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스틸컷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요즘은 사람들이 매스프로덕션과 매스미디어에 환멸을 느끼는 것이 별반 이상할 것 없다. 획일화된 무언가를 거부하는 경향이랄까. 그런데 이것이 역설적으로 '경향'을 지니고 있다. 아카데미를 휩쓴 영화라는 사실에 많은 영화인들이 이 영화에 관심갖고 싶지 '않다'고 말하더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즐길 수밖에 없었다고 '상당히 많은' 칼럼에서 고백하고 있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헐리웃식 오바액션을 싫어하는 나 역시도 이 영화의 매력에 빠져들고야 말았다.

 

빈민가 출신의 소년이 이천만루피를 얻을 수 있는 퀴즈쇼에서 우승하는 이야기, 그리고 우승방법을 의심받아 조사를 받지만 결국은 어떠한 부정도 찾을수 없는 진실이었다는 이야기. 시놉시스 자체는 평범하다 못해 진부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영화를 본 이들은 단연코 공감하리라. 영화는 '평범하면서 비범하다.'

 

주인공 자말이 퀴즈를 맞출때마다 연관되어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은 사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게 만든다. 슬럼가의 귀여운 형제는 어머니를 여의고, 친구를 잃고, 서로를 잃고, 희망을 잃는다. "답을 몰랐더라면 하고 바랬다"는 그의 진심어린 말은 눈물보다 한숨을 자아냈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는 토로에 분노보다는 통탄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아무도 울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이 영화는 빈민가 소년의 감동적인 성공스토리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삶은 실타래처럼 얽혀 어떤 끝을 향해있었고, 그 끝은 특별할 것도 없이 그의 운명일 뿐이기 때문이다. 신파조도, 서사조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사건들일 뿐이다.

 

혹자는 이 영화가 슬럼가의 현실을 '너무 아름답게' 그려냈다고 말하여 나를 우려하게 하였다. 영화를 본 뒤의 소감은, 오, 전혀다. 이게 아름답다고? 그렇다면 무엇을 상상해도 지옥이란 말인가. 가슴 아픈 사연들, 믿을 수 없이 절절한 사연들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되 행복한 순간은 비현실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영화가 말한다.

 

"아니요.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2009.03.26 18:39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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