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2일 천하'였다. 한국 야구가 일본에 당한 콜드 게임 패 수모를 이틀 만에 설욕했다.

 

한국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벌어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A조 순위결정전에서 '봉타나' 봉중근의 호투를 앞세워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A조 1위, 아시아 최강자의 자격으로 기분 좋게 미국으로 건너가 2라운드를 맞게 됐다.

 

요한 산타나 방불케 하는 '봉타나'의 쾌투

 

 봉중근은 6일 경기에서 14점을 뽑아낸 일본의 강타선을 5.1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봉중근은 6일 경기에서 14점을 뽑아낸 일본의 강타선을 5.1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 WBC 홈페이지

 

1회말 일본의 공격이었다. 이치로 스즈키와의 승부를 앞두고 마운드 위에 서 있던 한국의 선발 투수 봉중근은 초구도 던지지 않고 갑자기 주심에게 걸어갔다. 관중석에서 터지는 플래시 때문에 투구에 지장을 받는다는 항의였다. 봉중근은 경기 초반부터 여유 있는 모습으로 '전직 메이저리거'다운 배짱을 보였다. 

 

봉중근의 배짱은 투구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정면 대결을 피하지 않았고, 가장 자신 있는 바깥쪽 공으로 일본 타자를 잡아냈다. 5.1이닝 동안 69개의 공을 던지며 3안타만 내줬고, 사사구는 단 한 개도 없었다.

 

특히 봉중근은 '일본 야구의 심장' 이치로를 완벽히 틀어막았다. 이치로는 1회말과 3회말 모두 2루 땅볼로 물러났으며, 6회말엔 투수 앞 땅볼을 치며 '굴욕'을 당했다.

 

위기관리 능력도 돋보였다. 한국은 4회말 나카지마 히로유키의 안타와 투수 보크 등으로 맞은 2사 3루의 위기에서 5번타자 이나바 아츠노리를 투수 앞 땅볼로 유도해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좌완 투수로 꼽히는 베네수엘라의 요한 산타나가 팔꿈치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불참했지만, 한국의 '봉타나'가 산타나를 연상케 하는 쾌투를 선보이며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살렸다.

 

정현욱-류현진-임창용, 필승 계투

 

구원 투수들의 호투도 돋보였다. 1997년에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정현욱은 프로 13년차의 베테랑 투수지만, 태극마크를 단 것은 이번 대회가 처음이었다.

 

국제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 우려됐지만, 6회 1사 후에 등판한 정현욱은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앞세워 7회까지 일본의 강타자들을 힘으로 압도했다.

 

조마조마한 계투작전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원포인트 릴리프'로 깜짝 등판한 '괴물' 류현진이 두 타자를 상대하며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았고, 오랜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애니콜' 임창용이 네 번째 투수로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일본은 동점을 만들기 위해 1사 1루에서 보내기 번트까지 대는 '무리수'를 뒀지만, 임창용의 구위에 밀려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임창용은 9회에서도 4번 타자 무라타 슈이치를 3구 삼진으로 잡아내는 등 세 타자를 가볍게 요리하며 대회 첫 세이브를 챙겼다.

 

결국 한국은 4회초에 터진 김태균의 1타점 적시타를 끝까지 지키며 지난 6일 콜드 게임 패의 수모를 씻었다.

 

주루사만 5번, 작은 실수 줄여야

 

 김태균은 이날 두 개의 안타를 때려 냈지만, 두 개의 주루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김태균은 이날 두 개의 안타를 때려 냈지만, 두 개의 주루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 WBC 홈페이지

 

투수진의 호투와 탄탄한 수비를 앞세워 일본에 '완봉승'을 거뒀지만, 통쾌한 설욕전이라고 하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 특히 야수들은 어이없는 주루 실수를 여러 차례 연출하며 추가 득점의 기회를 스스로 날려 버렸다.

 

4회초 1사 1, 2루 찬스에서 김태균의 안타로 선취점을 올렸을 때는 정근우가 무리하게 3루로 쇄도하다 아웃을 당했고, 김태균은 허무한 견제사를 당했다.

 

5회초에서도 볼넷으로 출루한 이용규가 도루를 시도하다가 박경완의 내야 플라이 상황에서 미처 귀루를 하지 못해 더블 아웃이 되고 말았다. 

 

7회초가 가장 안타까웠다. 한국은 김현수의 볼넷과 김태균의 2루타로 무사 2,3루의 찬스를 맞았다. 그러나 이대호의 유격수 땅볼 때 무리하게 홈으로 쇄도하던 김현수가 아웃됐고, 2루 주자였던 김태균마저 3루에서 아웃됐다. 무사 2,3루의 황금 찬스가 순식간에 2사 1루로 변하는 황당한 상황이었다.

 

2라운드에 들어가면 쿠바, 멕시코(혹은 호주) 같은 강자들을 상대해야 한다. 일본 역시 또 한 번의 설욕을 벼르면서 덤벼들 것이다. 작은 실수 하나로 승부가 결정되는 단기전에서 이와 같은 주루 실수는 곧바로 '패배'로 연결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09.03.09 21:52 ⓒ 2009 OhmyNews
WBC 야구 봉중근 임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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