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 왔다. 이제는 지면 곧바로 탈락하는 결승 토너먼트다.

한국은 오는 22일 오전 10시(이하 한국시각)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전 경기를 치른다. 상대는 1라운드 C조 1위, 2라운드 2조 1위에 빛나는 '중남미의 강호' 베네수엘라다.

한국은 1, 2라운드에서 김태균, 이범호, 봉중근, 정현욱, 윤석민 등의 활약에 힘입어 5승 2패의 준수한 성적으로 준결승에 올랐다. 이들은 결승 토너먼트에서도 대표팀의 중심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그러나 단판 승부의 토너먼트에서 기존 선수들의 활약만으로는 부족하다. 의외의 활약으로 경기 분위기를 뒤바꿀 '깜짝 스타'가 필요하다.

물론, 한국 대표팀에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는 많이 있지만, 상대가 '베네수엘라'이기 때문에 더욱 기대되는 선수들이 있다. '국제용 잠수함' 정대현과 '추추 트레인' 추신수다.

'국제용 잠수함' 정대현, 어뢰 발사 준비 완료

 빅리그 타자들에게 언더핸드 정대현은 낯선 유형의 투수다.

빅리그 타자들에게 언더핸드 정대현은 낯선 유형의 투수다. ⓒ SBS 화면 캡쳐


9년 전, 시드니 올림픽으로 시계를 돌려 보자. 당시 한국은 예선과 4강에서 마이너리그 선수들로 구성된 미국을 상대했다. 당시 미국이 선발로 내세운 투수는 로이 오스왈트. 2001년 빅리그 데뷔 후 8년 간 무려 129승을 올린 빅리그 최고의 투수다.

반면에 한국은 대표팀의 유일한 아마추어 선수였던 경희대학교 4학년생 정대현을 선발로 투입했다. 빅리그에서 주목하는 최고의 유망주와 한국 대학생 투수의 맞대결. 누가 봐도 명백한 '미스 매치'였다.

그러나 정대현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미국의 강타자들을 농락하며 오스왈트와 대등한 승부를 벌였다. 예선전에서는 두 투수가 똑같이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준결승에서는 오스왈트가 6이닝 2실점, 정대현이 6.1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비록 뒷심 부족과 심판의 애매한 판정으로 두 경기 모두 한국이 아쉽게 패했지만, 정대현이라는 '국제용 잠수함'을 발굴한 것은 엄청난 수확이었다. 정대현은 이듬해 SK 와이번스에 입단한 후에도 각종 국제 대회에서 '국제용 잠수함'의 명성을 계속 이어갔다.

정대현은 지난 2006년 제1회 WBC에서 선발과 마무리를 잇는 셋업맨으로 활약했다. 3경기에 등판해 3.1이닝을 던지며 2점을 내줬고, 평균자책점 5.40이었다. 겉으로 보면 다소 부진한 듯 하지만, 이닝 당 2개에 가까운 삼진(6개)를 잡아내며 위력을 과시했고, 이닝당 출루 허용(WHIP)도 고작 0.90밖에 되지 않았다.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선발, 제1회 WBC에서는 셋업맨으로 활약했던 정대현은 작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3경기에 등판해 4이닝 동안 2점을 내준 정대현은 예선 일본전과 결승 쿠바전에서 세이브를 올렸다.

지금까지의 맹활약과 비교해 보면, 이번 대회에서 정대현의 활약은 다소 미미하다. 마무리 자리에는 임창용이 있었고, 셋업맨은 '정노예' 정현욱과 '어린이' 윤석민이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정대현은 한국이 치른 7경기 중 2경기에 등판해 1.1이닝을 던졌을 뿐이다.

그러나 결승 토너먼트에서는 다르다. 준결승 상대가 베네수엘라이기 때문이다. 빅리그 정통파 투수들의 강속구에 익숙한 중남미 선수들에게 언더핸드 정대현의 '허허실실 투구'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동료 선수들이 분전해준 덕분에 싱싱한 어깨로 결승 토너먼트를 맞는 정대현. 올림픽 금메달을 확정지었던 그의 '어뢰투'가 베네수엘라 방망이를 무디게 만들어 주길 기대해 본다.

추신수, 베이징 올림픽의 이승엽처럼

 최악의 부진에 빠진 추신수는 준결승에서 이름값을 할 수 있을까?

최악의 부진에 빠진 추신수는 준결승에서 이름값을 할 수 있을까? ⓒ 한국야구위원회


작년 베이징 올림픽. 한국의 4번 타자 이승엽은 예선 7경기에서 22타수 3안타로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타율 .136에 장타율 .182. 다행히 다른 타자들이 분발하며 한국은 예선에서 7전 전승을 거뒀지만, '국민 타자'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승엽은 역시 타고난 승부사였다. 일본과의 준결승과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연속 결승 투런 홈런을 작렬하며 그간의 부진을 완전히 날려 버렸다. 모두를 감동시킨 '반전 드라마'였다.

이번 WBC에서 이승엽은 없다. 대신 대표팀의 유일한 메이저리거 '추추 트레인' 추신수가 있다. 작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활약한 추신수는 타율 .309 14홈런 66타점을 기록하며 확실한 주전으로 도약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추신수는 일찌감치 김인식 감독으로부터 붙박이 3번 타자로 낙점 받았지만, 연습 경기에서 수술을 받았던 팔꿈치에 통증을 호소하며 계획이 틀어지고 말았다.

부상을 염려한 클리블랜드 구단은 추신수에 대해 '지명 타자 출전 허용' 통보를 내렸고, 추신수는 부상 재발에 대한 걱정과 '이승엽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부담이 더해져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2라운드까지 한국이 치른 7경기 중 5경기에 출전한 추신수의 타율은 고작 1할(10타수 1안타). 홈런과 타점은 전혀 없고, 볼넷도 고작 1개 뿐이다. 마치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이승엽을 보는 듯한 부진이다.

자, 이제 이승엽처럼 극적으로 부활할 차례다. 기회는 좋다. 준결승 상대인 베네수엘라의 선발 투수는 카를로스 실바(시애틀 매리너스)가 유력하다. 이번 대회에서도 11이닝 동안 단 1점밖에 내주지 않을 정도로 안정된 투구를 자랑한다.

메이저리그를 즐겨 보는 팬들에게는 낯익은 얼굴이지만, 한국 타자들은 아직 한 번도 상대해 볼 기회가 없었다. 그렇다고 대표팀 전력 분석팀이 실바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를 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추신수는 다르다. 고작 한 경기에서 만났을 뿐이지만, 추신수는 작년 실바를 상대해 2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문제는 과연 최악의 부진에 빠져 있는 추신수가 이번 대회 5할의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대호를 제치고, 선발로 출장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대회 초반 김인식 감독이 겪었던 '3루 딜레마'는 '꽃남' 이범호의 맹활약으로 해결됐다. 이제 4강전을 앞둔 김인식 감독은 이대호와 추신수를 놓고 '지명 타자 고민'에 빠졌다.

WBC 야구 추신수 정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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