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일본과 벌인 '3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며 4강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은 18일(한국 시각)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벌어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1조 승자전 경기에서 일본을 4-1로 제압했다. 이로써 한국은 4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지으며 20일 열리는 1조 순위 결정전에 직행했다.

일본의 '괴물 투수' 무너뜨린 한국의 '의사 봉중근'

[WBC]이번엔 내차례 6일 오후 도쿄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아시아예선 한국과 대만의 경기에 류현진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선 봉중근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봉중근은 효과적인 투구로 '괴물' 다르빗슈 유와의 선발 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 ⓒ 연합뉴스 서명곤


승부는 1회에 결정됐다. '아시아 챔피언' 한국의 위용은 초반부터 일본을 압도했다. 한국은 1회말 공격에서 이용규의 좌전안타와 도루, 정근우의 내야 안타로 만든 무사 1, 3루 기회에서 일본 유격수 가타오카 야스유키의 실책과 이진영의 2타점 적시타를 묶어 순식간에 3점을 선취했다.

최근 2년 연속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일본 프로야구의 '괴물 투수' 다르빗슈 유는 한국 타선의 기세에 눌려 1회에 대량 실점을 하고 말았다. 한국 타자들은 다르빗슈의 유인구에 속지 않고 볼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공을 착실하게 노려 쳤다.

다르빗슈는 2회말 박경완, 박기혁, 이용규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는 등 뒤늦게 자신의 구위를 되찾으며 5회까지 7개의 탈삼진을 기록했지만, '명절 다 지나서 차례 지낸 꼴'이었다.

반면에 한국의 선발 투수 '의사' 봉중근은 실점을 최소화하는 효율적인 투구로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9일 1라운드 순위 결정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5.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던 봉중근은 이날도 선발 투수로 나와 5.1이닝 동안 1점만을 내주며 또 한 번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봉중근은 1회부터 5회까지 매회 주자를 내보내는 등 3피안타 4사사구를 기록했지만, 3회 1사 1루에서는 가타오카를 병살로 처리했고, 4회에도 1사 1, 2루에서 '센트럴리그 타격왕' 우치카와 세이치를 병살로 유도하는 등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과시했다.

한국은 1회말에 얻은 3점과 8회말 이범호의 밀어내기 볼넷을 더해 4-1로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작두' 김인식 감독의 절묘한 선수 기용

 절묘한 작전과 선수 기용으로 승리를 이끈 김인식 감독

절묘한 작전과 선수 기용으로 승리를 이끈 김인식 감독 ⓒ 유성호


1회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뛰어난 용병술과 특유의 인화력으로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인식 감독은 이날도 절묘한 선수 기용으로 일본의 허를 찔렀다.

김인식 감독은 앞선 5경기에서 모두 톱타자로 출전했던 이종욱을 선발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타격 컨디션이 좋은 이용규를 1번 중견수 자리에 투입시켰고, 6번 우익수 자리에는 최근 두 경기에서 대수비로만 출장했던 이진영을 기용했다.

작전은 그대로 적중했다. 이용규는 1회말 다르빗슈에게 선제 안타를 때려내며 결승 득점을 기록했고, 이진영은 1사 만루에서 천금같은 2타점짜리 좌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바로 전 타석에 나왔던 추신수가 무사 만루에서 3구 삼진을 당한 상황이라, 이진영의 안타는 더욱 빛났다.

불펜 활용과 투수 교체 타이밍도 절묘했다. 6회 1사 2라운드 한계 투구 수(85개)에서 6개의 여유가 있던 봉중근을 과감히 윤석민으로 교체했고, 일본 타자들이 윤석민의 구위에 눌리자 투구 수가 30개를 넘어가는 상황에도 윤석민을 8회까지 마운드에 올렸다.

8회 2사에서 윤석민이 무라타 슈이치에게 빗맞은 안타를 허용한 후에는 투수를 김광현으로 교체했다. 지난 7일 일본전에서 1.2이닝 8실점으로 무너졌던 투수를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다시 기용한 것이다.

8회초 2사 1루에서 당당하게 마운드에 오른 김광현은 일본의 강타자 오가사와라 미치히로를 상대로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뿌리며 통쾌한 삼진을 잡아냈다.

1라운드에서 고개를 숙이며 좌절했던 김광현은 주먹을 불끈 쥐며 특유의 '살인 미소'를 날렸다. 김인식 감독의 끝없는 '믿음'이 어린 투수의 자신감을 다시 살려 준 순간이었다.

김광현은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은 후 임창용에게 마운드를 넘겼고, 임창용은 특유의 '뱀직구'를 앞세워 간단히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미국, 끝내기 역전승으로 4강행 티켓 확보

한편 2조의 미국은 이틀 전 콜드게임 패의 수모를 안겨준 푸에르토리코에게 6-5로 간신히 승리하며 베네수엘라에 이어 4강행 티켓을 따냈다. 미국은 9회초까지 3-5로 뒤져 있었지만, 9회말 공격에서 데이빗 라이트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극적으로 4강에 진출했다.

이로써 1조의 한국, 2조의 베네수엘라, 미국이 4강 진출을 확정했고, 19일에 열리는 일본과 쿠바의 승자가 나머지 한 장의 티켓을 가져가게 된다.

WBC 야구 봉중근 김인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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