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영화스틸컷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영화스틸컷 ⓒ 파라마운트

2009년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감독상 등 주요부분 후보에 올랐지만 한 부분에서도 수상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하 벤자민)가 12일 개봉했다. 이 작품은 골든글로브에서 아쉬움을 만회하려는 듯 아카데미상 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등 13개 부분 후보에 오르며 다시 한 번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벤자민>은 이미 지난 해 전미비평가협회 선정 TOP10 영화와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며 영화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벤자민>은 데이빗 핀처 감독이 얼마나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감독인지 다시 한 번 각인 시켜준 작품인 동시에, 브래드 피트 역시 뛰어난 연기력과 흥행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배우임을 확인 시켜준 작품이다. 영화 완성도 부분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도 전혀 무리가 없다.

<벤자민>을 통해 이제 진정한 거장 반열에 들어선 데이빗 핀처 감독

데이빗 핀처 감독은 90년대 최고의 화제와 완성도를 몰고 왔던 <세븐>(1995년), <더 게임>(1997년), <파이트 클럽>(1999년)과 2000년대 <패닉 룸>(2002년), <조디악>(2007년) 등을 통해 이미 일찍부터 그 재능과 천재성을 인정받은 감독이다. 이제 그의 나이 46세임을 감안하면 천재라는 호칭이 전혀 과장이 아닌 것 같다. 혹자는 앞으로 나올 데이빗 핀처 감독 작품이 진정한 걸작의 시작이란 이야기도 하고 있다. <벤자민>은 그만큼 데이빗 핀처 감독 작품 안에서 독특한 작품이자 특별한 위치에 있는 작품이란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 작품은 <위대한 개츠비>로 유명한 스콧 피츠제럴드의 1922년 단편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어온 작품이다. 80세의 외형으로 태어난 벤자민 버튼은 다른 사람과 달리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젊어지는 특이한 운명을 타고 났다. 원작이 영화에 제공한 가장 큰 상상력은 바로 이 부분이다.

하지만 영화 <벤자민>은 단편소설에서 얻어온 모티브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더욱더 극대화시켰다. 원작이 가지고 있던 상상력은 영화 시나리오로 바뀌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덧 붙여져 더 풍부해졌다. 원작이 가지고 있는 창의력을 뛰어넘는 작업은 데이빗 핀처 감독의 천재성이 보태져 큰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바로 이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그동안 범죄물 혹은 스릴러물에서 뛰어난 강점을 보이던 데이빗 핀처 감독이 처음으로 다른 장르 영화 연출을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벤자민>은 그에게 있어 분명 특별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2000년대 들어 약간의 슬럼프를 겪고 있던 그가 이제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벤자민> 독특함과 상상력이 살아 있는 영화! 하지만 평범한 인생에 대한 이야기!

<벤자민>은 분명 독특함과 상상력이 살아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벤자민 버튼의 인생은 일반적인 우리 삶과 그 방향이 완전 다르다. 다른 사람과 자신이 다름을 알게 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특히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그런 현실은 받아들일 수 없는 잔혹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특이한 삶을 살아가는 벤자민 버튼이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그의 삶은 소박하다. 그리고 우리의 일생과 다르지 않다. 그는 80세의 외형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져가면서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일들을 경험한다.

자신이 태어날 때 자신의 생명을 주고 하늘나라에 간 어머니와 벤자민의 외형을 보고 양로원에 자신을 버린 아버지 대신 지극정성으로 그를 키운 쿼니(타라지 P. 헨슨)의 죽음 앞에 그는 누구보다 오열하고 가슴 아파한다. 10대에 만나게 된 운명적인 사랑 데이시(케이트 블랑쉐)에게서 풋풋한 사랑을 느끼고, 처음으로 자신을 성과 어른의 사랑에 눈뜨게 해준 캐롤라인(줄리아 오몬드)에게 실연의 아픔도 느낀다. 원양어선을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고, 세계2차 대전에 군인으로 참전한다. 그는 그 시대를 살았던 어느 사람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하고 격정적인 소시민의 삶을 산다.

분명 벤자민 버튼의 삶은 일반적인 우리의 삶이다.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그의 삶은 우리와 진행방향이 완전히 틀리다는 것뿐이다. 단지 이 한 가지 요소가 다를 뿐인데 벤자민 버튼의 삶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삶에 격정적이었으며 세상에 나서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의 모습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 때문이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특이한 상상력과 독특함을 극대화시키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고, 우리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듯 평범함에서 비범함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런 부분은 그가 왜 천재감독이라 불리는지 그리고 왜 다음 그의 영화를 기대하게 하는지 보여준다. 이런 연출력은 이전 그의 작품에서 찾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영화 완성도에 정점을 찍는 브래드 피트의 연기와 케이트 블랑쉐 열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영화스틸컷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영화스틸컷 ⓒ 파라마운트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비중을 가지고 있는 브래드 피트의 연기는 백점 만점이라 해도 될 것 같다. 그가 왜 여러 영화제에서 이 작품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는지 연기로 보여주고 있다. 그의 연기가 없었다면 데이빗 핀처 감독이 말하고자했던 벤자민 버튼의 일생이 이렇게 강렬하게 관객들에게 전달될 수 없었을 것이다.

브래드 피트는 영화배우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배우이자 특별한 위치에 있는 배우이다. <벤자민>은 <세븐>과 <파이트 클럽>에 이어 세 번째로 데이빗 핀처 감독과 함께 한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단순한 흥행배우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데이빗 핀처 감독과 함께 한 영화 모두 세계 영화사에 남을 만큼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였다.

그뿐만 아니라 <흐르는 강물처럼>(1992년), <가을의 전설>(1994년),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년), <티벳에서의 7년>(1997년), <조 블랙의 사랑>(1998년), <바벨>(2006년),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2006년) 등 작품성과 흥행 모두 성공한 영화들 역시 다수 존재하고 있다. 단순한 흥행배우란 닉네임만으로 그를 평가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벤자민>은 그가 이전 작품성 있는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연기보다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완전히 벤자민 버튼에 동화된 덧 한 그의 연기 때문에 영화 완성도 역시 높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 인간이 겪게 되는 좌절과 희망, 고민과 분노 등 이 모든 것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내고 있다. 이 작품이 데이빗 핀처 감독이 원하는 영화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브래드 피트의 공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2009년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이 단순한 그의 이름 때문이 아니란 것을 충분히 확인시켜준다.

엄밀히 말하면 <벤자민>은 그 어떤 배우보다 브래드 피트가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벤지만 버튼이 관객들의 눈에 확연히 들어오게 하는데 데이시 역의 케이트 블랑쉐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녀는 벤자민과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되는 데이시 역을 안정적인 연기로 보여준다. 그녀의 열연이 있었기에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벤자민 버튼의 캐릭터가 확연히 영화에서 살아날 수 있었다.

2시간 47분에 달하는 영화 상영시간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벤자민>은 영화를 좋아하고 즐기는 관객들에게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준다. 작품성으로 이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들이라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모든 관개들이 작품성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이 작품은 상영시간이 3시간에 가까운 2시간 47분에 달한다. 이렇게 긴 상영시간동안 관객들이 영화에 집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자극적이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지루함을 느낄 가능성이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극에서 보여주는 벤자민 버튼의 삶에 동화하지 못하는 관객들이라면 이럴 가능성이 더욱더 높아진다.

<벤자민>의 가장 큰 약점은 너무 긴 상영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관객들이 어떤 부분을 먼저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이 영화에 대한 평가 역시 극과 극을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뛰어난 작품성에 매료되느냐 아니면 긴 상영시간에 지루함을 느끼느냐에 따라 영화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라질 것 같다.

<벤자민>은 현재 북미에서 1억1248만불 흥행수입을 올리며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선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북미와 같이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관객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을지 결과가 기다려진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2.16 09:20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랑쉐 데이빗 핀처 무비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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