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프로 선수라 하면,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 1의 덕목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 선수로의 덕목을 이행하기 위해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도 대부분 구단들이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상에 대처하는 능력에 따라 올 시즌 성적이 갈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상후 치료를 받는 박상오

부상후 치료를 받는 박상오 ⓒ 서민석

주전 선수의 부상을 못 넘어선 팀들

 

아직 10승 고지로 못 올라선 '독보적인 최하위'인 부산 KTF는 올 시즌 그야말로 ‘부상 병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축-벤치 선수 가릴 것 없이 이어지는 돌림 부상으로 어떻게 손 쓸 방법을 찾기가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팀 공격을 책임졌던 김영환이 일찌감치 무릎 부상으로 시즌 개막 때부터 팀에 합류하지 못했고, 임영훈-조동현 등 알토란 같은 벤치 멤버들 역시 부상으로 벤치를 비우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두 선수가 최근 팀에 합류했지만, 노장인 양희승과 송영진 역시 잔부상으로 코트를 들락날락거리는 경우가 잦다. 여기에 외국인 센터 스티브 토마스 역시 필리핀 리그에서부터 문제점으로 지적 받던 무릎 부상으로 인해 팀에 큰 보탬이 되질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1월 27일 인천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는 최근 팀의 주포로 자리잡은 박상오가 2쿼터 도중 전자랜드 황성인과의 충돌 과정에서 머리를 코트에 부딪혀 한동안 움직이지 못할 만큼 큰 부상을 당했다. 이미 시즌 도중에도 발목-허리 잔부상으로 고생했던 박상오임을 감안하면, KTF 입장에서는 올 시즌  ‘부상 악령’에 치를 떨 만한 상황인 셈이다.

 

SK 역시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팀 주전 가드 김태술이 시즌 전 어깨부상으로 인한 재활로 인해 개막전부터 합류하지를 못하면서 시즌 초반 스타트가 좋질 못했고, 외국인 센터 디엔젤로 콜린스 역시 무릎 부상과 대마초 파동이 겹치면서 최근 퇴출 당했다.

 

그러나 부상과 SK의 관계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바로 방성윤이다.

 

지난 4일 KCC와의 경기 도중 추승균과 부딪혀 이미 2주 정도 코트를 비운 바 있는 방성윤은 지난 1월 27일 원주 동부와의 경기 4쿼터 막판 동부 이광재와의 충돌로 가슴에 큰 충격을 받는 부상을 다시 한 번 당한 것이다. SK의 삼고초려 끝에 어렵사리 미국행에 대한 꿈을 접게 하고 한국으로 복귀시킨 방성윤이지만, 올 시즌 결정적인 순간마다 ‘부상’으로 팀 상승세에 발목을 잡는 셈이다.

 

묘한 것은 지난 2005~2006시즌 데뷔한 방성윤은 그 해 34경기를 시작으로 2006~2007 시즌 36경기,2007~2008시즌 33경기 등 매 시즌 부상으로 결정적인 순간마다 코트를 비웠다는 것이다. SK 입장에서는 이제 방성윤이 코트에 넘어지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것을 느끼는 셈이다.

 

이 밖에도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오리온스 역시 주전 가드 김승현의 고질적인 허리 부상에 시달렸고 올 시즌 외국인 선수 1R로 뽑았던 가넷 톰슨이 어깨 부상의 후유증으로 퇴출된 바 있다.

 

또한, 전자랜드 역시 주포인 외국인 선수 포웰이 결정적인 순간마다 결장, 팀 상승세를 이어가질 못했다. 여기에 시즌 초반 선두를 내달리다 최근에는 5할 승부에 턱걸이를 하고 있는 안양 KT&G 역시 외국인 센터인 캘빈 워너의 부상 공백을 극복하지 못한 케이스다.

 

그나마 포웰이나 워너의 경우 최근 팀에 다시 합류하기는 했지만, 좀처럼 시너지 효과는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부상이라는 악재를 잘 넘어선 상위권 팀들

 

이렇듯 하위권 팀들이 주축 선수의 부상이라는 악재를 넘어서지 못하고 하위권에 처져 있는 반면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동부-모비스-삼성은 주축 선수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수들의 활약과 임기응변으로 그 고비를 잘 넘기고 있다.

 

우선 선두 원주 동부의 경우는 외국인 선수급으로 불리는 김주성의 부상이라는 위기를 맞았다.

 

지난 1월 14일 대구 오리온스전에서 부상을 당한 김주성은 올 시즌 부상 전까지 33분 정도를 뛰어 매 경기 거의 풀 타임을 뛰고 있는 KT&G의 가드 주희정 다음으로 출장 시간이 긴 선수다. 올 시즌 31경기에서 14.71점 5.9리바운드로 제 몫을 다해줬던 그의 부상은 가뜩이나 지난 시즌의 위용을 잃은 외국인 센터 레지 오코사의 부진과 맞물려 동부에게 위기가 찾아오는 듯 했다.

 

그러나 김주성의 공백은 올 시즌 신인 포워드인 윤호영(36경기 5.42점 3.44리바운드)이 잘 메워주면서 위태위태한 과정에서도 선두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 수비형 식스맨인 변청운 역시 화려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김주성의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다.

 

이렇듯 벤치 멤버의 활약을 앞세워 2위 울산 모비스(23승13패)에 두 경기차로 앞선 동부(25승11패)는 김주성 없이 치른 4R 중반 이후 3승2패로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

 

2위인 울산 모비스 역시 올 시즌 새롭게 팀의 주축 가드로 도약한 김현중이 지난 2008년 12월 31일 KTF와의 경기 도중 박상오의 발을 밟아 왼발목 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다. 올 시즌 평균 10.5점 5.4어시스트로 양동근이 빠진 팀의 주축 포인트가드로 거듭난 상황에서 당한 부상이라 그 아픔이 클 수밖에 없었다.

 

묘한 것은 지난 시즌에도 시즌 도중 함지훈의 무릎 부상으로 결국 9위로 시즌을 마감했다는 것이다. 두 시즌 연속 팀의 주축 선수의 결장으로 모비스는 자칫 잘못하면 올 시즌 중반 이후 급전직하할 위기에 처했던 셈이다.

 

하지만, 모비스는 김현중 없이 치른 10경기에서 7승3패로 선전중이다. 외곽슛이 좋은 포인트가드 박구영과 게임 리딩이 돋보이는 베테랑 하상윤을 앞세워 공백을 메우는 것도 있지만, 우지원-천대현-우승연 등 풍부한 포워드진을 앞세워 상대 가드진과에 매치업상의 우위를 앞세워 경기를 유리하게 전개하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김현중의 부상이라는 악재를 박구영-하상윤이라는 백업가드를 앞세워 잘 넘겼던 모비스에게 또 한번 위기가 찾아왔다. 바로 외국인 선수인 오다티 블랭슨이 지난 26일 오리온스와의 경기에서 발목 부상을 당한 것.

 

비록 올 스타 휴식기 직전 단 한 경기만을 남겨놓은 것이 다행이지만, 모비스 입장에서는 다시 한 번 부상 대처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한때 6연패까지 당하면서 PO행도 장담 못하다가 최근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앞세워 3위까지 치고 올라온 삼성 역시 팀의 살림꾼인 강혁이 지난 1월 8일 오리온스 전에서 레이업슛 시도도중 양쪽 손목뼈에 금이 가는 부상으로 8주 진단을 받았다.

 

슈팅가드로 공-수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던 강혁의 부상으로 위기를 맞았던 삼성 역시 강혁 없이 치른 4R 8경기에서 5승3패로 선전했다. 팀 컬라 자체가 이상민-이정석 가드진 중심에서 최근 차재영-김동욱 두 젊은 포워드의 활약으로 포워드 위주로 바뀐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결국 올 시즌 잘나가고 있는 세 팀 역시 주축 선수의 부상이라는 위기를 맞았지만, 백업 맴버나 다른 포지션의 선수에 분전으로 흔들리지 않고 있는 셈이다.

 

 원주 동부의 김주성

원주 동부의 김주성 ⓒ 서민석

 

부상 안 당하고 잘 대처하는 것도 결국 실력

 

이렇듯 올 시즌 모든 팀은 거의 대다수가 주축 선수의 부상이라는 악재를 맞았다.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54경기의 빡빡한 스케줄에 심심찮게 주말 연전이 펼쳐져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심한 시점에서 부상이 속출하는 것도 어느정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물론, 선수가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모두 소화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주축 선수 역시 철인이 아니라면, 당장의 성적 때문에 특정 선수에 대한 무리한 출장을 감행하기 보다는 틈틈이 벤치 멤버를 육성하고 주축 선수의 체력 안배 등과 같은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나타나는 시즌 중반 이후의 부상을 확실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상대 선수를 배려하는 ‘스포츠맨십’ 역시 누누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만약 부상을 당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놓는 것 역시 진정한 프로다운 모습일 것이다.

 

부상 당한 선수들의 빠른 쾌유와 더불어 남은 시즌 다른 선수들의 또다른 부상이 없길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2009.01.28 13:51 ⓒ 2009 OhmyNews
프로농구 선수 부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