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 영입으로 2003~2004시즌 4강 진출 이후 다섯 시즌만의 6강 플레이오프(이하 PO). 혹은 그 이상을 노렸던 인천 전자랜드의 꿈이 이제서야 서서히 실현되는 것일까?

 

강병현-조우현-정선규를 내주고 KCC에서 서장훈을 영입한 전자랜드가 기어이 1월 4일 꼴지 KTF를 꺾고 이날 KT&G에 87-100을 패한 대구 오리온스(13승14패)를 반 경기차로 제치고 단독 6위(14승14패)로 올라섰다. 

 

특히 주말 2연승으로 식어가는 기미가 보이던 ‘서장훈 효과’를 역시 되살아난 것이 더욱더 고무적이다.

 

 자유투를 시도하던 서장훈

자유투를 시도하던 서장훈 ⓒ 서민석

외형상으로는 문제없었던 서장훈의 기록

 

사실 기록상으로는 서장훈이 전자랜드 이적 후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것에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올 시즌 24경기에서 평균 13.46점 4.46리바운드로 두 자릿 수 득점은 해주고 있는데다 전자랜드로 이적 직후 12월 24일 울산 모비스전 이후 1월 4일 부산 KTF와의 경기 전까지 5경기에서의 성적만 놓고 보면, 평균 18.6점 4.8리바운드를 기록.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선보였었다.

 

또한, 모비스전을 제외한 네 경기에서는 모두 15점 이상을 기록했고, 특히 KT&G와 LG전에서는 20점 이상의 고득점을 기록했다. 그동안 포웰에게만 의존하던 전자랜드 입장에서는 공격 옵션의 다양화에는 성공한 것이었다.

 

 코트에 투입되는 서장훈

코트에 투입되는 서장훈 ⓒ 서민석

서장훈의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았던 전자랜드

 

그러나 팀 성적은 좀처럼 상승세를 그리지 못했다. 왜일까?

 

프로 출범 이후 서장훈이 머물렀던 SK-삼성-KCC는 항상 우승권에 머무를 만큼 ‘서장훈 효과’는 대단했다. 워낙 대단한 슈터와 가드들이 이미 있었던 상태에서 외국인 선수급 효과를 가져다 주는 토종 센터 서장훈의 가세는 팀을 탄탄하게 다져놨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서장훈을 보유한 가장 큰 단점은 역시 ‘느려진다’라는 것이었다. 비록 서장훈이 있기 때문에 높이에서는 확실한 우위를 상대에 점할 수 있었지만, 상대가 단신이지만, 스피드가 돋보이는 선수들로 구성하면, 백 코트가 느릴 수밖에 없는 서장훈은 그야말로 ‘계륵’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서장훈이 오기 전 전자랜드는 높이보다는 정영삼-황성인-정병국-강병현등 가드진을 앞세운 스피드가 돋보인 팀이었다. 하지만, 서장훈이 가세한 이후 이렇듯 제 1강점이 사라지면서 기복이 심한 경기력이라는 전자랜드의 고질병 역시 그대로 이어졌다.

 

 적극적으로 수비하는 포웰(가운데)

적극적으로 수비하는 포웰(가운데) ⓒ 서민석

 

새로운 공략법으로 부각된 ‘지역 방어’

 

특히 지난 2008년 12월 26일 KTF와 전자랜드의 맞대결은 그런 면에서 서장훈이 있는 전자랜드를 공략하는 또 다른 방법이 나타난 경기였다. 바로 지역 방어였다.

 

사실 KTF는 삼성-LG-KT&G-오리온스처럼 가드진이 양적-질적으로 풍부한 팀은 아니다. 신기성이라는 걸출한 가드가 있기는 하지만, 노장이라 공-수에서 예전 같은 플레이를 기대하기 힘든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장훈을 맞이한 방법은 가드진을 앞세운 스피드가 아니었다. 바로 신장이 좋은 포워드를 중심으로 수비와 운동능력이 뛰어난 허효진-김성현과 같은 식스맨을 앞세운 ‘지역 방어였다.

 

기본적인 전술의 방법은 2-3지역 방어였다. 신기성과 더불어 운동능력이 좋은 허효진(또는 김성현)이 앞선에 서고, 외국인 센터 토마스를 중심으로 세서-송영진-임영훈 등 높이와 힘이 좋은 포워드를 세워 골밑을 강화시키는 전술이었다.

 

지난 3R 경기에서도 거의 40분 내내 지역방어를 쓰면서 전자랜드를 높이를 수비에서 둔화시켰다면, 공격에서도 스크린. 혹은 더블 스크린을 이용한 슛 찬스를 양희승이 꼬박꼬박 득점에 성공했다.

 

2대2플레이에 능한 신기성을 축으로 오픈 3점포 찬스는 번번히 림에 쏙 들어갔다. 여기에 세서-토마스 두 외국인 선수가 수비력이 약한 포웰을 상대로 1대1 공격을 하는 것 역시 부가 옵션을 사용. 그야말로 전자랜드의 약점을 교묘하게 파고들면서 75-69로 승리했었다.

 

가드진의 스피드 이외에 골밑을 강화하는 지역방어라는 또다른 서장훈의 전자랜드를 공략하은 방법이 생긴 셈이다.

 

 리바운드를 시도하는 서장훈

리바운드를 시도하는 서장훈 ⓒ 서민석

 

‘서장훈 효과 앞세워’ KTF에의 설욕에 성공한 전자랜드

 

그러나 4일 부산에서 열린 KTF와의 경기는 달랐다. 1쿼터 종료 3분 31초를 남기고 코트에 투입된 서장훈은 팀은 비록 3쿼터까지 KTF에 10점차 내외로 뒤지면서 좀처럼 반격의 실마리를 못 찾았지만, 본인은 5-5-8점을 올리면서 꾸준히 제 몫을 해준 것이었다.

 

또한, 승부처였던 4쿼터에서도 자신에게 수비가 집중되는 사이 팀 동료 포웰에게 적절히 패스를 빼주는 팀 플레이로 포웰이 4쿼터에서만 16점을 올리는데 숨은 공헌을 했다.

 

한 때 40-57로 17점차까지 뒤지며 일방적인 패배가 예상된 경기였지만, 역으로 자신에게 집중된 KTF의 수비를 역으로 이용하는 ‘영리함’을 선보인 것이다. 이날 23점 3리바운드의 맹 활약으로 전자랜드는 KTF에 93-89로 역전승을 일궈냈다. 주말 2연승으로 사그라들던 서장훈 효과가 다시금 살아난 셈이다.

 

이제 서장훈도 프로 11년차의 선수다. SK와 삼성에서 이미 우승 반지를 낀 경험이 있는 그의 입장에서는 이제 프로 생활의 마무리를 ‘아름답게’ 하는 것이 남은 과제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속팀인 전자랜드의 다섯 시즌 만에 PO 진출을 일궈내야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되실아 난 ‘서장훈 효과’를 계속해서 이어가야 할 것이다. 

2009.01.06 09:38 ⓒ 2009 OhmyNews
서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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