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현

김두현 ⓒ 웨스트 브롬위치

 

'한국의 스콜스' 김두현(27, 웨스트 브롬위치)의 '비상'이 시작됐다.

 

김두현은 25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홈구장인 더 호손스에서 열린 리그1(3부리그) 번리와의 FA컵 4라운드 경기에서 전반 45분 오른쪽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얻은 오른발 프리킥으로 시즌 첫 골이자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첫 득점을 성공시켰다.

 

그동안 김두현의 활약이 뜸했던 것은 사실이다. 올 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붙박이 주전을 보장받았지만, 지난해 9월말 무릎 인대 부상으로 6주간 결장하면서 부터 슬럼프에 빠져 고전을 면치 못했다. 최근에는 4-1-4-1 전형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왼쪽 윙어를 번갈아가며 '공격형 미드필더'인 자신의 주 포지션이 아닌 곳에 출장 기회를 부여 받았고, 이마저도 활약이 좋지 못해 교체 출장과 결장을 밥 먹듯이 오갔던 비운을 맛봤다.

 

그랬던 김두현이 최근에 살아나고 있다. 지난 14일 FA컵 3라운드 피터보로전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하더니 이번 번리전에서 골을 넣으며 슬럼프 탈출의 본격적인 신호탄을 알렸다. 이 골은 토니 모브레이 감독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을 수 있는 결정적인 장면. 번리전에서는 주전 미드필더 자원인 조나단 그리닝이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선발 출장 기회를 부여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골을 넣은 흥분도 잠시, 김두현으로서는 이제부터 '경쟁 싸움'을 위한 본격적인 시작에 들어갔다. 팀이 리그 최하위로 강등권에 속했기 때문에 시즌 후반기에서의 활약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토트넘, 블랙번, 미들즈브러, 스토크 시티와 승점이 서로 같은데다(21점) '최근 극심한 내림세에 빠진' 리그 9위 헐 시티를 승점 6점 차이로 추격중이기 때문에 강등권 탈출의 희망이 아직까지 충만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활 골'을 쏘아 올린 김두현의 진면목이 시즌 후반기에 충분히 묻어난다면 팀이 강등 위기 위기에서 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두현은 정확한 킥 능력과 벼락같은 중거리슛, 문전 돌파에 이은 예리한 슈팅으로 언제든지 골을 뽑을 수 있어 팀 승리를 이끄는 해결사로 거듭날 가능성이 크다.

 

김두현으로서는 '코리안 프리미어리거'라는 타이틀이라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전 소속팀인 수원과 성남 그리고 대표팀에서 핵심적인 선수로 활약했던 그였기에 지난 1년간 몸담았던 잉글랜드 무대는 참으로 낯설고 외로웠을 것이다. 리그 특성상 거친 것은 물론이며, 매 경기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힘든 승부에서 이름 석 자 알리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몸으로 마음으로 체득하면서 깨달았을 것이다. 그동안 자신에게 능숙하지 않은 영어 배우기에 전념할 만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번리전 골은 자신의 잉글랜드 축구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동안 부상과 재활, 슬럼프로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다소 잊힌 선수가 되는 듯 했지만 이번 골로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며 팀에 활력소를 불어 넣었다. 만약 김두현이 시즌 후반기에 전폭적인 선발 출장 기회를 받아 팀의 강등권 탈출 주역으로 거듭난다면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왔던 선수 인생 최고의 영광스러운 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두현은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2명의 코리안리거 중 한 명이다. 그동안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네 시즌 동안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한국의 자존심으로 성장했다면 김두현은 이번 골을 통해 코리안리거의 '새로운 자존심'으로 떠올랐다.

 

그런 김두현에게 새로운 자존심이란 키워드가 어울리는 이유는, 축구의 본고장인 잉글랜드로 건너가 한국 축구의 매운맛을 알리겠다던 코리안리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했던 이영표-이동국-설기현은 전 소속팀에서 전력 외 선수로 분류되어 벤치를 전전한 끝에 다른 리그로 둥지를 틀 수 밖에 없었다. 이동국과 설기현은 완전한 실패였고 이영표는 베누아 야수-에코토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고도 후안 데 라모스 감독(현 레알 마드리드 감독)의 신임을 얻지 못해 독일행을 선택하고 말았다. 유일하게 박지성만이 성공적인 행보를 그려가고 있는 실정.

 

이러한 상황에서 김두현이라는 존재가 등장한 것은 코리안리거의 활약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팬들에게 반가움을 안겨주는 좋은 소식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생존을 향한'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자신의 경쟁력 향상과 동시에 탄탄한 앞날 행보를 그려가기에 충분하다.

 

김두현은 오는 28일 새벽 5시 리그 1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에 출격할 예정이다. 박지성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졌기 때문에 코리안리거 맞대결이 무산되었지만, 지난 1년간 잉글랜드 무대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쌓았던 김두현이 1위 팀을 상태로 어떤 활약을 보일지 기대되는 경기다.

 

소속팀 붙박이 주전 진입과 강등권 탈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김두현의 사투가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저의 블로그(http://pulse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1.25 16:36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저의 블로그(http://pulse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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