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 선수(전주 KCC 이지스 소속).

서장훈 선수(전주 KCC 이지스 소속). ⓒ 전주 KCC

지난 한 주간 서장훈(전주 KCC)은 농구계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지난 20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의 홈경기에서 KBL 사상 첫 통산 '1만 득점'이라는 대업을 달성하는 장면은 한국농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1만 득점 달성으로 찬사와 스포트라이트의 정점에 올라야 할 순간은, 뜻하지 않게 서장훈은 새로운 설화에 휩싸였다. LG전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서장훈이 현재의 출전시간에 대한 서운함을 간접적으로 피력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서장훈은 올 시즌 루키 하승진(경기당 18.2분)과 출전시간을 조절하느라 경기당 24.6분 출장에 그치고 있으며, 기록 역시 역대 가장 저조한 11.4점. 4.9리바운드에 그치고 있다.

 

서장훈은 이번 시즌을 대비하여 일찌감치 몸 관리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현재 몸 상태가 아주 좋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줄어든 출전시간으로 1만 득점 달성도 예상보다 훨씬 늦은 1라운드 막바지에야 달성하며 자신의 팀 내 입지에 다소 불안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허재 감독은 하승진과 서장훈의 출전시간을 안배해야 하는 것을 '행복하면서 가장 큰 고민'으로 밝혔으나 팀 사정상 당분간 어쩔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서장훈은 1만 득점 대기록을 달성한 LG전에서 단 16분 14초를 뛰며 6점 2리바운드에 그쳤다. 하승진은 같은 경기에서 27분을 뛰며 17점 9리바운드로 승리의 주역이 되었다. 서장훈은 이날 대기록 달성 이후에도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이후 지난 22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모비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서장훈은 다시 20분간 출전하며 6점 5리바운드에 그쳤다. 이 경기에서 KCC는 모비스에 69-81로 완패했다. 이 경기 직후 갑자기 각종 인터넷 농구 커뮤니티나 포털 게시판에서는 '서장훈이 태업을 한다'는 의혹이 일부 누리꾼들에 의하여 제기되기 시작했다. 서장훈이 이전 경기에서와 달리 수비나 팀플레이에도 소극적이고, 백코트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노골적으로 불성실한 플레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승진과 교체되어 벤치에 앉아있던 서장훈이 팀은 큰 점수차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욕 없는 표정을 보이고 있는 것이나, 팀멤버들의 실수로 자조 섞인 쓴웃음을 짓고 잇는 것이 당시 TV 중계 카메라에 포착되며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서장훈이 태업을 한다는 루머가 마치 기정사실처럼 확산되며 일부에서는 서장훈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쏟아져나오기도 했다.

 

이날 KCC는 사실 서장훈만이 아니라 선수들이 전체로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하승진도 서장훈보다 짧은 18분 47초를 출전하며 4점 4리바운드에 그쳤다. 서장훈이나 하승진이 골밑에서 공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몇 분간 코트만 왕복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서장훈이 평소답지않게 더욱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관한 것도 사실이었다.

 

 서장훈 선수(전주 KCC 이지스 소속).

서장훈 선수(전주 KCC 이지스 소속). ⓒ 전주 KCC

서장훈은 지난 23일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TF와의 경기에서도 선발출전했으나 1쿼터 여전히 부진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슛이 정확하기로 소문난 서장훈이 자유투를 연속으로 4개나 놓치는 등 단 3득점(전반 자유투 1/6)에 그치는 부진으로 태업 논란에 무게를 실어주는 듯했다.

 

서장훈의 부진과 함께 첫 경기에서 31점차로 크게 이겼던 꼴찌 KTF를 상대로 KCC는 전반에만 26-38, 12점차로 크게 뒤지는 졸전을 펼쳤다.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서장훈의 표정은 눈에 띄게 어두웠다.

 

2쿼터를 쉬고 후반 3쿼터부터 다시 출전한 서장훈은 그제서야 힘을 내기 시작했다. 서장훈은 후반에만 팀내 최다인 15득점을 올리며 경기를 진두지휘했다. 서장훈은 이날 평소보다 긴 30분을 출장했고 3·4쿼터에서는 하승진을 대신해 풀타임을 뛰었다. 비록 경기는 69-70, 1점차 분패로 끝났지만, 후반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대추격전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서장훈의 부활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CC는 최근 5경기에서 1승 4패에 그치며 중위권으로 추락하는 등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느린 백코트와 존 디펜스의 문제점. 외국인 선수의 부진 등 각종 악재가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서장훈의 출전시간 논란과 허재 감독과의 불화설은 침체된 팀 분위기를 더욱 수렁으로 밀어넣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서장훈은 35세의 노장이지만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선수로 꼽힌다. 그러나 팀의 미래를 감안할 때 하승진에 대한 성장도 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허재 감독은 2·3쿼터 서장훈과 하승진을 동시에 기용하는 전술도 구사해보았으나 상대의 속공에 큰 허점을 드러낸 바 있다. 감독과 선수들 간 기용방안을 놓고 이렇게 불편한 동거가 계속된다면 팀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선수단 간 대화를 통한 상생의 묘가 절실한 순간이다.

2008.11.24 12:02 ⓒ 2008 OhmyNews
농구 서장훈 전주 K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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