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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장자연씨 문건 파문을 자세히 보도하고 있는 KBS <뉴스 9>.
 고 장자연씨 문건 파문을 자세히 보도하고 있는 KBS <뉴스 9>.
ⓒ KBS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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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8년 전, 그러니까 2001년 6월 MBC <시사매거진 2580> 이상호 기자는 연예인노예계약 사건을 특종으로 보도했다. 신인 연예인들은 물론 당시 가장 잘 나가던 아이돌 그룹 가수들의 음반 인세가 100원도 채 되지 않는 현실과 계약금도 없이 10년 가까이를 묶어 놓는, 말 그대로 노예계약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이 보도 직후 연예인제작자협회는 MBC 출연을 거부하며 이상호 기자와 <2580>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은 2002년, 이상호 기자는 다시 한 번 연예계와 관련된 비리를 보도했다. 이 기자가 보도한 'PR비 사건'의 전모는 기획사들이 언론사 기자들과 PD들에게 뇌물을 줬다는 것. 기획사들이 방송국 PD나 기자들에게 뇌물을 준다는 것은 이미 90년대부터 소문으로 널리 퍼졌던 사실이지만, 당시엔 설만 무성했지 실제로 구속된 사람도 혐의가 인정된 사람도 없었다.

여하튼, 그 후 연예계에서는 계속해서 문제가 드러났다. 비위사실로 물러났던 PD를 다시 복귀시키려는 방송사가 문제가 된 사건(2004년)이 있었고, 드라마 외주제작사가 방송사 간부에게 뒷돈을 건넨 자료가 공개되는 사건(2005년)도 있었다. 그리고 2008년에는 출연을 전제로 금품을 수수한 뇌물수수 사건이 다시 터져 나왔고 이중 몇은 사실로 밝혀져 구속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어느 신인 여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사건은 연예계 비리 역사가 만들어 낸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배우 장자연의 죽음은 기획사와 연예인, 연예인과 제작주체와의 관계에서 비롯되었으며, 그녀의 죽음에서 한국 연예계의 거의 모든 문제들을 읽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인배우 1명 키우는데 연간 1억원 들어

오늘 한국 연예계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 그것은 대부분 연예인과 기획사와의 관계, 기획사와 제작주체와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문제의 발단은 연예인과 기획사간 불공정한 계약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바와 같은 신인들에게 가혹한 조건을 제시하는 기획사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처럼, 톱스타들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기획사도 엄연히 존재한다.

신인배우에게 9:1의 계약을 요구하는 기획사가 톱스타와는 0:10의 계약을 하고 있는 현실. 이러한 계약이 요구되고 또 수용되는 배경은 바로 그 다음의 문제 즉, 제작주체와 기획사와의 관계에 있다. 그 수가 갈수록 증가하는 연예인 지망생에 비해 설 수 있는 자리는 한정적이다. 따라서 기획사는 신인배우에게 투자하는 비용의 회수 가능성을 낮게 잡을 수밖에 없고, 그렇다 보니 불합리한 계약을 강요할 수밖에 없다.

그럼 한 명의 신인배우를 키우기 위해 얼마의 돈이 투자되는지 계산해보자. 우선 배우의 홍보와 오디션 스케줄을 담당하는 매니저 한 명과 차량 한 대는 기본비용이다. 이것만 해도 연간 4천만원에서 5천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여기에 매번 오디션 때마다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 식대 등의 비용이 최소한 20만 원 정도는 발생한다. 일주일에 한 번만 오디션을 본다고 해도 한 달에 80만원이 드는데, 1년이면 1000만원 정도 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신인배우의 연기레슨비용(평균 30~50만 원 정도) 그리고 피아노 같은 특기교육 비용, 건강관리비용까지를 계산하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신인배우 한 명에게 들어가는 최소한의 투자비용이 연간 1억원은 가뿐히 넘는다.

물론 이 정도의 투자를 하더라도 소위 대박이 나거나 뜨기만 한다면 1~2억원 쯤은 푼돈이다. 어느 정도 인지도가 생기고 난 후 CF하나만 걸리면 6개월 단발에 6~7천만 원, 1년이면 1억에서 1억2천 정도는 받을 수 있으니, 하나만 터지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자체수익만으로 운영되는 기획사 몇이나 될까

오늘을 사는 우리가 TV나 영화에서 보는 알만한 배우들은 전체 배우 중 상위 1%에 해당된다. 나머지 99%의 배우들은 그저 그렇게 스쳐 가거나 스치지도 못하고 사라진다. 

신인배우가 기적같이 오디션에 합격해 조연급으로 캐스팅됐다고 하면 어느 정도의 출연료를 받을 것이라 생각하나? 일일드라마의 경우, 다소 차이는 있지만 방송사 출연등급 6등급(최하등급) 정도라면 약 5~10만원 미만이다. 물론 여배우의 경우 헤어와 메이크업은 물론 의상 역시 자기가 해결해야 한다. 출연료는 10만원인데, 써야할 돈은 30만원인 것이다.

CF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알만한 스타가 아닌 이상, 조연급 정도로 CF에 캐스팅 되었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은 100만원 안팎이다. 그것도 캐스팅 매니저 혹은 오디션을 소개한 에이전시와 20% 내외의 금액을 나누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절망적인 것은 이렇게 터무니없는 조건에라도 캐스팅되기란 (신인배우 입장에서는) 스타 되기만큼이나 어렵다는 점이다.

여자 신인배우의 경우 그녀가 25세 정도에 뜻을 가지고 연예계에 입문했다고 했을 때 그녀를 단지 상품으로만 본다면 최대한의 유통기한은 5년 내외다. 그 사이에 매년 1억원 정도를 투자하고 동시에 그 이상을 회수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 기획사들의 경영현실인 셈이다.

그런데 과연 출연료와 광고수익만으로 운영되는 국내 기획사가 몇이나 될까? 아마 전체 기획사의 1%도 안 될 것이다. 신인배우가 드라마나 영화 한두 편 출연했다고 엄청난 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에선 전체 배우 중 1%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상, 약간 속도 차이만 있을 뿐 배우와 기획사 모두 공멸의 길로 달려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많은 기획사들이 이질적 회사와 M&A 하는 이유

배우 고 장자연의 전 매니저였던 유장호 호야스포테인먼트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부암동 AW컨벤션센터(하림각)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공식 기자회견을 마친뒤 취재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배우 고 장자연의 전 매니저였던 유장호 호야스포테인먼트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부암동 AW컨벤션센터(하림각)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공식 기자회견을 마친뒤 취재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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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사람들은 이번 장자연 자살사건을 접하며 '왜 연예기획사가 언론사주와 기업가들을 뻔질나게 만났'는지 의심스러워한다. 객관적으로 놓고 봐도, 방송국 사람들이나 감독들에게 접대를 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전혀 다른 계통에 있는 이들을 만나는 이유는 뭘까?

이런 상황을 이해하려면, 다시 돈 이야기를 해야 한다. 한 기획사가 3~4명의 신인배우를 키우고 있다고 치면, 배우 관리비용에만 최소 5~6억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다. 여기에 익히 알려진 대로 기존배우와 함께 '끼워 넣기' 계약을 하는데도 족히 10억원 가까이 들어간다. 물론 이 비용은 사무실 운영비용 및 기타 등등은 아예 제외한 금액이다. 그렇다면 영세한 기획사들은 이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까?

결국 숱하게 많은 기획사들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은, 유명 톱스타들을 앞세운 기획사간, 또는 다른 업종 회사와의 M&A와 우회상장을 통해서라 보는 것이 맞다. 열심히 활동하고 노력해서는 결국 쪽박을 차게끔 돼 있는 게 한국 연예계의 현실이다. 수많은 기획사들이 그들끼리의 이합집산, 혹은 전혀 이질적인 회사들과 M&A를 하는 이유가 '연예산업의 창달과 발전', 'IT기업과의 사업 다각화'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이런 연예계 상황 전반을 종합해 봤을 때, 기획사가 비인간적이고 모질게 신인배우들을 착취하는 이유는 오늘날 우리 연예계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시장규모의 한계와 과도한 경쟁 때문이다. 이는 결국 기획사들의 경영악화와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이어지고 부적절한 접대문화 역시 그러한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기획사가 배우들을 열심히 매니지먼트해서 좋은 작품에 출연시키고 그로부터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스타 배우와 구색 맞추기용 신인배우들을 헐값에 계약하고서 M&A를 통해 목돈을 만들겠다는 브로커의 길을 걷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 그 기획사의 사장이란 작자가 소속된 배우들에게 가능성 없고 성사돼봐야 비용만 나가는 오디션 대신 무슨 일을 강권할지는 너무도 분명한 일이다.

기획사들이 '톱스타'에 목매는 이유는 있다

연예인과 기획사의 관계가 그러하다면 제작주체(방송사와 외주 제작사)의 경우는 어떨까? 일단, 적은 제작비로 대박날 작품을 만들어야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많이 알려진 상황이니 넘어간다. 앞서 기획사와 연예인의 관계에서 핵심 중 하나가 시장규모의 한계라 지적했다. 여기서 시장 규모란 결국 신인배우의 출연기회가 터무니없이(출연을 원하는 신인배우들에 비해) 적다는 말과 같다.

신인배우들의 출연기회가 적은 까닭은 간단하다. 어떤 제작사도 검증 되지 않은 신인들 위주로 작품을 만들었다가 실패라도 하는 날에는, 다음을 기약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떻게든 개런티를 맞춰서라도 시청률과 작품성이 보장되는 톱스타들을 섭외해야만 한다는 강박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작사는 톱스타를 보유하고 있는 기획사와의 '딜'을 하는 수밖에 없으며 '딜'의 내용은 대부분 톱스타 한명에 신인배우 1~2명의 출연을 보장하는 것으로 결정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기획사는 다시 0(기획사):10(톱스타)의 계약을 하면서까지 톱스타를 모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연과 비중있는 조연들의 캐스팅이 이렇게 끝나게 되면 그때부터는 출연료 10만원 미만의 나머지 배역들을 놓고 수많은 기획사들과 신인배우들의 피 말리는 싸움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 싸움 역시 공정하게 진행되는 것만은 아니다. 기본적인 오디션이 있고 그것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투명한 제작자와 감독들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돈과 향응을 전제한 또 하나의 '딜'이 시작된다. 사실 앞에서의 '딜'은 제작주체 입장에서는 드라마 성공을 위한 고육지책이며 동시에 캐스팅 능력이라 주장 할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대중들은 스타를 원하는 게 사실이고 따라서 그를 섭외하기 위해 불법적인 행위를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두 번째 '딜'은 분명 심각한 범죄다. 공식적인 현물, 현금 협찬(이를테면 PPL과 같은)이 아닌 이상 신인배우에게 출연을 전제로 하여 돈이든 몸이든 혹은 다른 무엇이든 받는 것이 범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제작여건이 열악하든 어쨌든, 배우의 입장에선 신과 같은 존재인 연출가와 제작자들이 요구하는 '무엇'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또 그러한 제안을 받은 군소 기획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 요즘은 기획사와 제작사 모두가 칼을 쥐고 있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기획사는 칼날을 쥐고 있고 제작사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형국이다. 누가 이길지, 그리고 누군가 다친다면 누가 더 크게 다칠 것인지는 분명하다.  

매니지먼트와 에이전시 분리하면 해결될까?

일본 도쿄에 머물고 있는 탤런트 장자연씨의 기획사 대표 김아무개씨가 17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100% (유모씨의 ) 자작극"이라며 "조만간 귀국해 수사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도쿄에 머물고 있는 탤런트 장자연씨의 기획사 대표 김아무개씨가 17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100% (유모씨의 ) 자작극"이라며 "조만간 귀국해 수사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 iMBC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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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바닥'이 산업화되기 시작한 지난 1990년대부터 우리 대중연예계에는 ▲계약에 관한 불공정 관행 ▲출연과 관련한 비리사건 ▲기업과 연예인의 관계 등에 대한 온갖 추문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기획사가 신인배우들에게 왜 가혹한 조건을 거는지 ▲제작주체는 왜 스타 연예인을 선호해 신인배우들의 입지를 좁혀왔는지 ▲매니저들은 왜 자신의 연기자들을 접대자리로 내몰 수밖에 없었는지 ▲제작자는 연예기획사나 신인배우들에게 어떤 존재인지 등에 대한 근본적 관찰 없이는 해독하기 어렵다.

혹자는 장자연의 죽음을 두고 두 기획사간 갈등이나 음모로 규정하기도 했고, 어떤 이는 언론사와 기업들의 모럴해저드가 신인배우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말했다. 다른 이는 한국 사회의 천박한 성문화와 남성 중심의 접대문화가 빚어낸 여성문제라는 견해도 밝혔다.

나는 각기 다 맞는 말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맞고 틀리고, 사건의 진실이 어떻고와 함께, 우리가 생각해 볼 문제는 따로 있다. 그건 바로 이러한 현실을 극복할 대안은 무엇인가 하는 진짜 '문제'다.

지금까지 언급한 대략적인 우리 연예계의 병폐를 해결하는 방안은 ▲드라마와 영화가 많이 만들어져 신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는 것 ▲신인배우와 기획사가 단지 연예활동만으로 충분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되는 것 ▲기획사가 절대로 M&A같은 것으로 돈 벌 궁리 하지 않고 자사의 배우들이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헌신하는 것 ▲ 제작주체가 창의력과 연출력으로 과감하게 신인배우 중심의 캐스팅을 지속적으로 실행하는 것 ▲연출가와 제작자는 실력위주로 신인배우를 선택하고 출연과 관련한 일체의 부당한 요구를 하지 않는 것 등이다.  

그런데 이게 가능할까? 분명한 것은 최근 소개되는 이 문제의 해법, 즉 매니지먼트와 에이전시를 제도로 분리시키며 각각의 업무에 일정한 자격을 부여하고, 캐스팅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오디션 자체를 공개 형으로 운영하고, 신인배우들을 보호하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강제하는 것으로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문제는 시장상황과 그 시장 안 사람들에게 있는데, 제도와 시스템을 바꾼다고 상황과 사람들의 생각이 바뀔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천진난만한 생각이다. 대중문화를 법과 제도로 통제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지난 20세기부터 지금까지 대중문화에 대한 이들의 개입은, 늘 비극이거나 촌극으로 끝나왔다. 더구나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언급되는 대안들은 대부분 제작여건의 위축을 초래할 소지가 다분하다. 시장의 협소함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점에 동의 한다면 제작여건의 위축은 가장 우려되는 절망적인 미래다.

신인배우 권익, '연예노조'가 고민해야 할 일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제는 (연예산업)시장을 활성화하고, 동시에 (신인배우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두 가지 요구를 충족시키는 '안'이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현 시점에서의 대안은, 가장 시급한 신인배우들의 권익보호 문제를 연예인노조를 중심에 놓고 풀어보자는 것이다. 이미 앞선 기사에서 언급했지만 배우와 기획사와의 분쟁이나 제작사와 배우와의 문제에서 배우 스스로 자신의 권익을 지키려는 노력과 전체 배우들의 서로에 대한 신뢰와 헌신 이 두 가지는 다른 어떤 보호 장치보다 견고하고 확실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 노조의 존재를 사용자(기획사와 제작주체)가 인정하고, 계약과 캐스팅, 연예활동 전반을 연예인 노조와 함께 하겠다는 선언과 실천이 있어야 한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을 표준계약서를 갱신하거나 실효도 없는 그 계약서를 강요하는 것보다는 그 편이 훨씬 낫다.

그러나 다소 분명한 대안이 서는 신인배우들의 권익문제와는 달리 두 번 째 문제인 '시장의 활성화'는 딱히 대안을 내놓기 어렵다. 드라마 몇 편, 영화 몇 편 더 찍는다고 달라질 일도 아니고 신인배우들의 출연기회를 넓힌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대중문화에서 대중이란 대다수 사람들이란 의미보다는 '인기(popular)'로 이해해야 한다. 철저하게 대중의 흥미와 기호에 부합해야만 존재의 이유가 생긴다. 따라서 시장의 활성화는 본질적으로 사람들의 문화 수준이 향상되어 다양한 요구들이 생기고 이를 수용한 제작주체들이 더욱 놀라운 문화적 상상력으로 수많은 신인 배우들과 함께 창작 작업을 끌어내고 이를 다시 전체 대중이 완벽하게 소화해 주어야만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수많은 문화적 실험들과 다양한 콘텐츠가 방송과 일상에서 소비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일단 구조가 만들어지면 신인배우들 입장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풍성한 출연의 기회와 활동 여건이 보장될 것이고 그 결과물들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게 될 것이다.

최근 독립영화와 인디밴드들의 선전과 그로 인한 문화, 경제적 성과들은 아직은 미약하지만 다양한 문화적 요구들이 조금씩 생겨난 배경으로 가능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총체적인 연예계비리의 근본적 해결책은 다양한 문화적 요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유일한지도 모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탁현민 기자는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외래교수다. 과거 시민단체 문화사업국에서 일하기도 했고 연예기획사에서 콘텐츠 본부장으로 일하기도 했으며 CF,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제작자의 입장에서 서기도 했다. 또 신인여배우를 매니지먼트 하기도 했다.



태그:#장자연, #연예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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