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농구 순위표 가장 위 두 자리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순항 중인 원주 동부와 울산 모비스.

 

지난 시즌 우승팀으로 올 시즌에도 꾸준한 전력을 갖추고 있는 원주 동부의 순항은 어느정도 에상 했지만, 2006~2007시즌 통합 챔피언에 오르고도 지난 시즌 9위라는 수모를 당한 모비스의 호성적은 의외의 돌풍이다.

 

하지만, 올 시즌 잘 나가는 두 팀의 행보가 항상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우선 동부의 경우 주포인 김주성의 발목 부상에 지난 시즌 우승 주역이었던 외국인 센터 레지 오코사의 들쭉날쭉한 기량으로 지난 시즌만 '외국인 파워'를 보여주지 못했다. 모비스 역시 기본적으로 스타 플레이어 없이 팀 플레이나 조직력에 의존하다 보니 한 쪽에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면 어려운 경기를 펼치곤 했다.

 

이렇듯 시즌 도중 쉽지 않은 돌출 변수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두 팀이 순항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비스의 든든한 토종 빅맨 함지훈

모비스의 든든한 토종 빅맨 함지훈 ⓒ 서민석

 

돋보이는 김주성과 함지훈 '토종 빅 맨의 힘'

 

원주 동부나 울산 모비스가 탄탄한 전력을 구축할 수 있는 가장 큰 측면은 역시 토종 센터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선수급 활약을 펼치는 김주성과 함지훈이 있기 때문이다.

 

김주성은 두말할 필요 없는 대한민국 최고의 토종 센터로 봐도 손색없다. 올 시즌 비록 발목 부상으로 몇 경기를 결장했지만, 37경기에서 14.95점 5.57리바운드 2.49어시스트로 외국인 선수 못지않은 활약을 꾸준하게 보여주고 있다.

 

서장훈과 함께 곧잘 비교되는 김주성이지만, 그가 가진 경쟁력은 빅 맨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트렌지션을 할 수 있는 기동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서장훈처럼 정확도 높은 외곽슛은 없지만, 공-수에서의 활약과 성실함으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는 셈이다.

 

함지훈은 그야말로 '흙 속에서 찾은 진주'로 봐도 무방한 선수다. 2007시즌 신인 드래프트 1R 10순위로 꼽힐 만큼 정작 드래프트장에서는 주목을 못 받은 선수였지만, 프로 2년차에 접어든 함지훈의 기량은 그야말로 '물이 올랐다.'

 

올 시즌 44경기에 출장 평균 12.36점 4.34리바운드 2.8어시스트를 기록했지만, 이 기록이 대부분 2-3쿼터. 약 23분 정도를 뛰면서 기록했다는 것을 주목해봐야 한다. 매 경기 절반 정도 뜀에도 불구하고,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외국인 선수가 한 명 만 뛰는 2-3쿼터에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어린 시절 가드 포지션을 보다가 키가 커 센터로 포지션을 바꾼 선수가 함지훈 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수비가 집중되면 오히려 노마크 찬스를 얻은 팀 동료에게 패스하는 센스도 아주 뛰어나다.

 

결국 김주성과 함지훈이라는 '외국인 선수급' 센터가 한 명 씩 더 갖고 있는 동부와 모비스이기 때문에 비슷비슷한 외국인 선수 조합과 국내 선수 구성이라해도 다른 팀에 비해 확실한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셈이다.

 

 패스를 받는 김주성

패스를 받는 김주성 ⓒ 서민석

 

주축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는 남다른 노하우

 

묘하게도 두 팀은 올 시즌 모두 외국인 선수를 교체했다. 울산 모비스의 경우 던스톤-블랭슨 조합으로 잘 치렀으나 블랭슨이 지난 1월 26일 KCC와의 경기에서 발목 부상을 당해 저스틴 보웬을 영입했다.

 

원주 동부 역시 시즌 도중 외국인 선수 둘을 트레이드와 부상으로 교체했다. 우선 지난 시즌 우승의 일등 공신이었던 레지 오코사를 대구 오리온스에 주고, 크리스 다니앨스를 영입,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물론, 그동안 주 득점원 역할을 했던 웬델 화이트가 지난 2월 21일 LG와의 홈 경기에서 갑작스러운 발목 부상으로 빠지면서 영입된 저스틴 알렌의 경우 아직 한 경기 밖에 치르지 않은 상태이지만, 일단 오코사 대신 변화를 위해 영입된 다니엘스 만큼은 좋은 결과를 만든 셈이다.

 

하지만, 두 팀 모두 득점을 책임져야 할 외국인 선수가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선전 중이다. 우선 팀 컬러 자체가 한 선수에게 의존하는 '원맨팀'의 스타일이 아닌데다 든든한 벤치 멤버를 앞세워 충분히 외국인 선수 한 명의 공백은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외국인 주득점원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두 팀이 나름대로 잘 나갈 수 있는 요인인 셈이다.

 

외국인 선수뿐만이 아니다. 국내 선수의 공백 역시 잘 메워주고 있다.

 

우선 모비스의 경우는 팀의 절대적인 포인트가드였던 김현중 역시 지난 2008년 12월31일 KTF전에서 발목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 아웃이 된 상황이지만, 3점슛이 좋은 신에 포인트가드 박구영의 활약으로 그의 공백을 잘 메우고 있다.

 

동부 역시 김주성이 지난 1월 14일 오리온스전에서의 부상으로 팀을 떠났지만, 그의 공백을 신인 포워드인 윤호영이 잘 메워주면서 슬기롭게 위기를 넘겼다.

 

외국인 선수든 토종 선수든 빠진 공백을 완벽하게 메운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주어진 상황에서 다른 대체 선수들과 전술로 완벽하게는 아니라도 상당 부문 메우는 것이 두 팀의 강점인 셈이다.

 

 작전을 지시하는 유재학 감독

작전을 지시하는 유재학 감독 ⓒ 서민석

 

올 시즌 다섯 번째 만남. 그 결과는?

 

이렇듯 2승 2패로 상대전적에서 팽팽한 균형을 이루었던 양 팀은 1위와 2위로 3경기 차이다. 이미 동부가 30승(13패)고지를 점령했고, 2위 모비스 역시 3위 그룹인 삼성-KCC(24승 20패)와 3.5경기차로 앞서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선두 탈환에 꿈을 접은 것은 아닌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만난 5R 맞대결은 분명 중요한 경기였음이 틀림 없다.

 

하지만, 이러한 1-2위 싸움이라는 소문난 잔치였음에도 불구하고, 1쿼터 양 팀의 스코어가 34-23으로 득점이 빈곤할 만큼 경기는 박빙이었다. 물론 그 와중에 던스턴을 중심으로 국내 선수들의 3점포가 돋보인 모비스가 11점차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전반 23점에 그친 동부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3쿼터 들어 포인트가드 표명일의 3점포가 폭발하면서 한 때 동점을 만드는 저력을 과시한 것. 기본적으로 알렌의 가세로 팀 조직력이 상당 부분 와해된 상태라 공격에서 문제를 보였지만, 나름대로는 모비스에 맞불을 넣은 것이었다.

 

결국, 양팀 모두 지독하리만큼 공격에서 애로를 겪은 경기였지만 승리는 홈 팀 모비스에게 돌아갔다. 66-57이라는 스코어가 말해 주듯 두 팀 모두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경기 승리의 해법을 찾은 경기였다.

 

만약 이날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면, 2위 모비스와의 승차를 4경기까지 벌려 사실상 정규리그 우승컵에 더욱더 다가갈 수 있었던 동부였지만, 만만치 않은 2위 모비스의 기세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었다. 물론 모비스의 승리로 다시금 1위 싸움에 불이 붙었음은 물론이다.

 

 작전을 지시하는 전창진 감독(가운데)

작전을 지시하는 전창진 감독(가운데) ⓒ 서민석

2009.02.27 11:04 ⓒ 2009 OhmyNews
원주 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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