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이 한 창이지만 우리 집 막둥이가 텔레비전은 고장내는 바람에 지난 7일 목욕탕에서 일본전을 잠깐 본 후 다른 게임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어제(9일) 한 점 차 극적인 승리도 보지 못했다.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갤러리에 올란온 봉중근 캐리커처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갤러리에 올란온 봉중근 캐리커처 ⓒ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갤러리

지난 7일 14-2 콜드패가 워낙 큰 충격이었는지 9일 1-0 승리를 이끈 선발 투수 봉중근 선수가 갑자기 화제다. 일본을 이겼다는 단순한 찬사가 아니라 '안중근' 의사가 부활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야갤(야구갤러리)에는 한일전 직후 '봉중근 의사'라는 캐리커처가 올라왔다.

 

먼저 밝힐 것은 '봉중근 의사' 캐러커처 원판은 '새 시대 큰 인물-02' <안중근 : 평화를 꿈꾼 대한국인> 박용기 글/이상권 그림 ㅣ주니어랜덤 펴냄이다.

 

캐러커처를 자세히 보면 봉중근 선수가 주머니 속에 권총을 품고 있고 야구 방망이를 들고 있는 이치로 선수를 바라보고 있다. 캐리커처를 만든 것을 보이는  누리꾼 'peacock'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땅, 땅, 땅, 이치로가 휘청거리며 몇 걸음을 옮기더니 앞으로 푹 꼬부라졌습니다. 청년은 도쿄돔에 있던 모든 사람이 들을 정도로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이치로 병삼! 이치로 병삼! 이치로 병삼!' 청년은 그렇게 세 번 목이 터져라 외치고 순순히 덕아웃으로 내려갔습니다. 그 청년은 바로 대 엘지투수 봉중근이었습니다."(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갤러리 <봉중근 의사>, 2009.03.09)

 

9일 한일전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땅, 땅, 땅' 세 번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이치로 선수를 봉중근 선수가 세 번이나 땅볼로 아웃시킨 것을 빗댄 것임을 알았다. 누리꾼들은 '봉중근 의사' 캐러커치를 보고 제대로 만들었다고 글을 달고 있다. 형상화했다며 누리꾼들은 기막힌 작품이라며 댓글을 달고 있다.

 

"난 실제로 착각했다. 안중근이 아니라 원래 봉중근인줄."

"봉중근 선수 아버님이 이름을 너무 잘 지으신 것 같습니다. 역시 1909년 안중근 의사의 의거후 백년만에 짜릿한 의겁니다.. 봉중근 의사 앞으로도 쭈우욱 일본 킬러가 되실 겁니다.. 봉.중.근 화.이.팅"

"기가 막힌 아이디어네요 한참 웃었네요 어려울 때 이렇게라도 웃을 수 있으니 행복합니다."

 

가만히 보면 정말 기막힌 작품이다. 하지만 조금 딴지를 걸어보자. 야구는 야구로 즐길 수 없을까. 이치로 선수가 정말 이토 히로부미처럼 봉중근 선수에게 총 맞아 죽을 사람일까? 이치로 선수가 우리를 위해 막말을 할 때 우리는 점잖게 웃으면서 등을 다독거려 주는 것이 진짜 이기는 것 아닐까?

 

나 역시 한일전에서 이기면 좋고, 지면 싫어한다. '의사 봉중근' 캐리커처같은 그림을 보고 다른 누리꾼들처럼 기막힌 작품이라 좋아한다. 하지만 한일전에서 지면 원수가 되고, 이기면 영웅이 되는 일은 이제 내려 놓을 때가 되지 않았을까.

 

또한 이치로=이토 히로부미 같은 등식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왜? 이치로 선수는 훌륭한 야구 선수이지만 이토 히로부미는 우리나라를 침탈한 원흉이므로 같은 반열에 올리는 일은 너무한 일이기 때문이다.

 

WBC에서 우리나라가 좋은 성적을 얻고, 일본과 다시 맞붙는다면 멎진 경기를 펼쳐 승리하는 모습을 기대하면서도 야구 자체를 너무 민족주의로 몰아가는 일에 약간 딴지를 걸어보았다.

2009.03.10 15:18 ⓒ 2009 OhmyNews
안중근 봉중근 이치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