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영화스틸컷

▲ 키친 영화스틸컷 ⓒ (주)수필름


신민아, 주지훈, 김태우 주연 <키친>이 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은 작년에 개봉해 화제를 모았던 <아내가 결혼했다>와 유사한 소재를 가지고 있다. 다만 손예진이 주연했던 주인아보다 신민아가 연기한 안모래가 관객들이 받아들이기에 조금 더 가볍다는 차이가 있다. 영화자체가 불륜이란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이것을 가볍게 희석시키기 위해 홍지영 감독은 의도적으로 밝게 연출했다.

<키친>은 <아내가 결혼했다>를 본 관객들이라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소재를 다루고 있다.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남자와 만나고 있는 안모래(신민아)의 모습은 영화뿐만 아니라 TV드라마에서도 익숙하게 봐왔던 인물임에 틀림없다. 이런 인물이 관객에게 호응을 얻으려면 무엇인가 색다른 흡인력이 있어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미 익숙한 소재에 관객들이 질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키친> 관객들에게 다른 흡인력을 주고 있는가?

영화 <키친>의 안모래는 어떻게 보면 참 난감한 여자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손예진이 보여준 주인아 캐릭터는 처음부터 대놓고 자유연애주의자임을 표방하고 있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주인아가 보여준 불륜은 남녀 성 캐릭터가 바뀌었을 뿐 자신이 줄곧 외치던 연애관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달리 말하면 자신이 원래 생각하고 있던 대로 행동한 것뿐이다. 그래서 분명 불륜을 다루고 있지만 주인아는 나름 장점 역시 가지고 있는 캐릭터였다.

<키친>에서 신민아가 연기한 안모래는 주인아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다. 이 작품은 불륜이란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이것을 마치 지나가는 1회용 장난처럼 느끼게 만든다. 안모래는 자신이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이상형 한상인(김태우)과 결혼한다. 그녀에게 있어 한상인은 연애감정보다 너무나 편안한 결혼상대자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결혼 후 알게 된 박두레(주지훈)와 한낮에 정사를 나누고 자신의 남편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그녀의 위태로운 이탈은 시작된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남편에게 아무런 거리낌 없이 솔직히 고백하는 과정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이 작품이 로맨스 영화인지 착각하게 만든다. 이런 착각은 마치 불륜을 일상생활 속에서 한번쯤 경험해볼 수 있는 작은 일처럼 느끼게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한상인이 요리사가 되기 위해 후배 박두레를 자신의 집에 초대하여 요리를 배우면서 안모래와 박두레가 보여주는 기묘한 동거 역시 어떤 부분에서 관객들의 설득력을 얻기 힘든 부분일 수 있다. 특히 한상인이 자신의 아내와 하룻밤을 지낸 사람이 박두레임을 알게 된 순간 오히려 자신이 아내에게 큰 소리 치지 못하고 아내에게 자신의 사랑을 선택받아야하는 장면은 <아내가 결혼했다>와 겹쳐 보인다. 하지만 설득력은 <아내가 결혼했다>보다 떨어지고 있다.

불륜을 가볍게 풀어낸 것 까지는 좋다. 하지만 설득력은?

키친 영화스틸컷

▲ 키친 영화스틸컷 ⓒ (주)수필름


관객들에게 흡인력을 주기 위해 선택한 소재가 단순히 결혼한 유부녀의 불륜이라면 이 부분을 가볍게 풀어내는 것 까지는 크게 약점이라고 지적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가볍게 풀어낸다고 해도 안모래가 박두레와 벌이는 가벼운 느낌의 불륜이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가져야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키친>은 <아내가 결혼했다>의 주상인처럼 관객들에게 큰 설득력을 부여하기는 힘들 것 같다. 손예진이 연기한 주인아는 처음부터 캐릭터가 그런 인물이다. 그녀는 누구에게 얽매이기 싫어하고 자유연애를 자신의 생활신념으로 살아가는 여자다. 그런 주인아에게 결혼이란 틀에 얽매여 한 남자만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아라는 캐릭터는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 공감을 줄 수 있었다.

신민아가 연기한 안모래는 이런 공감 면에서 우선 큰 지지를 얻기 힘든 인물이다. 개인적으로 신민아의 연기는 이 작품에서 당연 돋보인다. 그녀가 보여준 안모래 캐릭터는 영화에서처럼 톡톡 튀고 발랄하다. 연기로만 평가하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너무나 가볍게 채색된 안모래 캐릭터 특성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영화에서 신민아의 연기가 돋보임에도 이 캐릭터 자체는 상당히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다른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고 하룻밤 같이 정사를 나눈 후 보여주는 안모래의 심경 변화와 행동은 모든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얻긴 힘들 것 같다. 관객들 모두에게 설득력을 얻기에는 너무나 가벼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있어 유부녀란 타이틀이 주인아처럼 처음부터 아무런 의미 없는 것이었다면 이런 평가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캐릭터는 모든 면에서 애매모호하다. 무엇인가 확실한 임팩트가 없다. 왜 그녀가 저렇게 호기심을 가지고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지, 그리고 남편이 자신의 후배가 그녀와 하룻밤을 보낸 남자임을 알고도 어떻게 저런 반응을 보일 수 있는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들이 영화에서 일어난다.

결국 영화가 처음부터 가벼운 로맨스코미디 영화를 지향하고 있다고 해도 자극적인 요소를 이런 식으로 풀어내었다는 것은 얄팍한 상술이란 평가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영화에서 아무리 세련된 연출이 돋보인다 해도,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이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큰 공감을 얻기 힘든 인물들로 채워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연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까?

<키친>은 심각한 영화가 아니다. 가벼운 영화로 생각한다면 장점이 돋보이는 작품이 될 수 있다.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 역시 크게 나쁘지 않다. 젊은 배우들이지만 항상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신민아, 주지훈의 연기와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고 있는 김태우가 보여준 앙상블은 영화에 대해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결국 이 작품은 관객들이 불륜이란 자극적인 소재를 단순하게 풀어낸 영화 연출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느냐에 따라 평가가 완전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가벼운 영화로 관객들이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자극적인 소재를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용했다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영화 운명 역시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

과연 관객들이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지 다음 주 그 결과를 확인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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