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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채널 <Mnet>의 파티쉐 서바이벌 프로그램 <원더베이커리>에 출연한 류시형(25)씨는 4회에 아쉽게 탈락했지만 자타공인 실력파 파티쉐다. 2008 서울 국제요리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그는 요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기를 가진 팔방미인이다. 2006년에 세계 무전(無錢)여행을 했고 곧 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 출판된다.

돈보다 값진 열정만으로 219일간 20개국을 여행한 청년 류시형씨. "No money, No plan, No problem!" 돈도 계획도 없었기에 여행하면서 아무 문제없었다는 대책 없는 낙천주의자의 여행. 요리사가 아닌 무전여행가 류시형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국내 무전여행 중, 세계무전여행을 결심하다!

'원더베이커리' 출연한 그는 휴학중인 학생이지만 파티쉐 겸 여행가다.
 '원더베이커리' 출연한 그는 휴학중인 학생이지만 파티쉐 겸 여행가다.
ⓒ 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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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무전여행은 전국여행이었다. 대학교 1~2학년 시절, 학교친구들과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등지 시골마을을 여행했다. 무전여행 대부분이 그렇듯이 교통수단은 히치하이킹이었다. 

"그 때, 한 아주머니의 차를 얻어 탔는데, 아주머니의 딸도 유럽을 무전여행하는 중이라고 하시더군요. 그 말을 듣고 순간 '번뜩'하는 느낌이 왔어요."

아주머니는 배낭여행을 무전여행으로 착각하신 듯했지만 그는 자극을 받고 세계무전여행을 결심한다.

군대 제대 후 2006년 7월, 그는 오랫동안 가슴 속에 담아온 세계무전여행을 위해 출국한다. 여행지는 유럽대륙. 그가 준비한 것이라고는 최소한의 생필품이 담긴 배낭, 스페인 마드리드행 편도티켓과 3만원을 환전한 25유로가 전부였다. 어찌 보면 무모한 여행의 시작이었다.

"혼자 출국하는 것이니까 약간의 두려움은 있었죠. 하지만 워낙 낙천적인 성격이라 큰 걱정은 안 했어요. 이런 저를 잘 아는 가족과 친구들은 걱정보다는 응원을 해줘서 오히려 더 힘이 났습니다."

그가 여행한 국가를 쭉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스페인-포르투갈-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독일-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헝가리-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체코-영국-벨기에-네덜란드-덴마크-스웨덴-핀란드-러시아. 이후 러시아에서 열차를 타고 중국에 도착, 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영국에서는 돌아오는 교통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 7개월간 약 20여 개국을 돌며 180여 명 친구들을 사귀었다. 여행하는 도중 계절이 바뀌면서 여름에는 45도, 겨울에는 영하 20도의 날씨를 견뎠다.

무전여행의 기술 - 현지인의 삶으로 들어가자!

페르난도는 스페인에서 사귄 친구다.
▲ 시형 씨와 페르난도 페르난도는 스페인에서 사귄 친구다.
ⓒ 류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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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여행이라고 하면 노숙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류시형씨가 여행하면서 노숙한 날은 총 6일밖에 되지 않는다.

"히치하이킹을 하거나 여행하며 친해진 사람들에게 무전여행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잠자리를 부탁했어요. 현지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차를 얻어 타고 그들의 집에 머무르는 식으로 대부분의 이동과 숙박을 해결했죠."

그는 '현지인처럼 생활하자'는 확고한 여행원칙을 세웠다. 때문에 그들과 직접 부대끼고 그들의 생활 안으로 들어가고자 노력했다. 단순히 관광지만 보고 오는 여행은 그가 원하는 여행이 아니었다. 현지인만이 아는 멋진 장소를 함께 찾아가서 어울리고 즐겼다.

친구가 된 사람들은 유럽 다른 국가에 있는 지인에게 연락하여 시형씨가 찾아가면 잠자리를 제공해달라고 부탁해준 경우가 많았다. 여행하면서 사귄 친구들이 가장 큰 재산이 된 셈이다. 이들에 대한 고마움은 말로 다 표현 못 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여행하면서 받은 게 너무 많죠. 저는 현지 친구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저의 특기를 살려 음식을 만들어주곤 했어요."

여행 중 만난 한 크로아티아인은 여행 와서 얻어만 가느냐고 그를 질책했다. 여행지에서는 그곳을 위해 돈을 쓰는 게 도리라고 했다.

그는 이런 말을 듣고 혼란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여행하며 받은 도움을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실제로 그 생각을 실천했다. 여행 중에 만났던 슬로베니아 친구가 회사 업무상 한국에 온 일이 있었는데 시형씨는 그 친구에게 광장시장을 구경시켜 주는 등 현지인만이 해줄 수 있는 특별가이드를 해주었다.

무전여행으로 어학연수 효과까지?

처음에는 단어나열에 불과했던 영어실력도 오랜 기간 여행하면서 웬만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늘었다.

"한국에 돌아오기 전 여행 초반에 사귄 포르투갈 친구에게 전화를 했어요. 그런데 정말 너 맞느냐고 하면서 영어를 언제 이렇게 잘하게 됐느냐고 깜짝 놀라더라고요."

여행을 통해 얻은 많은 사람들, 소중한 경험과 더불어 어학연수 효과도 본 셈이다. 사실 그는 무전여행을 떠나기 전에 많이 망설였다고 한다. 주변 친구들은 토익공부하며 취업준비에 한창인데 시간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조바심이 났다. 하지만 토익공부보다 인생공부를 택했다. 그리고 취업을 위한 토익영어가 아닌 진짜 영어까지 배우게 됐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페란 아드리아의 레스토랑 El Bulli에서 어렵게 만났다.
▲ 세계적인 요리사 페란 아드리아와 함께 페란 아드리아의 레스토랑 El Bulli에서 어렵게 만났다.
ⓒ 류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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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많은 지역을 여행한 만큼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많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가지를 꼽으라면 스페인에서 세계적인 요리사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a)를 만난 일이다. '분자요리'의 대가(大家) 페란 아드리아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요리 재료를 수집하고 연구하여 새로운 요리를 만든다. 그가 조리학과 학생인만큼 페란 아드리아를 만난 일은 의미가 크다.

"처음 페란 아드리아의 레스토랑에 갔을 때, 매니저에게 부탁해서 겨우 레스토랑 내부만 구경했어요. 바르셀로나를 떠나기 하루 전 미련이 남아 다시 한 번 레스토랑에 찾아갔는데 마침 페란 아드리아가 있었죠. 사정사정해서 만나게 됐고 '당신을 뛰어넘는 요리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뉴욕타임지와의 인터뷰도 6개월을 기다리라고 한 페란 아드리아가 요리사가 꿈인 한 청년을 만나준 감격스런 순간이었다.

무전여행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팁!

그러나 여행이 항상 감격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무전여행은 생각보다 너무 힘든 과정이었다. 히치하이킹을 시도할 때 욕을 하며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고 무작정 걸은 적도 많았다. 힘들고 외로워 눈물 흘린 적도 있었다. 심리적으로도 위축될 때마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무전여행이 생각처럼 낭만적이지만은 않아요. 최소 비용으로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은 물론 장점이죠. 하지만 보통 관광여행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진정으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류시형씨는 무전여행을 할 경우 자신만의 여행 목적을 세우라고 조언한다. 확고한 목적이 없으면 여행 자체에 실망하고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본다'는 개념의 여행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체험'하는 것이 무전여행의 진정한 맛이다.

2006~2007년, 약 7개월간의 무전여행 동안 느낀 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무전여행은 그에게 새로운 경험이기도 했지만 지금까지의 그를 돌아보고 재확인하는 일이기도 했다. '인생에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 무수히 많다'고 여겨온 그의 생각을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들이었다. 머리로만 고민하기보다 행동하며 '인생의 무수한 답'을 찾아가고 있는 류시형씨.

본인을 대책 없는 낙천주의자라고 칭하지만 그가 '인생의 무수한 답'을 향해 찾아가는 길만은 뚜렷하다. 앞으로 그의 꿈은 여행·요리 칼럼니스트, 레스토랑 경영 등 다양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오지탐험은 KBS에 추석특집으로 방영됐다.
▲ 알래스카 오지탐험대 오지탐험은 KBS에 추석특집으로 방영됐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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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008년에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중국을 여행했다. 유럽여행처럼 무전여행은 아니었지만 미리 인터넷으로 현지인 친구를 사귀고 숙소를 부탁했다. 또 '한국청소년 오지탐험대'에 선발되어 알래스카를 다녀왔다. 오지 탐험은 추석에 KBS 스페셜로 방영되기도 했다. 그가 여행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여행에서 돈이란 큰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그는 현재 더 큰 여행을 꿈꾸고 있다. 내년 초, 월드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그는 여행정보교류 사이트(www.coolshot.org)를 운영하며 여행을 기획하고 투자받을 곳을 모색하는 중이다. 무전여행만큼이나 무모해 보인다. 하지만 불가능해 보이던 일을 가능하게 만든 그를 보면 이번 프로젝트 역시 대성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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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12월초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태그:#무전여행, #오지탐험, #류시형, #원더베이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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