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을 1000배로 올릴 수 있다는 <주식투자 성공비법>이란 책과 영화 <작전>의 포스터, 실제의 주식투자와 영화 <작전>은 얼마나 유사할까.

수익률을 1000배로 올릴 수 있다는 <주식투자 성공비법>이란 책과 영화 <작전>의 포스터, 실제의 주식투자와 영화 <작전>은 얼마나 유사할까. ⓒ 청출판, (주)영화사 비단길


"급등주는 절대로 개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속성이 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훌륭한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매집구간에서 개인들의 물량을 빼앗아 고점에서 개인들에게 물량을 넘겨야 한다. 또한 상승을 보이는 도중에도 역시 한 번씩 흔들기를 하는데, 이것은 저점에서 잡은 개인들의 물량을 다시 빼앗아 고점에서 추격 매수하는 사람으로 물갈이를 하기 위해서다."(<세력을 이용한 급등주 포착> 국일증권경제연구소, 21쪽)

책에서 '급등주'니, '작전'이니, '세력'이니 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 책에서는 아주 그럴싸하게 급등주에 대한 이론을 밝히고 있다. 세력을 이용한 급등주를 포착하여 이익을 내는 것이 아주 쉬운 듯 설명하는 책도 있다. 상한가 따라잡기 주식투자를 가르치는 책도 있다. 이런 책들은 대부분 급등주 뒤에는 작전세력이 있고, 그 세력을 포착하여 주식에서 돈을 벌 수 있다고 가르친다.

그럴싸한 이론, 무지막지한 현실

<작전>의 주인공 강현수(박용하 분) 역시 급등주를 포착하여 한 번에 돈을 번 케이스다. 과거의 아픈 기억은 그 한 방에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급등주 뒤에는 무서운 세력이 있다. 주식깡패 황종구(박희순 분)는 자신이 공들여 놓은 작전주식에 승차하여 돈을 챙긴 강현수를 가만 두지 않는다.

영화 <작전>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그렇게 무서운 세력들의 손에서 놀아난 거다. 몇 해 전 그토록 아프고 저릴 때 남들에게는 작은 돈일지 모르지만 내게는 금싸라기 같은 돈으로 주식투자를 했다가 잃은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대부분 소위 급등주라는 데 넣었다가 잃고 말았으니, 영화 <작전>의 내용이 얼마나 가슴에 와 닿는지.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작전세력, 기업의 가치나 정상적인 경제활동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돈 놓고 돈 먹기식'의 막가파 양아치들이 벌이는 작전세력이 올려놓은 주식의 꼭지에서 승차했다가 털린 나 같은 개미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들은 다 이론과 실제의 괴리 속에서 손해를 본 것이다.

이호재 감독은 주식투자를 안 해봤다고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영화를 만드느라고 경험상 소액투자를 했다고 한다. 주인공 강현수 역을 맡은 박용하나 황종구 역의 박희순 역시 그렇다고 한다. 주식투자를 해 본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 그들의 연기는 정말 실감났다. '어떻게 해보지도 않은 일을 저렇게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그게 참 궁금했다.

그들의 연출이나 연기, 책에서 이론적으로 말하는 급등주를 매매하여 얻는 수익창출, 이 둘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럴싸하다는 것이다. 취직시험에도 낙방하고 전 재산을 주식투자로 날린 경험을 가진 강현수는 어찌어찌하여 주식 책을 탐독하고 5년 만에 일약 작전세력을 능가하는 투자 실력자가 된다. 이런 발상부터가 주식 책에서 돈을 벌 수 있다고 가르치는 이론과 흡사하다.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다 털린 아저씨의 충고

 주인공 강현수는 급등주를 포착하여 한 번에 돈을 번 케이스다. 과거의 아픈 기억은 그 한 방에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급등주 뒤에는 무서운 세력이 있다.

주인공 강현수는 급등주를 포착하여 한 번에 돈을 번 케이스다. 과거의 아픈 기억은 그 한 방에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급등주 뒤에는 무서운 세력이 있다. ⓒ (주)영화사 비단길


<작전>은 주식투자를 말하고 있지만 실은 주식투자를 말하고 있지 않다. 다만 주식투자라는 소재를 안고 가는 범죄물일 뿐이다.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범죄 스릴러. 그러나 신선하다. 왜냐하면 누구도 주식투자라는 소재를 통하여 그리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겠다고 꿈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번의 급등주 포착 성공으로 세력주 작전에 뛰어들게 된 주인공 강현수를 비롯하여, 주가 조작 행위를 통하여 돈을 거머쥐려는 깡패 황종구, 높은 분들의 돈을 관리해 주는 유서연(김민정 분)과 한 패로 뛰어드는 조민형(김무열 분) 등에 이르기까지 비열하기 이를 데 없는 작전세력의 물고 뜯음이 영화의 기본 안주다.

<작전>은 <타짜>(최동훈 감독, 2006년)를 떠올리게 한다. <작전>이 소재가 주식이라면, <타짜>는 화투인 거다. 그 이외에 보여주는 이야기는 비슷하다. 욕지거리, 주먹다툼, 배반, 믿지 못함, 돈 등 등장인물들이 가는 길이 비슷하다. 다만 알 수 없는 미지수가 남은 채 끝난 <타짜>와는 달리 <작전>은 권선징악, 해피엔딩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한다는 게 다르다.

"새벽 4시에 일어나기 시작한 후에야, 성공의 기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좋아하던 술을 끊고 나서야, 성공의 기쁨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일 전 종목을 돌려보지 않으면 불안해서 잠이 안 올 정도가 되기 시작한 후에야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대학노트 수십 권 분량의 매매방법을 기록하고 정리해 가면서, 내가 얼마나 무모하게 주식을 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주식투자 성공비법 카페)

<주식투자 성공비법>(청출판, 2006년)을 쓴 '모닝퍼슨'이란 사람의 카페에 적혀 있는 글귀다. 난 그가 쓴 책을 10번은 읽었을 것이다. 카페에 돈을 주고 가입하고, 하라는 대로 따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돌아온 것은 깡통이다. 80%의 돈을 20%가 먹는다는 주식시장의 원리(내가 느끼기에는 98%의 돈을 2%가 먹는 게 맞는 듯)를 실감했다.

그런 후에는 주식이란 말만 들어도 멀미가 난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나 같은 보통 사람은 들락거릴 곳이 못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독자는 '다 털려 본' 아저씨의 충고쯤으로 읽으면 된다. 주식을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벌 수 있으니 하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20% 안에 들기는 쉽지 않다는 말이다.

놀아난 것이란 것을 똑똑히 깨달아

 영화를 보고 난 후, 주인공 강현수가 깡패들에게 놀아나듯 나는 작전세력에게 놀아난 것이란 생각이 다시 든다. 그들이 누군데 그리 호락호락하게 개미들에게 돈을 내주겠는가.

영화를 보고 난 후, 주인공 강현수가 깡패들에게 놀아나듯 나는 작전세력에게 놀아난 것이란 생각이 다시 든다. 그들이 누군데 그리 호락호락하게 개미들에게 돈을 내주겠는가. ⓒ (주)영화사 비단길


<작전>은 주식투자에 경험이 없는 감독과 연기자들에 의해 만들어져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주식에 대한 문외한도 즐기기는 좋은 영화다. 주식의 월봉과 주봉, 일봉을 이야기할 때 사람 이름으로 알아듣는 깡패 황종구가 주가조작 작전세력의 우두머리 아닌가. 그러니 당연히 주식하고는 그리 상관이 없다.

그렇다면 주식은 정석투자란 말이 무색한 게 아니겠는가. 워렌 버핏의 정석투자, 가치투자 등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실은 주식시장은 그렇게만 움직여주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그렇다. 사자가 없는데 맥거핀으로 사자를 잡는다는 말이 옳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작전>은 영화상 용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주인공 강현수가 깡패들에게 놀아나듯 나는 작전세력에게 놀아난 것이란 생각이 다시 든다. 그들이 누군데 그리 호락호락하게 개미들에게 돈을 내주겠는가. 그들을 능가하는 실력이 없이는 결코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게 아니다. 뛰어들었다면 발을 빼는 게 좋다.

영화는 다시 내게 주식시장 밖에 있는 게 잘하는 일이라고 가르치는 것만 같다. 물론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영화 속 내용이 주식시장의 대부분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다 털린 나는 <작전>이 내 아픈 과거를 일깨워주며 주식시장을 기웃거리지 말라고 일침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작전> 이호재 감독/ 박용하, 김민정 주연/ (주)영화사 비단길 제작/ 쇼박스(주)미디어 플렉스 배급/ 상영시간 125분/ 2009년 2월 12일 개봉
작전 이호재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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