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독 밀리어네어 영화스틸컷

▲ 슬럼독 밀리어네어 영화스틸컷 ⓒ 거원시네마㈜,미디어 소프트

대니 보일 감독은 영국의 영화사를 바꾼 천재감독이다. 영국 영화산업은 19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할리우드 영화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긴 시간동안 영국 영화들이 자국 관객들에게 사랑 받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던 영국 영화산업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 바로 대니 보일 감독이 1996년 연출한 <트레인스포팅>이었다. 이 작품은 영국에서 영국 영화는 <트레인스포팅> 전과 후로 나누어진다고 할 만큼 극찬을 받았다.

대니 보일 감독은 이후 나온 <인질>(1997년) 역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순항할 것 같았지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은 <비치>가 흥행 참패하면서 다시 주류 영화계로 복귀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그는 <28일 후>(2002년)를 통해 다시 한 번 그의 번뜩이는 천재성을 과시한다. 하지만 이후 오랫동안 침체기에 빠져들게 된다.

이제 더 이상 그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소리 소문 없이 관객들을 찾아왔다.

골든글로브, 아카데미를 석권하다

올해,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빛났던 영화는 당연히 <슬럼독 밀리어네어>다. 대니 보일 감독은 이 두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그의 영화 인생의 황금기를 맞이했다. 특히 이 작품이 처음 개봉했을 때 어느 누구도 이렇게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그 기쁨은 더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처음 북미 개봉당시 10개 극장에서 한정개봉 된 후 계속해서 상영관수를 늘려갔다. 이후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승자가 되면서 처음 614개 극장으로 확대 개봉된 후 현재는 2943개로 확대개봉 된 상태다. 초기 상영관 수를 생각하면 엄청난 확대개봉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작품은 1500만불이라는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북미에서 1억3262만불, 그 외 지역에서 1억1696만불 흥행수입을 기록, 현재까지 총 2억4958만불에 달하는 흥행대박을 터트렸다. 특히 이렇게 흥행수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것은 두 시상식에서 보여준 결과 때문이란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연 그렇다면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왜 이렇게 영화제에서 큰 주목을 받고 수상 역시 순조롭게 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이 작품이 인도의 현실을 보여주면서 휴머니즘을 동반한 드라마 구조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이 가져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관객들에게 전달해주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에 북미에서 통하기 힘든 무명배우들이 대부분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인간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내용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18세 소년 꿈을 이루기 위해 퀴즈쇼에 도전하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인도 빈민가의 한 소년이 꿈을 이루기 위해 거액의 상금이 걸린 퀴즈쇼에 나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 같지만 인도는 아직도 카스트제도가 유지되고 있는 계급사회다. 따라서 연고자 없는 고아 소년에게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은 사회란 이야기가 될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 자말 말릭(데브 파텔)은 텔레마케터 보조와 차 심부름꾼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그에게 유일한 희망이 있다면 엄청난 상금이 걸린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라는 퀴즈쇼에 참가하여 우승하는 일이다. 전혀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이 일은 자말 말릭이 퀴즈쇼에서 승승장구하면서 현실로 다가온다. 그는 퀴즈쇼 최종라운드까지 진출하게 된다. 우승 일보직전까지 온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자말 말릭이 정규 교과과정도 배우지 못한 무식한 빈민층이라는데 있다. 그가 도저히 우승할 수 없을 것이란 편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그가 부정한 짓으로 퀴즈쇼에서 승승장구 했다는 추측을 하게 된다. 이런 의심을 가진 경찰은 그를 결국 체포하고 만다. 그에게서 자백을 받으려고 했던 경찰은 오히려 자말 말릭이 살아온 인생이 바로 퀴즈쇼의 정답이었음을 하나 둘씩 알아간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영화스틸컷

▲ 슬럼독 밀리어네어 영화스틸컷 ⓒ 거원시네마㈜,미디어 소프트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18세 고아 소년이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했던 퀴즈쇼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영화가 전개되면서 보여주는 이면은 만만치가 않다. 이 영화는 퀴즈쇼를 중심으로 하여 인도에서 현재 발생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함께 다루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이 영화 속에 녹아 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자말 말릭이 보여주는 인생은 인도가 근대화 되면서 발생한 사회적 문제를 그대로 스크린 속에 담아낸다. 급속한 근대화에 의한 빈부의 격차, 종교 갈등, 계급사회의 문제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자말 말릭이 퀴즈쇼에서 보여주는 희망처럼 인도 사회 역시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음을 영화는 함께 나타내고 있다. 결국 자말 말릭이란 인물은 어떻게 생각하면 영화에서 인도 그 자체라는 이야기도 될 것 같다.

영화의 주인공 자말 말릭이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너무나 명백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절대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자신의 삶을 남과 비교하기 좋아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스스로 비관하기 쉽다. 하지만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주인공 18세 고아소년 자말 말릭은 절대 포기하지도 않고 쉽게 희망을 버리지도 않는다. 그는 언젠가 자신이 원하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고 산다.

자말 말릭은 희망을 가지고 있기에 자신이 걸어온 길을 후회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빈민가의 슬럼가로 인식되던 모든 장소들이 그에게 있어 배움의 장소이자 희망을 가져다 준 장소이다. 그가 퀴즈쇼에서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배움의 장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무엇보다도 그런 어려움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자말 말릭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었다.

멜로드라마의 감수성도 잘 유지하고 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자말 말릭과 라티카(프리다 핀토)가 보여주는 멜로 구조 역시 상당히 잘 살아 있다. 실제 자말 말릭이 퀴즈쇼에 도전하게 되는 이유도 바로 자신의 천생배필로 여겼던 라티카가 어려움에 처하면서부터다. 자말 말릭에게 있어 그녀는 자신이 희망을 버릴 수 없는 가장 근원적인 존재다.

이 두 사람이 보여주는 멜로드라마 구조가 영화에서 보여주는 인도의 암울한 현실에 판타지 요소를 더해 희석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르게 평가하면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영화 구조에 변형을 주는 요소란 평가도 가능하다. 이런 변형 요소가 관객들에게 충분히 설득력 있게 다가서게 된 것은 역시 영화를 연출한 대니 보일 감독의 능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대니 보일 감독은 멜로드라마 구조를 잘 살려내기 위해 북미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도출신의 배우들을 출연시켰다. 그리고 배우들이 누구보다 인도 현실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영화는 진정성 있게 관객들에게 다가 설 수 있었다. 특히 자말 말릭과 라티카의 멜로를 유연하게 영화에 삽입시켜 관객들에게 확실한 감동을 준 것은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 이런 선택이 있었기에 이 영화가 어둡지 않으면서 밝은 톤으로 끝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충분히 수작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들이 흘러 넘쳐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잘 들어맞는 멜로드라마 구조까지 함께 가지고 있기에 관객들에게 사랑 받을 확률 역시 상당히 높아 보인다. 따뜻한 감동과 아름다운 사랑을 한꺼번에 느껴보고 싶은 관객들이나, 지금 암울한 현실 앞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얻고자 하는 관객들이라면 무조건 추천하는 작품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3.18 09:42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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