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진 영화제작에 나선 마이크와 제리

▲ 영화사진 영화제작에 나선 마이크와 제리 ⓒ 싸이더스FNH

 

 세월이 가면서 기술발전을 이유로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전자계산기가 개발되면서 주판이 가치를 잃었듯이 DVD가 생겨나면서 비디오테이프가 왕년의 전성기를 잃었습니다. 물론 요즘은 불법다운로드 탓에 DVD 조차 밀려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말이죠.

 

 영화 <비카인드 리와인드>는 사라져 가는 것들을 추억하는 코미디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가리켜 '21세기 시네마 천국'이라고 평한 <씨네21>의 평가는 바로 그런 측면에서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엔터테인먼트는 직접 만들고 즐길때 더 아름답다"는 특유의 지론을 펼쳤던 감독 미셸 공드리는 사라져가는 비디오 테이프에 대한 애틋함에 더해 자작영화를 만들고 즐길 줄 아는 시민들의 일상을 영화속에 담고 있습니다.

 

 경쟁대여점에 비해 낡고 좁은 가게탓에 수입이 갈수록 감소해 걱정이 태산인 영화대여점 '비카인드 리와인드'의 사장 플레쳐(대니 글로버)는 개인적인 일로 여행을 떠나며 약간 모자라지만 선하기만 한 점원 마이크(모스 데프)에게 단 한가지 지시를 내립니다.

 

 그건  자동차 수리공이자 사고뭉치인 제리(잭 블랙)를 가게에 들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마이크가 뒤늦게 그 말뜻을 이해 했을때 쯤 제리는 이미 대여용 비디오 테이프의 대부분을 망가뜨립니다. <비카인드 리와인드>는 비디오 대여점 점원과 그의 말썽꾸러기 친구가 고객들이 대여를 원하는 영화를 직접 제작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영화입니다.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향수와 아쉬움을 표현하다.

 

영화사진 로보캅을 제작중인 제리와 알마

▲ 영화사진 로보캅을 제작중인 제리와 알마 ⓒ 싸이더스FNH

 

 <킹콩>(1977), <캐리>(1976), <고스트 버스터즈>(1984), <로보캅>(1987), <러쉬아

워>(1998) 등 그 점원에 그 고객들이랄까요?  고객들이 원하는 영화는 신기하게도 모두 다

지나간 영화들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감독 미셸 공드리는 쇠락을 거듭하는 비디오 대여점과 소시민들 그리고 순진한 점원을

 통해서 과거의 아름다웠던 기억과 함께 흘러간 것들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아름다웠던 기억이 곁에서 사라짐을 추억하되 슬프거나 얽매이지 않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아름답게 과거를 떠나보내는 서민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그리는데 있습니다.

 

  마이크와 제리가 제작한 엉성하기 이루말 할 수 없는 20분짜리 자작영화를 보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거나 대여점 회원가입을 위해 20달러의 지출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을 현실에서 만나기는 아마도 매우 어렵겠지만 미셸 공드리는 동화책에서나 읽었을 것같은 판타지를 현실에도 존재한다며 강변하듯 영화를 이어갑니다.

 

  감독의 입장에서 비디오대여점 앞에서 오랜시간 줄서서 기다리며 회원가입비로 20불을 지불하고도 즐거워하거나 스스로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소시민들이란 결국 소중했던 과거의 가치를 제대로 즐길줄 아는 주관적인 존재로서 개인일 것입니다. 감독은 유머 가득한 영화속에서 이들에 대한 경의를 표현합니다.

 

 

영화사진 고스트버스터즈를 제작중인 마이크와 제리

▲ 영화사진 고스트버스터즈를 제작중인 마이크와 제리 ⓒ 싸이더스FNH

 

<비카인드 리와인드>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선 감독의 전작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셸 공드리의 작품은  '사랑', '기억'이나 '추억'이란 소재에 대한 감독의 높은 선호를 알수 있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여전히 그의 작품 중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이터널 선샤인>(2004)에서 조엘(짐캐리)과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의 아슬아슬 한 사랑과 기억에 관한 내용이 그렇고 옴니버스 영화 <도쿄!>(2008)에서 그가 작업했던 ‘아키라와 히로코’편의 주인공 히로코(후지다니 아야코)가 대도시에서 겪는 혼란과 과거의 기억, 순수함으로의 회귀본능에서도 감독의 일관된 메시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머지않아 헐리게 될 비디오 대여점에서 그들이 함께 출연해 만든 영화를 보며 행복한 저녁을 보내는 소시민들의 모습에서 ‘새것은 모두 좋고 아름답다’거나 일자리 창출을 부르짖으며 ‘건설은 새로운 부가가치 창조’라고 둘러대는 개발주의자들로 가득찬 차가운 우리의 현실을 잠시 벗어나 마음의 안온함을 느껴봅니다.

2009.01.15 12:17 ⓒ 2009 OhmyNews
비카인드리와인드 잭블랙 한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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