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스틸 컷

'워낭소리' ⓒ 인디스토리


"이번 주말엔 100만 명을 넘을 것 같다. 최대? 알 수 없다."

영화 <워낭소리> 배급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인디스토리 조계영 팀장이 1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한 말이다. <워낭소리>가 크게 사고쳤다. 흥행 사고다.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워낭소리>가 이번 주말 100만 흥행을 바라보고 있다. 독립영화 흥행의 '과속 스캔들'이다.

<워낭소리>는 지난 15일 관객 70만 명을 넘어섰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71만7885명이다. 거기다 하루 3만에서 4만명 관객이 꾸준히 들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번 주말 100만 관객은 어렵지 않게 생겼다.  <워낭소리>가  한국 독립영화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100만 앞둔 <워낭소리>... 독립영화 흥행기록 갈아치우다

시작은 조용했다. <워낭소리>는 1월 15일 7개관에서 개봉했다. 개봉 1주차 1만1000명이 관람했다. 그리고 영화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관객 반응은 뜨거웠다.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상영관도 늘어났다. 개봉 2주차 7개관이 21개관으로 늘어났다. 극장이 3배 늘자 관객은 4배가 늘었다. 2주차 4만7천 명 관객을 기록했다. 1월 29일, 상영관이 다시 32개관으로 늘었다. 관객도 5만4천명을 기록했다. 한국 독립영화 흥행 신기록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흥행에 속도가 붙었다. 개봉관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개봉 3주차 2월 2일 드디어 10만 명을 넘어섰다. 2월 11일엔 전국 98개관 상영, 40만 9000명을 기록했다. 급기야 지난 주말인 2월 16일엔 전국 120여 개관에서 상영,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번 주말인 22일께엔 100만 명을 바라본다. 최대 관객수? 예측 불가다. 개봉 한 달이 넘었다. 하지만 관객수는 되레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워낭소리>는 지금 한국 독립영화의 신기록을 쓰는 중이다.

"자신 없진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들진 몰랐다"

이 영화의 배급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인디스토리 조계영 마케팅팀 팀장은 "자신이 없었던 건 아닌데 이 정도까지 터질 줄은 몰랐다"며 "극장도 이 정도까지 늘 줄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워낭소리>는 독립영화다. 극장 개봉도 어렵다는 다큐멘터리다.

제작비도 일반 상업영화에 비해 턱없이 적다. 인디스토리 측은 "제작비 1억원에 배급 마케팅비 1억원, 지금까지 총2억원이 들었다"고 밝혔다. 일반 상업영화 평균제작비가 30억 원가량인 걸 감안할 때 적아도 보통 적은 게 아니다. 그것도 제작비 1억 원 가운데 4천만 원은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을 받았다. 나머진 이충렬 감독이 사비를 털었다. 1억 원 제작비 영화가 일반 상업영화도 드문 100만 관객을 바라보는 사고를 친 셈이다.

그렇다면 <워낭소리> 흥행의 힘은 뭘까? 조계영 팀장은 영화 흥행의 힘을 "우선 영화의 힘"이라며 "입소문이 나 점차적으로 확산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거기다 시기를 잘 탄 것 같다며, "작년까지 <과속스캔들> 같은 영화가 웃음 코드를 줬다면 뭔가 경제 위기 상황에서 <워낭소리>가 지닌 감동 코드가 사람들 마음을 자극한 듯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800만 명을 넘긴 영화 <과속스캔들>과 <워낭소리>는 흥행 코드가 같다. 두 영화 다 '입소문'이 흥행 포인트였다. 개봉 뒤 입소문에 힘을 얻어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영화 마케팅도 영화 자체의 재미에 기댄 입소문 전략이 주요했다. <과속스캔들>은 개봉 전에 대대적인 시사회를 열었다. 시사회 때 영화를 본 관객들은 홍보맨이 됐다. 영화가 재밌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흥행에 날개를 달았다. <워낭소리>도 '입소문' 전략을 썼다. 영화 자체의 힘이었다.

입소문 마케팅 '성공'... 디지털이라 배급비 부담 없어

 영화 '워낭소리' 포스터

영화 '워낭소리' ⓒ 인디스토리

<워낭소리> 마케팅을 담당한 조계영 팀장은 말했다.

"우리도 영화 보면 나쁜 입소문 날 영화가 아니라 독립영화치고 시사회도 크게 했다. 일반 상업영화가 시사회를 2만에서 2만5천 기본으로 한다면, 독립영화는 많이 해야 500명이었다. 하지만 <워낭소리>는 2천 명이 넘게 시사회를 열었다. 2천 명이 넘는 시사회를 통해 입소문이 났다. 그 전에 '부산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이미 관객층한테 인지도도 있었다."

보통 독립영화 시사회보다 4배나 넘는 관객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열었던 '입소문' 전략은 들어맞았다. <과속스캔들>처럼, <워낭소리>도 영화 스스로 관객을 불러모았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스스로 영화 홍보를 자처했다. "감동적"이란 소문이 퍼졌다. 극장 스스로 영화 상영을 요구했다. 작은 영화관을 중심으로 개봉했던 영화는 멀티플렉스 상영관으로 확대됐다. 120여 개인 상영관은 아직도 늘어나는 중이다.

조계영 팀장은 "우리한테도 '극장 어디에서 하냐?'는 연락이 많이 오는데, 멀티플렉스 극장은 '당연히 여기서 하지 않냐?' 문의 오니까, 부랴부랴 연락 와 걸겠단 극장도 생긴다"며 "이래저래 입소문도 돌고 스코어 올라가고, 이젠 공중파 뉴스도 많이 다루니까 뉴스나 이런 걸 보고 중장년층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워낭소리> 최대 흥행의 숨은 공신은 또 있다. 독립영화는 아무리 입소문이 좋아도 상영관 확대를 꺼린다. 극장 상영용 프린트 제작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상영관이 늘어날수록 프린트 제작 부담도 늘어난다.

하지만 <워낭소리>는 다르다. 필름 프린트가 아니다. 디지털 상영이기 때문이다. 상영관 확대에 따른 부담이 훨씬 적다. 결국 디지털이 120여 개관까지 개봉관을 확대시킨 숨은 공신이 됐다. <워낭소리>가 이처럼 계속 상영관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나갈 수 있었던 이유다.

조계영 팀장은 "극장도 이 정도까지 늘 줄 상상 못했다. 하지만 디지털 상영이라 부담은 없다"며 "필름이었다면 한정적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배급비가 상당히 늘었지만 디지털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며 "경제적 효율적으로 배급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워낭소리>의 최대 관객수는 얼마나 될까? 관객 눈길이 쏠린 가운데, <워낭소리>가 한국독립영화사를 다시 쓰고 있다.

워낭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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