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축구 동호회 코끼리팀의 우승 후 기념 촬영 코끼리팀은 홍천군 화촌면 조기축구회 팀입니다.

▲ 조기축구 동호회 코끼리팀의 우승 후 기념 촬영 코끼리팀은 홍천군 화촌면 조기축구회 팀입니다. ⓒ 이종득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님께.

 

오늘 이란과 월드컵 예선전을 치르는 날입니다. 축구 동호인의 한사람으로서 승리를 기원합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니 기필코 승리하여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기쁨을 안겨주기를 고대하는 마음입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회의 4강 신화를 다시 한번 이루어주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합니다.

 

지난해 12월 11일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은 [학교 축구 활성화 추진 계획] 이란 제목으로 초 중 고생 대상으로 학기 중 열리던 전국규모 토너먼트 축구대회가 폐지되고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의 주말 지역 리그제가 도입된다고 발표했습니다. 발표대로 4월경부터 지역 리그가 진행된다고 학교별로 고민을 하고 있답니다.

 

먼저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의 발표 내용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학생 선수의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정규수업 시간 중에는 대회 참가는 물론 훈련도 금지한다.  “공부를 안 시키는 학교 축구는 더 이상 없다”며 “학생선수는 운동만 하고 일반학생은 공부만 하는 현행 학교체육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학교축구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전국대회는 학기 중 진행되어 잦은 수업결손을 피할 수 없었고, 값비싼 원정비용으로 선수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유발해왔다.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열리는 지역리그는 지역별로 10-12개교가 소속돼 경기를 벌이고, 학생 선수의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주말에만 펼쳐진다.

 

연말에는 지역 리그 상위팀이 진출하여 그해 챔피언을 가리는 왕중왕 대회도 개최된다. 왕중왕 대회 상위팀은 인조 잔디 및 야간조명시설 지원대상학교로 우선 선정되고, 초·중·고 챔피언에 대해서는 영국, 브라질 등 축구선진국 방문 등의 혜택을 준다. 참가하는 팀은 홈 앤드 어웨이로 펼쳐지는 약 18-22 경기를 빠짐없이 완주할 수 있어야 하고 홈경기를 위한 구장을 준비해야 한다.

 

이상이 요약한 발표내용입니다.

 

이에 따른 문제를 제기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상기하고자 하는 것은 지난 2002년 축구시합 중에 사망한 고 김도연 선수의 죽음이 열악한 우리 축구 환경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진 바 있다는 것입니다. 당시 속초에서 진행된 전국 춘계 대학 선수권대회는 강풍이 부는 날씨에 맨땅에서 경기를 했으며, 고 김도연 선수가 경기장에서 쓰러졌을 때 운동장에는 구급차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건강했던 선수가 경기 중에 갑작스럽게 쓰러져 사망한 것은 과로가 주범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누구나 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먼저 문화체육부는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참으로 좋은 의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학교 수업에 대한 현실을 정확히 보고나면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생각인 것입니다. 문화체육부 관계자들은 우리나라의 학교 수업 시간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지 않다면 그런 발상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중학생들은 보통 9시에 수업을 시작해서 6교시 내지 7교시를 수업합니다. 수업이 끝나는 시간이 대게 오후 2시 30분 내지 3시 30분 경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 중학생들은 아침 7시 경에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하고 8시30분까지 학교에 도착하여 수업을 시작합니다. 그러므로 중학생들은 학교에서 6시간 내지 7시간을 있는데 학교의 책걸상이 학생들의 신체와도 맞지 않아서 성장기 학생들에게 좋지 않습니다. 특히 축구선수들은 일반 학생들보다 신체적으로 큰 편이라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될 사항입니다.

 

수업권을 보장한다고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은 발표했습니다. 유인촌 장관과 같이 발표한 홍명보 씨, 그리고 정몽준 국회의원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중학생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고 있나요? 학교 수업을 받고도 학원에 빠지지 않고 다니는 학생의 80프로가 중위권에 있다는 현실을 알고 있나요? 학교에 다니면서 과목별 과외를 하는 학생이 상위권 10프로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학원에 다니지 않는 학생 대부분이 하위권 10프로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고등학교에 다니는 축구 선수라면 수업시간이 저녁때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을 아는지 묻고 싶은 것입니다. 저녁때까지 수업을 하고 어두워지면 축구를 하란 말입니다. 다른 학생들 보충수업 할 때 축구를 하라는 발상인 것입니다.

 

동호인들의 경기 장면 홍천군 축구협회장기에 참여한 코끼리팀의 경기

▲ 동호인들의 경기 장면 홍천군 축구협회장기에 참여한 코끼리팀의 경기 ⓒ 이종득

 

그럼 다음을 생각해봅니다.

중학교에 다니면서 상위권 10프로 안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이 고등학교에 들어가 상위권 10프로에 들어갈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개인 적으로 축구선수는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게다가 전국 고등학교에서 상위권 10프로 안에 들어가는 학생의 수가 몇 명이나 되는지 혹시 조사해보셨나요? 대충 5만여 명이 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 년에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의 수가 몇 명이나 될까요? 특히 수도권 대학에 들어갈 학생의 수가 얼마나 될까요? 5만 명이 되지 않을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축구선수들이 일반 학생들과 같은 수업을 하고 학원에 다니지 못하고 축구를 한다면 성적은 하위권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더불어 축구 실력 또한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주말까지 시합을 한다면 과로로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고 김도연 선수같이 운동장에서 쓰러지는 선수가 또 나올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리므로 전국 학교의 새학년이 시작되는 지금 수업권을 보장한다면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이 발표되어져야 할 시점인 것입니다.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님, 막연히 교실에 들어가 앉아 있으면 된다는 것이 수업권 보장인지 묻고 싶은 것입니다. 학교 수업을 받고 학원에 다니지 않고 축구만 해도 나중에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은 것입니다. 아니면 공부도 적당히 하는 척 하고 축구도 적당히 즐기다가 대학도 들어가지 못한 축구선수 학생은 동네에서 가스배달이나 하면서 조기축구 동호회에 가입하여 인생 적당히 살아가라고 마련해주는 것이지 묻고 싶은 것입니다.

 

다음 문제를 한번 짚어봅니다.

지역리그로 전환을 하여 주말에만 경기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먼저 지역 팀끼리 몇 개월 동안 주말 마다 경기를 한다면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는 사실입니다. 같은 지역에서 주말 마다 경기 결과가 나오는데, 그 지역 주민들 중에 대부분이 학교 동문들이 있을 것입니다. 주말마다 동문들끼리 싸우라는 것인지요? 게다가 지역 리그 상위팀이 왕중왕 전에 나가서 챔피언을 선발한다고요. 그러므로 지역 리그는 전쟁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선수들은 언제 쉬나요? 열심히 배우고 이제 막 자라나는 학생들인데 주중에는 공부 멍청히 하고나서 축구 연습할 것이고, 주말에는 경기하러 다니느라 힘 빼고, 그 주말마다 경기에 진 팀은 죽을 맛이겠지요.아예 우리나라 축구를 동네 축구로 만들자고 합시다. 축구선수 따로 키우지 말고 아마추어 동호인 축구대회를 만들자고 합시다.

 

다음은 부보님의 경비 절감을 주장했습니다. 택도 없는 생각입니다. 주말마다 자식이 경기하는데 안 볼 수 있나요? 그렇다면 주말마다 축구 선수의 부모는 운동장으로 주말여행 다녀야 할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일 년에 세 번 정도 며칠 씩 원정 가는 것은 바쁘면 참여하지 못 해도 견딜만한데, 매주 경기를 한다면, 그것도 오 개월 동안 경기를 한다면 그 경비가 더 들어갈 것입니다. 이긴 팀은 기분 좋아 술 한잔 하고, 또한 경기에 지고나면 부모는 속상해서 술 마시고, 선수는 사기 저하되어 축구 그만두겠다고 할 것이 뻔한 사실 아닌지요?

 

축구에 남다른 재능을 가진 선수가 팀이 약해 매번 지는 경기를 한다면 그 선수가 과연 축구 선수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선수의 손해이기 전에 국가적 손해인 것입니다.

 

그럼 대안은 정말 없을까요?

생각해보면 좋은 대안이 찾아질 것입니다. 축구 선수로서 만족하며 학교생활 잘 할 수 있는 학생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와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에 대한 저의 생각을 간략하게 말씀 드려보겠습니다.

축구선수는 축구 선수에 맞는 수업을 진행하면 어떨까요? 전체의 학생과 동일한 수업을 진행하겠다는 발상을 바꾸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수요일을 뺀 매일 오전에 운동선수를 위한 국어 1교시, 영어 1교시, 독서 토론 1교시. 이 정도 수업이라면 모든 운동선수에게 훌륭한 수업을 진행해주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후에 운동하고, 매주 수요일은 리그전을 하면 되지요. 물론 주말에는 쉬어야겠지요.

 

끝으로 제 이웃에 고등학교 2학년의 축구 선수 부모가 살고 있고, 중학교 3학년 축구 선수 부모가 살고 있습니다. 이제와서 축구를 그만두게 할 수도 없고, 공부도 안하는 아이인데 학교 수업을 따라가라니 답답하고 죽을 맛이랍니다. 심지어 고등학교 학보모들은 지역리그에 불참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들을 모으고 있답니다. 다만 우리 아이에게 불이익을 당할까봐 조심하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이와 같은 사실을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께서는 알고 있는지요?

 

유인촌문화체육장관님!

교육은 시행착오를 범하면 안 됩니다. 시행착오로 인하여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어둡게 하면 나라의 미래가 어두워지는 것입니다.

 

덧붙여 첨언 드립니다. 무조건 끌고 가는 게 리더가 아니란 사실입니다. 리더는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좋은 대안을 제시하여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실천할 줄 알아야 합니다. 몇 사람의 생각을 모아 전체를 끌고 가려는 누를 범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어느 중학교 축구 감독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수업 다 받고 주말 리그를 한다면 축구선수 키우지 말라는 거니까 대충해야죠, 라고.

 

지금 축구선수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미래의 국가대표, 나가서는 제 2의 박지성같은 선수가 되기를 희망하고, 훌륭한 축구선수로 성장하기를 원하여 투자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어를 잘하고, 영어를 잘하고 축구를 잘하는 선수가 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지요. 너무 많은 것을 학생에게 요구하지 말아주시기를 청합니다.

 

대한민국 축구 동호인의 한 사람으로서 긴 글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2009.02.11 11:56 ⓒ 2009 OhmyNews
축구 지역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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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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