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기자 김홍석입니다'라고 소개할 날을 고대하는 파워블로거 김홍석씨

'<야구타임스> 기자 김홍석입니다'라고 소개할 날을 고대하는 파워블로거 김홍석씨 ⓒ 김홍석

김홍석씨는 '왜 야구라는 주제를 선택하게 되었냐'는 질문을 뜬금없어하는 눈치였다. 초등학생 때 아버지를 따라 부산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본 이후 야구는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었다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는 대답에서 야구에 대한 그의 열정이 느껴졌다.

오는 29일이면 이처럼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전업 블로거들이 모여서 차린 스포츠 블로그 언론사가 국내 최초로 탄생한다.

'MLBspecial'의 김홍석(31)씨와 'yagoora'의 손윤(36)씨가 그 주인공이다. <야구타임스>는 메이저리그뿐만 아니라 한국 야구와 일본 프로야구까지 모두 다루는 '야구 종합 블로그 언론'을 목표로 한다.

블로그를 정기간행물법상의 언론사 법인으로 등록한 것이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외국에서는 굳이 언론사로 등록하지 않더라도 온라인상에서 이름을 알리면서 충분한 수익을 보장받고 있는 파워 블로거들이 많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미개척 분야인 탓이다.

파워 블로거의 '블로그 언론사' 등록

김홍석씨도 2008년 한 해 동안 자신의 블로그에 250만명 이상의 누리꾼들을 불러 모은 전형적인 파워블로거다. 그럼에도 그동안 '블로거 ○○○입니다'라는 소개로는 취재력의 한계를 느껴왔었다. 언론인으로서 공신력을 갖는 기자가 될 필요성을 느꼈고, 그러면서도 자본과 조직으로부터 자유로운 '블로그 기자'를 생각해낸 것이다.

사실상 '1인 미디어'의 정기간행물 등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5년 <스포츠조선> 야구부장 출신의 민훈기 기자가 <민기자닷컴>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하면서 개인사업자 등록을 마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야구타임스>는 대형 언론사에서 다듬어진 직업기자가 아니라 콘텐츠만으로 인정받은 블로거들이 모였다는 점에서 1인 미디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할 만하다.

하지만 블로거가 과연 글만 써서 먹고 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얻게되는 수익은 주로 광고다. <야구타임스>의 경우에는 블로그들과 파트너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는 TNM미디어에서 광고를 수주해 오고 있다. 영향력 있는 칼럼에 대해서는 기존 언론들처럼 포털사이트에서 콘텐츠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오는 3월 열릴 WBC 세계 야구선수권대회 취재를 위해 자료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는 김홍석씨를 이메일로 만나봤다.

야구는 '선택'이 아닌 '필연'

 김홍석 기자의 블로그 MLBSpecial.com

김홍석 기자의 블로그 MLBSpecial.com ⓒ 이중현


- 자신과 블로그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부산대학교 전자공학과 98학번이다. 2000년부터 다음 카페 '메이저리그 이야기'(회원수 2만5천명)에서 활동을 시작해 4년 동안 운영자 겸 카페 필진으로 활동했다. 그러던 중 2002년에 한 주요 언론사에서 '메이저리그 전문 객원기자'로 일해 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받게 되었고 그때부터 '기자'로서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잘 다니던 전자공학과를 3학년까지 마친 상태에서 새로 수능을 쳐서 같은 학교 신문방송학과 03학번으로 입학했다. 언론이라는 분야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 후 확실하게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카페에 올리는 글들을 개인적으로 보관하기 위해 2007년 1월에 블로그를 만들었는데, 그해 4월경 이를 지켜 본 <미디어다음> 스포츠팀과 <데일리안>에서 동시에 연락이 왔다. 각각 메이저리그 전문 칼럼니스트, 메이저리그 전문기자가 되어 달라는 요청이었다.

이때부터 '전업 블로그 기자'로서의 생활이 시작되었고, 2년간의 블로그 기자 활동 끝에 <야구타임스>를 기획하게 되었다. 3월부터는 <미디어다음><데일리안>과의 모든 계약이 종료되고 <야구타임스>의 김홍석 기자로 인사드리게 될 것이다."

- 왜 '야구'라는 주제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내게는 야구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왜'라는 질문 자체가 생소하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처음으로 부산 사직구장을 찾은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지금은 고인이 된 롯데의 선발 박동희 선수를 본 그날 이후로 야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가 되었다.

이후 진학한 부산중학교와 경남고등학교도 신입생들에게 수업보다 학교의 야구 응원가를 먼저 가르칠 정도로 야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점심시간만 되면 친구들 대부분이 농구나 축구를 할 때, 몇몇 마음 맞는 친구들과 더불어 야구를 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야구는 '선택'이었다기보다 '필연'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 무척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이라 생각한다."

- '블로그 언론사'라는 개념이 생소한데?
"<야구타임스>의 법인 등록 신청을 해놓았고, 이달 말 경에는 정기간행물 등록증이 발급될 예정이다.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지만 스포츠 쪽에서는 처음일 것이다. 사실 형태상으로는 일반적인 인터넷 신문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블로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한다는 점이 기존의 언론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하겠다.

비슷한 모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때 <스포츠조선>의 야구부장을 지냈던 민훈기 기자가 <민기자닷컴>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하면서 국내 최초의 '1인 미디어' 시대를 열었으나 우리처럼 정기간행물로 등록한 것은 아니었다."

- <야구타임스>는 몇 명이 함께 활동하게 되나?
"<미디어다음> 스포츠팀에서 메이저리그 전문 칼럼니스트로 기고해왔던 나와 '야구라'의 손윤님이 주축 멤버가 될 예정이다. 나는 'MLBspecial', 손윤씨는 'yagoora'라는 팀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야구타임스>가 정식 법인 등록되면 우리는 '기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된다. 편집기자의 역할을 내가 맡기로 했다. 이 외에도 객원기자 형식으로 2~4명 정도의 파트너 블로거들이 함께할 예정이다."

- 외국에도 '블로그 언론사'가 있는지?
"외국에는 다양한 '프로 블로거'들이 있다. 굳이 언론사로 등록하지 않더라도, 온라인상에서 이름을 알린 블로거들은 그 자체로 충분한 수익을 보장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몇몇 사람들은 유명 언론사들과의 계약을 통해 자신들의 글을 해당 사이트에 공급하기도 한다. 미국의 유명한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나 <FOX 스포츠> 등에는 그렇게 시작한 블로거 출신 칼럼니스트들이 꽤나 이름을 얻고 있다."

"야구팬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겠다"

 롯데 자이언츠 포수 강민호 선수와 함께 포즈를 취한 김홍석씨(왼쪽)

롯데 자이언츠 포수 강민호 선수와 함께 포즈를 취한 김홍석씨(왼쪽) ⓒ 김홍석


- 정기 간행물로 등록하게 되면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이익이 있는지? 
"개인 블로거나 언론사 소속의 기자나 둘 다 장점과 더불어 한계를 가지고 있다. 취재를 가더라도 '블로거 ○○○입니다'라고 해봤자,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런 필요에서 '언론의 취재력을 지닌 블로그'의 필요성을 느꼈고, 단순한 전업 블로거가 아니라 '전업 블로거 기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야구타임스>의 법인 등록은 이미 오래전부터 '블로거들의 파트너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TNM 미디어'의 도움을 통해 이루어졌다. 오는 29일 정기간행물 등록 승인이 나면 정식으로 <야구타임스>의 활동이 시작될 것이다."

- 블로그이기도 하고 언론사이기도 한 것인가?
"일반 언론사에 취직하면 '회사원'이 될 뿐, '언론인'이 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블로그 언론사'의 시작 동기였다. 블로그가 일반 언론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블로거의 생각과 의견을 비교적 자유롭게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야구타임스>도 그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언론사이되 '회사'라는 큰 틀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프로 블로거'들이 모여서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도 기본적으로는 언론사의 틀을 가지고 있고 보도기사 또한 제공할 예정이지만, 참여하는 '블로그 기자'들의 개개인의 창의성을 반영하는 '칼럼'이 기본이 될 것이다."

- 블로거들의 칼럼은 기존 언론에 비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비판도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뉴스보도에 있어서 무조건 객관성이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객관성'이라는 것 자체가 상업적인 목적에서 생겨난 것이며, '진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모르고 있다. <야구타임스>는 '객관성'을 추구하는 언론이 아니라, 때로는 편파적으로 보일지라도 블로거 기자들의 색깔이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는 새로운 언론 형태를 지향한다."

-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블로그 시장이 좁은 것이 사실이다. 블로그 언론사 <야구타임스>의 수익 모델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지?
"시장은 직접 만들어나가면 된다. 현재 개인 블로거들도 '구글 애드센스'와 '다음 블로거뉴스 AD' 등의 광고를 통해 약간씩의 수익을 얻고 있다. <야구타임스>도 마찬가지로 광고 수익을 늘려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광고 수익이라는 것은 어차피 해당 사이트의 방문자 수와 직결되는 것이니 좋은 글(기사)을 계속해서 써서 많은 야구팬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정식으로 법인 등록이 되면 TNM 미디어에서 수주해 오는 광고 수익, 그리고 포털과 일반 언론사와의 콘텐츠 계약을 통해 수익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블로그 자체 방문자 수가 점차 늘어난다면 굳이 포털과의 계약이 아니더라도, 자체적인 광고 수익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저조하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식고 있는데 일반인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만한 포인트를 집어낸다면?
"<야구타임스>는 메이저리그뿐만 아니라 한국 야구와 일본 프로야구까지 모두 다루는 '야구 종합 블로그 언론'이다. 물론 주로 활동할 블로거 기자 두 명이 모두 메이저리그 칼럼니스트 출신이긴 하지만 영역을 좀 더 넓힐 생각이다.

올해 일반 한국팬들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나 박찬호 선수의 선발 확정 여부와 지난해 좋은 활약을 선보이면서 미국 현지에서도 크게 주목받고 있는 추신수 선수의 활약 여부다. 경기력도 뛰어나지만 경기 외적인 면에서도 메이저리그는 한국 야구가 지향해야 할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시합이 펼쳐지는 구장만 보더라도 한국의 팬들은 부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구단 자체적으로 수익이 나는 구조를 갖추고 있고, 다양한 선수 관리 방법들은 꾸준하고도 오랜 선수생활을 보장하고 있다. 현역 메이저리그 최고령 투수인 제이미 모이어는 62년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로 48세이다. 선수들의 전성기가 5년도 되지 않고 30대 초반이면 은퇴를 생각해야 하는 한국 야구의 모습들은 메이저리그를 벤치마킹하면서 고쳐나가야 한다고 본다.

3월에 개최되는 제2회 WBC를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메이저리그를 즐기실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특히 최강의 방패(투수력)를 자랑하는 미국 대표팀과 최강의 창(타력)을 보유한 도미니카 공화국 대표팀의 경우는 메이저리그 올스타급 선수들이 그 주축이다. 이들의 위력적인 투구와 호쾌한 타격을 감상한다면 메이저리그에도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 앞으로 장기적으로 블로그 언론사 야구타임스를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지?
"내 좌우명은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이다. 아무리 계획이라는 걸 세워봤자 당장 한 달 후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삶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구체적으로 '6개월 후' 또는 '1년 후'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은 딱히 없다. <야구타임스>라는 블로그 언론사를 만들게 되었고 '전업 블로거 기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굳혔으니, 거기에 부끄럽지 않게 현재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할 뿐이다. '언제나 야구팬들과 우리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는 것'이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 '블로그 언론사'를 만드는 입장에서 다른 분야의 블로거들에게 조언해 준다면?
"지금 당장은 내가 그런 조언을 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 현재는 시도 단계일 뿐이다. 최소한 3년 정도를 내다보고는 있지만, 안정적인 수익과 더불어 정착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인지는 적어도 올 한해가 지나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1년 후, 야구타임스가 많은 야구팬들에게 알려져서 인정받는 '블로그 언론'으로 입지를 굳히게 되면 그때 다시 물어봐 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중현 기자는 <오마이뉴스> 9기 인턴기자입니다.
김홍석 야구타임스 블로그언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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