본선 직행 티켓은 4위까지 주어지며 5위는 북중미&카리브해 지역 예선 4위 나라와 홈&어웨이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왼발의 전설 앞에서...메시 '날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이지만 축구 경기에서 등번호 '10'의 상징성은 매우 크다. 더구나 왼발의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의 나라 아르헨티나에서 그 의미는 더욱 분명하다. 최고의 선수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의 등번호 10번은 지난해 10월까지 후안 로만 리켈메(보카 후니오르스)가 달고 있었다. 빼어난 킥 실력을 바탕으로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 이름난 그였기에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한 경기였지만 그 번호가 다른 선수에게 넘어간 적이 있었다. 지난 해 10월 15일 산티아고에서 벌어진 칠레와의 방문 경기(0-1 패)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파블로 바리엔토스(산 로렌조)가 감짝 발탁되며 등번호 10번을 받았지만 정작 경기에는 뛰지도 못했다.

결국, 감독과의 불화설까지 흘러나오며 리켈메의 대표팀 은퇴 선언까지 이어졌고 10번은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이름값에다가 번호값까지 포함하여 그는 큰 활약을 펼치며 4-0 완승의 주역이 되었다.

축구 선수가 10~20미터 거리를 얼마나 빨리 뛰어야 하는가를 잘 가르쳐준 것이었다. 26분,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메시는 가운데 골잡이 역할을 맡은 테베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와 기막힌 2:1 패스를 주고 받으며 왼발로 선취골을 터뜨렸다. 베네수엘라 수비수들의 오프사이드 함정을 단번에 무너뜨린 그의 발걸음은 찔러주기 속도와 그대로 일치했다.

메시는 후반전에도 시작 후 2분도 지나지 않아 오른쪽 측면을 마음대로 휘저으며 테베스의 추가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두 명의 베네수엘라 미드필더와 수비수가 차례로 달라붙었지만 그의 박진감 넘치는 드리블 기술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입이 벌어지게 만들었다. 끝줄 바로 앞에서 오른발로 꺾은 띄워주기는 상대 문지기 베가의 손끝에 맞고 테베스에게 걸렸다.

이처럼 메시에게 혼을 빼앗긴 베네수엘라 수비수들은 이후에도 에스파냐 프레메라 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클럽의 두 선수(막시 로드리게스, 세르히오 아구에로)에게 추가골을 더 내주고 완전히 무너졌다.

한편, 몬테비데오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안방 팀 우루과이가 디에고 포를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결승골에 힘입어 선두 파라과이를 2-0으로 붙잡으며 4위(4승 4무 3패, 16점) 자리를 지켰다. 현재 3위(4승 5무 1패, 17점)를 달리고 있는 브라질은 우리 시각으로 30일 새벽 키토로 들어가 에콰도르와 방문 경기를 벌인다.

덧붙이는 글 ※ 2010 남아공월드컵 남아메리카 지역 예선 결과, 29일(11라운드)

★ 아르헨티나 4-0 베네수엘라 [득점 : 리오넬 메시, 카를로스 테베스, 막시 로드리게스, 세르히오 아구에로]

★ 우루과이 2-0 파라과이 [득점 : 디에고 포를란, 디에고 루가노]

★ 콜롬비아 2-0 볼리비아 [득점 : 토레스, 렌테리아]
리오넬 메시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월드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