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높이일 것이다.

 

그러나 올 시즌 ‘높이’를 앞세워 우승 후보로 까지 꼽혔지만, 썩 미덥잖은 행보를 보인 KCC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높이가 승리를 이끄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지는 몰라도 그것만으로 승리를 따낼 수 없는 것 역시 현실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난 시즌부터 높이에 대한 약점을 빠른 공-수 전환과 주전-비주전을 가리지 않는 선수들의 물량공세로 정규리그 4위(30승24패)에, PO 4강에 오른 KT&G식의 농구는 팬들에게는 신선한 볼거리임에 틀림없다. 상대 장신 선수를 상대로도 당당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것 가체가 분명 쉽게 보기는 힘든 경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묘하게도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올 시즌 역시 KT&G는 시즌 중반을 넘기면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팬들에게 재미있는 농구로 어필하고 있는 KT&G는 과연 찾아온 위기를 성장통 정도로 넘길 수 있을까?

 

 KT&G 정휘량과 양희종

KT&G 정휘량과 양희종 ⓒ 서민석

시즌 중반 이후 눈에 띄게 힘든 상황

 

1R를 6승3패로 기분 좋게 출발했을 때만 해도 시즌 직전 있었던 유도훈 감독의 급작스런 사임과 높이의 한계라는 KT&G의 가장 큰 약점은 오히려 선수단을 똘똘 뭉치게 하는 접착제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듯 했다. 지난 시즌 팀의 강점이었던 스피드는 여전했고, 포인트가드 주희정을 중심으로 한 조직력은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R에서 5승4패로 부진에 빠지고, 2R 초반부터 캘빈 워너 역시 부상으로 빠지면서 가뜩이나 높이의 열세를 주희정-황진원-양희종-챈들러-워너 등 전 포지션의 선수들이 뛰는 스피드 농구로 메우는 팀 컬러 역시 점차 비틀대기 시작했다.

 

3R 들어 처음으로 5할을 밑도는 4승5패의 성적을 거두면서 KT&G의 위기는 더욱더 짙어졌다. 기어이 4R들어서는 오리온스에게 85-81로 승리를 거두었을 뿐 LG-모비스-KCC에게 모두 패하면서 1월 17일 부산 KTF와의 경기 전까지 1승3패라는 최악의 부진에 빠졌었다. 지난 시즌 역시 시즌 중반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던 악습을 올 시즌 역시 재현고 있다.

 

 경기전 슛 감을 조율하는 챈들러

경기전 슛 감을 조율하는 챈들러 ⓒ 서민석

뛰어난 공격력을 받쳐주지 못하는 수비력

 

KT&G의 문제는 수비다.

 

높이를 앞세운 수비가 아닌 끊임 없는 로테이션과 기습적인 더블팀-트랩등 아무래도 발품을 팔아야 하는 수비를 하다보니 시즌이 거듭되면서 점점 수비력 역시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수비 부분에서도 평균 83.81실점으로 8위로까지 추락했다. 최하위 KTF도 평균 82.47실점으로 7위에 기록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수비력에서는 사실상 낙제나 다름없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지난 시즌 KT&G는 공격에서도 평균 83.8점으로 3위를 기록했지만, 수비 역시 80.19실점으로 원주 동부-창원 LG에 이어 전주 KCC와 함께 공동 3위에 랭크될 만큼 공-수에서 안정적인 전력을 선보였었다. 하지만, 올 시즌 공격에서는 더욱더 좋아진 모습을 보이고있지만, 그러한 호재를 수비력에서 다 까먹고 있는 셈이다.

 

아무래도 높이를 만회해야하는 팀 사정상 많이 뛰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도 있을 것이고, 황진원과 양희종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지다보니 선수단 전체의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는 것 역시 KT&G에게는 예견된 악재였던 셈이다.

 

 경기 중 이야기를 나누는 신제록과 주희정

경기 중 이야기를 나누는 신제록과 주희정 ⓒ 서민석

챈들러에 대한 높은 집중도

 

여기에 또 한가지 문제점은 챈들러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전체 6순위를 통해 KT&G의 유니폼을 입은 마퀸 챈들러는 그야말로 KT&G가 추구하는 ‘빠른 농구의 전령사'나 다름 없었다.

 

지난 시즌 53경기에서 22.94점 9.09리바운드 3점슛 2.22개로 비록 196.5cm-104.3kg으로 골밑에서 상대 외국인 선수를 압도하는 파워 풀한 맛은 떨어졌지만, 골밑은 물론이고 ‘필’이 오는 날은 외곽에서 슈터 못지않은 3점슛, 여기에 승부사 기질을 갖춰 챈들러는 분명 KT&G의 중심이다.

 

31경기에 나와 평균 27.06점 9.26리바운드 3점슛 2.58개를 기록중인 챈들러가 KT&G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은 그야말로 ‘절대적’이다. 하지만, 팀의 주득점인 그에 대한 의존도는 다른 국내 선수들의 공격에 대한 부담은 분명 줄여주고 있으나 역으로 그에게만 편중된 경직된 플레이가 승부처에서 나오는 악순환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챈들러의 단짝으로 그의 부담을 덜어줬던 캘빈 워너가 지난 2008년 12월 13일 울산 모비스전 부상 이후 팀에서 제외됐다는 것 역시 그에게는 불행이었다. 부상 당하기 전 14경기에서 평균 18.86점 7.36리바운드를 기록. 공격에서 외국인 선수 1인분 역할은 확실히 해주고, 골밑 수비에서도 챈들러의 부담을 덜어줬음을 감안하면, 그의 공백은 더욱 아쉽다.

 

물론, 대체 외국인 선수로 로버트 써머스와 조나단 존스를 번갈아가며 영입, 공백을 메우려 했으나 2미터가 넘는 신장에 깡마른 체격을 지는 그들은 한 경기에서 10점도 넣기 힘든 빈곤한 득점으로 ‘챈들러 집중 현상’을 더욱더 심화됐다.

 

KT&G를 중상위권으로 끌어올린데 일등 공신인 마퀸 챈들러. 그러나 ‘6강은 몰라도 우승은 시킬 수 없는 외국인 선수’라는 몇몇의 평가처럼 높이에 대한 확실한 한계와 과도한 그에 대한 의존도는 최근 신음하고 있는 KT&G에게는 또 하나의 고민거리임에 틀림없다.

 

 토마스와 몸싸움을 펼치는 챈들러(우)

토마스와 몸싸움을 펼치는 챈들러(우) ⓒ 서민석

꼴지 KTF전 패배로 더 커진 위기

 

주춤주춤되더니 기어이 16승15패로 5할 승률 턱밑까지 내려온 KT&G는 1월 17일 부산에서 꼴지 KTF와 중요한 일전을 펼쳤다. 비록 꼴지이기는 하지만, 짜임새 있는 수비력을 갖춘 데다 최근 5연패로 연패를 끊어야 했던 홈 팀을 만나는 KT&G에게는 껄끄러울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캘빈 워너의 1주일 추가 진단에 따라 이날 경기에서는 워너나 존스 그 누구도 뛸 수 없어 외국인 선수는 챈들러 한 명만 뛰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1R 12점차(88-76)승리를 제외하고는 2-3R 5점차(83-78,80-75)로 근소한 점수차로 이겼기 때문에 더욱더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전반까지는 외국인 선수 한 명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가드진을 앞세운 빠른 공격과 이현호-김일두 두 토종 빅맨을 앞세운 절절한 조화가 이루어지면서 3쿼터까지는 47-47 동점을 이루며 팽팽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승부처였던 4쿼터에서 KT&G는 국내 선수의 급격한 체력 저하와 손쉬운 득점에 실패, 63-68로 패배하면서 16승16패로 5할 승률에 딱 턱걸이했다.

 

팀의 중심인 챈들러의 체력 저하, 여기에 궤를 같이한 국내 선수들의 동반 부진. 5할 승률에 딱 턱걸이한 KT&G에게 분명 큰 위기가 찾아온 셈이다.

2009.01.17 17:59 ⓒ 2009 OhmyNews
안양 K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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