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스캔들>의 한 장면.

<과속스캔들>의 한 장면. ⓒ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지난해 12월 초 개봉한 <과속스캔들>이 관객들의 호응과 입소문에 힘입어 32일만에 500만 관객을 넘은 이후 6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연일 기세를 올리고 있습니다.

신인 감독에다가 짧은 제작기간 탓에 그렇고 그런 연말연시용 기획영화일 거란 주위의 편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장기 상영 채비를 갖춘데다가 조만간 국내 영화 최성수기 중에 하나인 구정연휴가 다가 오고 있으니 600만 돌파는 그다지 큰 문제가 없을듯 합니다.

불황이 심했던 영화계를 비롯해 의외의 흥행결과를 두고 언론에서도 다양한 각도에서 흥행의 이유에 대한 평가가 분분합니다. 사실, 차태현이란 주연배우가 있긴 하지만 티켓파워가 그리 강하다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차태현 외에는 뚜렷한 주·조연급 배우를 찾을 수 없는데다 강형철 감독 역시 오랜 기간 단편영화 연출을 해왔다고는 하지만 이번 작품이 장편 데뷔작이니 배급사조차 기대가 없었던 게 오히려 당연할 듯 합니다.

코믹함과 연기력, 탄탄한 음악구성이 흥행에 한몫

<과속스캔들>의 가장 큰 흥행 이유는 역시 '가족애'에 있습니다. 36살 할아버지에 22살 딸, 그리고 6살 손자란 사연 많은 3대 가족구성이지만 초반의 갈등과 충돌을 넘어 각자의 자리를 찾고 서로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꽤나 관객들의 감정선을 자극합니다. 

미국발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코믹함에 더해 잊고 지내던 가족의 가치와 존재를 일깨워 준다는 면에서 <과속스캔들>의 내용은 시의 적절하다는 생각입니다.

주인공 남현수(차태현)가 중학교 때 연상의 여자친구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 황정남(박보영)이란 설정에다가 딸조차 고등학교 때 아이를 가졌다는 설정이 거슬린다는 일부 관객의 따가운 눈초리도 있지만 평론가들의 초반부 호평이 주효했고 결국 그들이 화합하는 구조로 영화를 끌어간 감독의 끈기와 전략이 적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속스캔들>에서 열창하는 황정남

<과속스캔들>에서 열창하는 황정남 ⓒ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두 번째는 신인배우 '박보영'의 연기력을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귀여운 외모에 순진무구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배우가 사연많은 미혼모 황정남역을 맡아 영화속에서 보여준 의외의 연기와 가창력은 그녀의 최근 인기와 <과속 스캔들>의 흥행이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억척스럽지만 귀엽고 사랑 앞에 우유부단하지만 아들 기동(왕석현)이를 위해서라면 '울트라 슈퍼맘'으로 변하는 그녀의 유연한 캐릭터 전환은 신인배우 박보영이 아마도 당분간 충무로의 기대주가 될 수밖에 없음을 입증해 줍니다.

세 번째는 역시 영화 <미녀는 괴로워>(2006)에서 검증됐듯이 스토리와 음악적 구도의 적절한 혼합방식을 잘 구사한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미녀는 괴로워>가 상준(주진모)과 한나(김아중)의 관계 변환을 음악으로 풀어갔다면 <과속스캔들>은 현수와 정남의 복잡한 갈등구도를 음악으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미혼모지만 탁월한 가창력을 보유한 황정남과 DJ 남현수, 두사람이 영화 중간 중간 부르는 달콤한 노래들이 영화 속에 어정쩡한 부속품으로 들어 있지 않고 하나의 완성된 메시지 역할을 하며 잘 녹아들어 영화전개에 있어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선물>, <자유시대>, <아마도 그건>, <Because I Love You>등 음악감독 김준석이 선택하고 배우들이 부른 달콤하고 듣기 편한 음악들은  '이 영화는 다 좋은데 제목만 잘못 지었다'는 관객들의 코믹평을 들을 만큼 깔끔합니다.

물론 이런 이유외에도 첫 데뷔작이면서도 평단의 호평을 비롯해 관객의 성원을 끌어내고 있는 강형철 감독의 각본, 연출 능력 역시 이 영화 성공의 보이지 않는 이유일 거란 생각입니다.

경기침체, 제작예산 삭감, 신작영화의 부진 등으로 충무로가 위기란 표현이 나온 지 꽤나 됐지만 결국, 관객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면서 마음선을 건드리는 영화는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속 스캔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속스캔들 박보영 한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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