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디 커투어(사진 왼쪽)와 브록 레스너

랜디 커투어(사진 왼쪽)와 브록 레스너 ⓒ UFC


'UFC의 전설마저도 잠재워버린 레스너의 괴력….'

16일(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MGM 그랜드아레나서 열린 UFC91 'COUTURE vs LESNAR'에서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UFC 헤비급타이틀전에 도전했던 브록 레스너(31·미국)가 챔피언인 랜디 커투어(45·미국)를 2라운드 3분 7초만에 펀치에 의한 파운딩으로 제압하고(TKO승)만 것. 설마 설마 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진 것으로 레스너는 UFC에서 겨우 3전만에 새로운 헤비급 챔피언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옥타곤의 철장을 이용한 커투어의 명품 '더티복싱'과 레슬링 실력은 레스너의 힘에 가로막히며 위력이 현저히 감소되었으며 스탠딩 상태에서의 펀치 공방전도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되려 레스너는 집중력 있게 압박을 거듭하며 커투어의 필승패턴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모습이었다.

승부의 추가 갈린 것은 2라운드 중반. 스탠딩 상태에서 레스너의 오른손 단발 펀치가 커투어의 얼굴에 적중되었고, 커투어는 충격을 받고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레스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커투어를 깔고 앉은 뒤 계속적으로 파운딩을 쏟아 부었고 더 이상 경기가 힘들다고 판단한 심판은 결국 중단을 선언했다.

종합격투기를 잘 모르는 팬들에게조차 유명한 레스너

레스너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전 WWE(World Wresting Entertainment·미국 프로레슬링 단체) 슈퍼스타 출신. 그는 격투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더라도 위압감을 느낄 정도로 엄청난 근육질의 육체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 아마추어 레슬러(전미 대학선수권 우승자 출신)로서 다져온 탄탄한 기본기를 보유하고 있는지라 MMA 전향의사를 밝혔던 당시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상당수 팬들은 비록 레스너가 프로레슬링에서 잔뼈가 굵기는 했지만 큰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굉장히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에 준비성까지 철저한지라 다른 '괴물과' 선수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성과를 보인 것에 대해서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아무리 커투어가 다소 '거품'이 있는 선수라고는 하나 UFC 헤비급챔피언을 파운딩으로 격파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놀라움 그 자체이다.

물론 여기에는 상대가 힘을 위주로 옥타곤에 특화된 레슬러 타입의 선수라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 아무리 노련한 베테랑이라고는 하나 커투어는 클린치와 그라운드 공방전을 즐기는 전형적인 그래플러다. 거기에 레스너와는 나이-체중차도 상당하다. 어차피 끈적끈적한 클린치 상황이 많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었던 바, 레스너의 승산도 충분히 점쳐지고 있었다.

가드 포지션에서 단단한 서브미션 한방을 갖추고 있는 잠정 챔피언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32·브라질)나 현재는 어플릭션으로 둥지를 옮긴 '핏불' 안드레이 알롭스키(29·벨로루시)가 상대였다면 레스너는 커투어전보다 훨씬 어려운 경기를 치러야만 했을 것이다. 어쩌면 현재의 얇은 UFC 헤비급 선수층이 레스너에게 큰 기회를 제공했다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도 레스너가 무서운 점은 그는 운동 능력을 제대로 갖춘 '몬스터'라는 점이다. 레스너는 단순히 힘에만 의존했던 기타의 거구 파이터들과 달리 파워-스피드-레슬링 등에서 탁월한 능력을 자랑한다. 거대한 체구와 파워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인 그가 현란한 기술과 빠른 몸놀림으로 상대를 공략하는 모습은 오싹할 정도다.

'UFC의 전설' 커투어, 영리한 행보에도 불구하고 입지 좁아져

커투어는 링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지만 옥타곤을 활용한 철장 전문 파이팅으로 UFC를 대표하는 전설중의 하나로 자리 매김 했던 선수다. 은퇴 후 복귀 무대에서 허리 부상으로 힘을 쓰지 못하는 팀 실비아(32·미국)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바로 챔피언에 등극했던 그는 이후 크로캅을 꺾으며 깜짝 스타로 떠오른 가브리엘 곤자가(28·브라질)에게 다양한 전략을 활용해 승리를 따낸다.

많은 옥타곤 팬들은 그런 랜디를 세계 최강자중 한명(?)으로 치켜세우고 심지어 헤비급 세계 최강자인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2·러시아)와 비교하기도 했다. 랜디 역시 곤자가전 이후 근 1년간 경기를 치르지 않은 채 "표도르와 붙고 싶다"며 많은 언론플레이를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철장에서만 강한 커투어와 붙으려면 표도르가 UFC로 와야하는지라 그 성사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했다. 되려 상당수 팬들은 "타 단체에 있는 강자와 붙는다는 명목만 내세우지말고 자신이 속해있는 단체의 노게이라 등과 먼저 경기를 가지는게 수순인 것 같다"며 지나치게 영악한 행보를 보이는 커투어를 질책하는 모습이었다.

커투어로서는 이미 챔피언까지 차지한 상황에서 위험하게 더 이상 경기를 치르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저 커리어의 끝점을 마무리 짓기 위해 '지면 본전 이기면 대박'인 표도르와의 대결만 원했던 것이다. 사실 그가 진정 명예를 소중히 생각했다면 자신에게 치욕적인 연패를 안겨준 라이트헤비급의 척 리델(39·미국)에게 리벤지를 벌이던가 자신의 단체에 속해있는 또 다른 최강자 호드리고 노게이라를 상대로 경기를 치러야했다는 지적도 많다.

커투어는 그동안 표도르와의 맞대결 문제 및 UFC측과의 손익 문제 등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 바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 많은 시선이 집중된 이유는 이유야 어쨌든 노익장을 선보이며 연승을 거뒀던 성적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최측이 밀어주는 또 다른 '미국의 영웅'인 레스너에게 참패를 당함에 따라 앞으로의 행보에 빨간 불이 켜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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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농구카툰 'JB 농구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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