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도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올 한국영화산업은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지난 10년간 할리우드 영화에 앞서거나, 뒤지지 않던 관객 점유율이 올해 42%대로 떨어졌다. 한국영화산업이 위기임을 반영하는 수치들이 계속 쏟아져 나온 한 해였다.

이런 현실에도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새로운 감각으로 무장한 신인감독들이 대거 등장해 희망을 준 것이다. <추격자> 나홍진 감독, <미쓰 홍당무> 이경미 감독, <과속스캔들> 강형철 감독, <영화는 영화다> 장훈 감독 등 모두 눈여겨볼 만한 신인감독들이다.

신인감독들이 보여준 영화에 대한 열정만큼 올 한 해 한국영화계를 빛낸 수많은 스타들이 있다. 올해를 완전히 자신의 해로 만든 <추격자> 김윤석·하정우, <영화는 영화다> 소지섭·강지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병헌·정우성·송강호 등 수많은 스타들이 스크린을 통해 자신들의 스타성을 보여주었다.

분명 영화에선 스타성을 갖춘 주연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영화에서 주연은 아니지만 감초 역할을 하는 조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조연은 주연의 연기를 돋보이게 한다. 또한 영화의 잔재미를 제대로 살려내는 인물들이기에 이들의 활약 역시 주연만큼 중요하다. 이들의 뛰어난 뒷받침이 없다면 결코 좋은 영화가 될 수 없다.

또한 한국영화의 미래를 위해 뛰어난 신인 발굴 역시 뒤로 미룰 수 없다. 계속해서 뛰어난 신인들이 한국 영화계에 등장해야 관객들의 호응을 얻는 스타성 갖춘 주연배우가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2008년 올해 빛났던 조연들과 신인들은 과연 누가 있었는지 살펴보자. 올해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었던 배우들이 2009년 과연 어떤 활약을 펼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2008년을 빛낸 조연들] <영화는 영화다>의 고창석

영화는 영화다 봉감독 고창석

▲ 영화는 영화다 봉감독 고창석 ⓒ 김기덕필름


2008년 의외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으로 <영화는 영화다>를 들 수 있다. 이 작품은 김기덕 감독 밑에서 오랫동안 조연출을 맡았던 장훈 감독의 데뷔작이다. 작은 영화임에도 뛰어난 작품성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군 제대 후 복귀작을 찾고 있던 소지섭이 선택한 영화라 더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영화의 주인공 소지섭과 강지환은 출연료 전액을 영화를 위해 재투자하는 열의까지 보였다.

<영화는 영화다>의 주인공 소지섭과 강지환이 작품 성공의 1등 공신이란 점은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주연을 도와 이 작품을 더 빛낸 주인공은 영화감독 봉감독 역을 맡은 조연 고창석이다. 그는 무거운 영화 전개에 소금 같은 웃음을 던져준 인물이다. <영화는 영화다>가 두 주인공의 현실감 있는 격투신을 통해 비장미를 한껏 높일 수 있었던 것 역시 고창석이 맡았던 봉감독 역할이 큰 힘이 되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명실상부 2009년 기대되는 조연으로 주목받게 된다.

고창석은 2004년 영화 <마지막 늑대>를 통해 단역으로 관객들에게 처음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하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후 <친절한 금자씨>(2005년), <야수>(2005년), <예의 없는 것들>(2006년), <바르게 살자>(2007년) 등에 꾸준히 출연했지만 여전히 그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배우로 남았다.

<영화는 영화다>를 통해 그는 처음으로 관객들에게 고창석이란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 2009년 그가 한국영화에서 어떤 멋진 감초 같은 역할을 맡게 될 지 기대된다.

[2008년을 빛낸 조연들] <아내가 결혼했다>의 주상욱

주상욱 주상욱

▲ 주상욱 주상욱 ⓒ 주상욱 미니홈페이지


배우 손예진에게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겼던 <아내가 결혼했다>는 관객들의 엇갈린 평가에도 불구하고 17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나름 성공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돋보인 배우는 주연을 맡았던 손예진과 김주혁이다. 그리고 한 명 덧붙여 이야기하면 손예진의 두 번째 남편 역을 맡은 주상욱 역시 앞으로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그는 이 작품에서 주인아(손예진 분)의 두 번째 남편 한재경 역을 맡았다. 한재경은 주인아와 너무나 닮은 인물이다. 그는 이 세상의 관습과 사회의 속박을 싫어하는 자유주의자이자 구속받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한재경이란 인물은 주인아의 현실을 돋보기처럼 보여주는 없어선 안 되는 인물이다. 따라서 한재경이란 인물이 어떻게 표현되느냐에 따라 주인아의 인물 설정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세상의 관습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처다부제' 수용, 그리고 이미 결혼한 여자의 '세컨드'로 살아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한재경이란 인물이,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는 데는 그의 연기가 큰 힘이 되었다.

한재경 역할을 맡았던 주상욱은 자신의 인물 캐릭터를 완벽하게 작품에서 소화해 냈다. 그는 이 작품 성공의 숨은 보석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두었다면 더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인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작비를 약간 상회하는 선에서 영화가 마무리되면서 그를 잘 모르고 지나간 영화관객들이 많다는 점은 상당히 아쉽다.

주상욱은 스크린에서 생소한 인물이지만 <에어시티>, <깍두기>, <아빠셋 엄마하나>, <춘자네, 경사났네> 등 TV를 통해 낯익은 인물이다. 그리고 영화 <아랑>(2006년), <최강 로맨스>(2007년)에 출연했다.

[2008년을 빛낸 조연들] <고고70>의 이성민

고고70 이병욱 역의 이성민

▲ 고고70 이병욱 역의 이성민 ⓒ 보경사


<고고70>은 조승우와 신민아의 출연작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특히 조승우가 군 입대 전 마지막으로 출연한 작품이기에 과연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 지 궁금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고 조용히 극장에서 사라졌다.

영화는 흥행면에서 실패했을지 모르지만 극중 1970년대 최고의 팝칼럼니스트 '이병욱' 역을 맡은 이성민의 연기는 눈여겨볼 만하다. 영화에서 생소한 그이지만 TV드라마를 통해 비중 있는 조연을 연기해 안방 시청자들에겐 친숙한 인물이다. 특히 최근 막을 내린 TV드라마 <대왕세종>에서 최만리 역으로 사랑을 받았다.

이성민은 <맹부삼천지교>(2004년)를 통해 영화에 데뷔했다. 이후 <인어공주>(2004년), <발레 교습소>(2004년), <소년, 천국에 가다>(2005년), <말아톤>(2005년). <비단구두>(2006년), <밀양>(2007년), <리턴>(2007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계속 출연해 자신의 입지를 넓혀간다. 특히 이 작품 중 <비단구두>는 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성민이 주연을 맡았던 <비단구두>는 최근 <1724 기방난동사건>을 연출한 여균동 감독이 2005년 저예산으로 제작한 코미디 영화다. 효심이 깊은 사채업자 오른팔 성철로 나온 이성민은 기상천외한 여행에 동참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감동적으로 풀어냈다.

<비단구두>는 많은 수의 스크린을 확보할 수 없는 저예산 영화다. 따라서 이 작품을 극장에서 제대로 본 관객들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비단구두>를 본 관객들이라면 <고고70>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이성민의 연기에 더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뛰어난 연기력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2008년을 빛낸 신인들] <미쓰 홍당무>의 서우

미쓰 홍당무 서종희 역의 서우

▲ 미쓰 홍당무 서종희 역의 서우 ⓒ 모호필름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공효진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던 <미쓰 홍당무>는 흥행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올 한 해 한국영화계를 정리할 때 의미 있는 작품 중 한 편에 속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 양미숙(공효진 분)은 한국 영화 캐릭터 사상 가장 독특하면서 속된 말로 구질구질한 캐릭터였다. 어떤 한국영화에서도 이런 비호감 캐릭터를 만나보지 못했다. 특히 기존 한국코미디 영화에서 느껴볼 수 없었던 신선함까지 더해 작품성 면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도 모자람이 없었다.

<미쓰 홍당무>가 공효진에게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해준 작품이라면, 신인배우 서우에게 2008 최고의 신인이라는 호칭을 안겨준 작품이다. 공효진이 짝사랑하는 유부남 선생 이종혁의 딸로 출연한 그녀는 이 작품을 통해 연기력이 뒷받침되는 신인으로 수많은 영화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앞으로 충무로를 이끌어갈 신인배우로 큰 주목을 받게 된 것.

<아들>(2007년) 이후 이 작품이 겨우 두 번째 영화라는 점에서 그녀는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연기 경력이 길지 않은 신인이 나이에 맞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자신의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것은 노력이 뒤따랐기에 가능했다. 앞으로 얼마나 자신을 더 채찍질하고 가다듬느냐에 따라 더 많은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는 여배우다. 앞으로 그녀가 얼마나 더 큰 배우로 성장하게 될 것인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녀는 2008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제7회 대한민국영화대상에 이어 영화감독들이 선정하는 제11회 디렉터스컷 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 올 한 해 최고의 신인임을 재확인했다.

[2008년을 빛낸 신인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의 유아인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유아인

▲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유아인 ⓒ 청년필름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는 소리 소문 없이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국 12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미인도>, <007 퀀텀 오브 솔러스> 같은 대작들 사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특히 이 작품이 요시나가 후미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BL물(미소년들의 동성애적 사랑을 다루는 만화)이란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흥행기록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을 통해 많은 남자배우들이 주목받았다. 그중에서 1986년생 유아인은 특히 눈여겨봐야 할 신인배우다. 그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2006년)를 통해 제8회(2007)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남우상,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를 통해 제11회(2008) 디렉터스컷 올해의 신인연기자상을 수상했다.

유아인은 노동석 감독의 저예산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통해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많은 영화팬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지는 못했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는 유아인이 단순히 가능성만 있는 신인배우가 아닌 앞으로 성장을 예의주시하며 지켜봐야할 신인배우로 자리매김하게 하였다. 최근 한국영화계에선 여자배우에 비해 남자신인배우들의 성장이 더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시기에 뛰어난 남자신인배우가 출연했다는 것은 가뭄에 단비 같은 일이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를 통해 그가 보여준 연기력을 감안할 때 앞으로 얼마나 더 큰 배우로 성장할지 미래가 기대된다.

[2008년을 빛낸 신인들] <과속스캔들>의 박보영

과속스캔들 박보영

▲ 과속스캔들 박보영 ⓒ ㈜토일렛픽쳐스


<과속스캔들>이 200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주연배우 박보영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녀는 2007년 드라마 <왕과 나>를 통해 어린 폐비윤씨 역을 맡으며 주목받았다. 이후 드라마 <마녀유희>, <최강칠우>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 그녀는 영화 <울학교 이티>를 통해 가능성 있는 배우로 인정받는다.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울학교 이티>는 김수로의 원맨쇼 속에서도 이한위와 박보영의 존재가 빛났다.

이후 그녀는 <초감각 커플>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차태현과 함께한 <과속스캔들>을 통해 완벽하게 충무로를 책임질 차세대 여배우로 급부상한다. 이제 그녀의 나이 18세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녀의 장점은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한 연기력이다. 그녀는 어떠한 역을 맡든 자신이 맡은 배역에 가장 적합한 인물 연기를 보여주었다. 영화뿐만 아니라 TV드라마까지 그녀가 맡았던 극중 인물이 다양한 것을 감안하면 성장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배우란 평가가 가능하다.

특히 이번 <과속스캔들>의 흥행 성공으로 신인배우 중 캐스팅 1순위에 그녀의 이름이 거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 역시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연기력을 더 연마한다면 앞으로 장래가 촉망되는 배우로 성장할 가능성 역시 높다. 그녀가 과연 어떤 배우로 성장할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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