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선수들

수원 선수들 ⓒ 수원 블루윙즈

 

지난 11일 일본 J리그 챔피언 가시마 앤틀러스를 상대로 4골이나 퍼부었던 수원의 화력은 어디로 간 것일까? 6년 묵은 대전 징크스를 깨기 위해 한밭벌에서 90분 동안 공격에 모든 사활을 걸었지만 결과는 무득점 무승부였다. '과정이 좋아야 결과가 좋다'는 말이 있듯, 골을 넣으려는 수원의 공격 전개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을 남긴 것이 무득점의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수원이 14일 오후 3시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정규리그 2라운드에서 0-0으로 비겼다. 90분 동안 경기 주도권을 장악하며 15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7개의 슈팅을 날리며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친 대전의 골문을 가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7일 포항전에서 세 골을 허용하면서 마토 네레틀야크, 이정수, 조원희의 공백을 실감하더니 이번에는 공격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결국 수원은 2003년 이후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가진 11번의 경기에서 단 한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7무4패) '대전 징크스'를 깨는데 실패했다.

 

수원은 올해 초 전지훈련에서 연습하던 3-4-1-2를 버리고 지난 시즌 더블 우승의 키워드였던 4-4-2 포메이션을 구사했다. '에두-이상호'를 투톱으로 놓고 '김대의-백지훈-박현범-홍순학'을 허리진에 포진시켰고 '알베스-리웨이펑-곽희주-송종국'을 포백에 맡기고 이운재를 골키퍼로 출전 시켰다. 지난 11일 가시마전에서 4-4-2 효과로 4-1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에 오름세 흐름을 이어가고자 대전전에서 같은 포메이션을 구사한 것이다.

 

시작은 산뜻했다. 전반 1분과 4분에 이상호와 백지훈이 대전 골문을 살짝 스치는 날카로운 슈팅을 날리면서 대전 골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후 20분까지 대전보다 2배 더 많은 8개의 슈팅을 날렸으며 특히 백지훈과 홍순학이 각각 2개의(팀에서 가장 많은) 슈팅을 기록하여 대전 수비진을 흔드는데 주력했다. 지난 7일 포항전에서 3실점했던 수비진의 포백 변화 또한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대전 원톱 곽철호를 철저히 애워쌓으며 '무실점 경기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했고 알베스와 송종국이 대전 측면 옵션들의 발을 묶으면서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의 수비 부담을 줄였다.

 

수원 공격의 시작은 왼쪽에 포진한 김대의의 돌파에서 시작되었다. 포백과 '백지훈-박현범' 조합을 통해 연결되는 공을 받으며 왼쪽 최전방까지 깊게 파고든 뒤 에두 또는 이상호에게 크로스와 횡패스를 띄우는 형태의 공격 패턴이 많았다. 특히 김대의는 자신의 나이(한국 나이로 36세)를 잊은 듯한 돌파와 감각적인 발재간으로 대전 오른쪽 옆구리를 뚫으며 팀 공격의 실마리 역할을 다했다. 백지훈과 박현범은 김대의 이외에도 공격진을 향한 롱패스 공격을 주로 시도했고, 경기를 읽는 빠른 시야와 한 박자 빠른 상황 인식을 통해 중원에서 많은 공격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문제는 김대의의 측면 돌파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이다. 이날 대전은 4-2-3-1 형태의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구사하여 에두-이상호를 철저히 견제했는데, 김대의의 돌파 만으로는 이들의 두꺼운 수비를 뚫기가 역부족. 그래서 백지훈과 박현범 그리고 포백은 전방을 향한 롱패스를 띄우며 분위기 전환을 노렸지만 오히려 수원 공격이 무뎌지는 역효과로 돌아오고 말았다. 특히 전반 38분에는 홍순학이 오른쪽에서 띄워준 크로스가 문전으로 빠르게 쇄도하던 이상호의 발에 걸리지 않았는데 홍순학의 크로스가 한 템포 더 느리게 향했다면 골을 기록하며 경기 페이스를 완전히 장악했을 것이다.

 

수원이 전반 20분까지 8개의 슈팅을 기록한 뒤 전반 종료까지 1개의 슈팅에 그쳤다는 것은 미드필더진의 공격 전개에 문제가 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날 대전이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기 때문에 롱패스보다는 짧고 정확한 세밀한 패스를 통해 빈 공간을 찾아야 하지만, 롱패스를 자주 띄우면서 상대팀의 수비 정비 타이밍을 벌어주는 문제점을 속출하면서 경기를 풀어간 것은 차범근 감독의 전술 미스였다.

 

그래서 수원은 후반 시작과 함께 백지훈을 빼고 이관우를 투입하면서 공격 다변화를 노렸지만 별 효과 없었다.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이 벌어지다보니, 세밀한 패스가 연결되기 보다는 상대 수비진에게 읽히기 쉬운 한 박자 느린 타이밍의 패스를 전개했던 것이 문제였다. 이관우는 미드필더진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팀 공격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알베스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지만 상대 수비를 위협하는 슈팅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공격수들이 골 기회를 쉽게 살리지 못하는 모습도 아쉬웠다. 이상호는 후반 10분 페널티박스 오른쪽 안에서 상대 수비가 자신의 움직임을 놓친 가운데 2선에서 띄운 롱패스를 트래핑했지만 공을 불안하게 받더니 골 기회마저 놓쳤다. 21분에는 서동현이 같은 지점에서 홍순학의 롱패스를 받아 왼발 다이렉트 슛을 노렸지만 공이 발등에 부정확하게 맞으면서 슈팅이 문전쪽으로 약하게 향하고 말았다. 34분에는 에두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주무기인 강력한 왼발슛을 날렸지만 최은성의 손에 걸리면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대전 수비를 뚫지 못한 수원은 후반 35분에 송종국을 빼고 조용태를 투입한 뒤, 홍순학이 오른쪽 풀백으로 내려가는 포지션 전환 카드를 꺼내 들면서 '1골을 넣기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차범근 감독은 대전이 후반 35분 이후부터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김호 감독이 조용태 투입으로 공격에 올인할 것이라는 눈치를 챘기 때문에, 공격에 올인하던 수원 수비의 허를 찌르기 위한 공격에 맞불을 붙인 것이다. 이후 수원 선수들은 80분 동안 수비 위주의 경기를 통해 체력을 아끼던 대전 미드필더들과 공격수들의 활발한 움직임에 맥을 못추면서 이렇다할 공격 활로를 찾지 못했고 경기 결과는 0-0 무승부로 끝났다.

 

이날 수원이 지난 포항전과 다르게 무실점 경기를 펼친 소득은 얻었지만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기는 경기이기 때문에 공격력이 부진했던 것이 아쉬웠다. 전반전에 이상호와 에두가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에 막히면서 이렇다할 득점 기회를 얻지 못했고, 특히 에두가 평소와 달리 볼 터치가 적었던 것은 미드필더진의 공격 전개가 문제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후반전에는 이관우-서동현-조용태 같은 공격 옵션을 통해 골을 넣으려는 의지를 나타냈지만 대전의 두꺼운 수비라인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장 주목할 것은 양팀의 파울 숫자였다. 수원과 대전은 각각 10개, 30개의 파울을 기록했는데 이는 수원이 대전 수비 작전의 허를 찌르는 공격을 펼치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 시즌 정규리그 1무1패를 거둔 수원이 2연패의 고지에 오르려면 공수 양면에 걸쳐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너무나 많다. 결국 수원의 대전전 무득점은 '당연한 결과'였던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저의 블로그(http://bluesoccer.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3.14 18:39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저의 블로그(http://bluesoccer.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수원 대전 K리그 대전 징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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