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모어 징크스(2년차 징크스)라는 말이 있다. 신인 때 맹활약을 하던 선수들이 2년차에 접어들어 갑작스런 부진에 빠지는 것을 일컫는다.

이는 단순히 '원인 모를 징크스'가 아니다. 입단 후 1년이 지나면 자신의 기량이 상대에게 완전히 노출되고, 그만큼 '맞춤형 견제'를 받기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이를 쉽게 극복하지 못한다.

그러나 모든 2년차 선수들이 '소포모어 징크스'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2008~2009 V-리그에서는 오히려 2년차 선수들의 기량이 만개하며 코트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임시형] 주전 등극과 동시에 3라운드 MVP 수상

 임시형은 공수에서 현대캐피탈의 주력 선수로 도약했다.

임시형은 공수에서 현대캐피탈의 주력 선수로 도약했다. ⓒ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의 임시형은 지난 시즌 송인석, 후인정, 로드리고 로드리게스 등에 밀려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았다. 간간히 '조커'로 등장해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신인왕을 차지했지만, 유망주의 탈을 완전히 벗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시즌에도 임시형이 처한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임시형의 포지션인 왼쪽 공격수에는 송인석이 건재한 가운데, '제2의 루니'로 불리는 외국인 선수 매튜 존 앤더슨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시형은 현재 당당히 현대캐피탈의 주전 레프트 한 자리를 꿰찼다. 프로 출범 후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쌓아 올린 '송스타' 송인석을 벤치로 밀어낸 것이다.

공격수로는 그리 크지 않은 신장(190cm)이지만, 건실한 수비와 과감한 공격으로 '장신 군단' 현대캐피탈에서 보물 같은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시즌 42.32%에 불과했던 공격 성공률은 이번 시즌 51.14%로 치솟았고, 서브 리시브 성공률(66.17%)도 지난 시즌(61.79%)에 비해 향상됐다.

특히 임시형은 지난 3라운드에서 오픈공격 1위(59.26%), 리시브 2위(세트당 5.71개)를 기록,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선정하는 3라운드 MVP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임시형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김요한] '준비된 스타'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다

 국내 최고의 공격수로 거듭나고 있는 김요한

국내 최고의 공격수로 거듭나고 있는 김요한 ⓒ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

198cm의 훤칠한 신장과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F4'를 방불케 하는 눈부신 외모, 그리고 대학 시절부터 국가대표를 놓치지 않았던 빼어난 실력까지. 김요한은 프로 시대를 맞은 배구를 위해 태어난 듯한 '준비된 스타'였다.

그러나 입단 당시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와 갈등을 빚으며 뒤늦게 팀에 합류했고, 결국 41.31%의 초라한 공격 성공률로 첫 시즌을 마감했다. 당연할 것만 같았던 신인왕도 대학 동기 임시형에게 내주고 말았다. 성급한 사람들은 '김요한 거품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최악의 첫 시즌을 보낸 김요한은 와신상담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 꾸준한 활약으로 대학시절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김요한은 올 시즌 285점으로 득점 부문 4위에 올라 있다. 이는 국내 선수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다. 무조건 많은 공격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 성공률 부문에서도 2위(52.68%)에 올라 있을 만큼 영양가도 높다.

지난 30일 신협상무전에서는 '끝내기 스파이크'를 성공시킨 후 과도한 세리모니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만큼 코트 안에서 자신감이 넘친다는 반증이다.

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는 LIG의 중심엔 국내 최고의 공격수로 거듭나고 있는 김요한이 있다.

[진상헌-한선수] 한양대 속공 콤비, 대한항공을 이륙시키다

 '한양대 명콤비' 진상헌(왼쪽)과 한선수는 프로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한양대 명콤비' 진상헌(왼쪽)과 한선수는 프로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 대한항공 점보스


날개 공격수들은 토스 방향이나 높이가 좋지 않아도 개인 기량으로 득점을 성공시킬 수도 있지만, 속공을 위주로 공격을 하는 센터들은 세터와의 호흡이 절대적이다.

현대캐피탈의 '트윈 타워' 이선규와 윤봉우가 매 시즌마다 속공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것도 국가대표 세터 권영민과 완벽한 호흡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양대 시절부터 손발을 맞추며 탁월한 속공 타이밍을 자랑하는 대한항공 점보스의 센터 진상헌와 세터 한선수는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지난 시즌에는 두 선수 모두 벤치 멤버에 머물렀다. 진상헌이 코트에 들어설 때는 한선수가 없었고, 한선수가 등장할 땐 진상헌이 코트 밖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두 선수 모두 대한항공의 주전 자리를 확보했다. 덕분에 지난 해 84득점에 머물렀던 진상헌은 이번 시즌 벌써 125득점을 올리고 있고, 한선수 역시 세터 부문 3위(세트당 11.06개)를 달리며 쟁쟁한 대한항공의 공격수들을 이끌고 있다.

아직 코트 안에서 기복이 심해 종종 진준택 감독의 불호령을 듣기도 하지만, '진상헌-한선수 콤비'는 LIG와 치열한 3위 다툼을 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운명을 결정할 키 플레이어다.

프로배구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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