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프리킥 세트 피스 순간!

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프리킥 세트 피스 순간! ⓒ 심재철

 

65분, 수원 미드필더 홍순학의 추가골(결승골)이 터졌다. 수원이 정규리그 1위 자리를 확인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안방팀 인천 입장에서는 여러가지로 모자람을 확인시켜준 실점이었다. '전주-성남-광주' 순서로 먼 길을 돌아서 마지막 라운드에 모처럼 안방에 돌아왔지만 못마땅한 점이 많았다. 그렇게 6강 플레이오프 진출권도 전북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장외룡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9일 낮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08 K-리그 26라운드 수원 블루윙즈와의 안방 경기에서 1-3으로 완패하며 리그 7위(9승 9무 8패, 29득점 30실점)로 시즌을 마쳤다. 지난 해 9위(8승 9무 9패, 30득점 32실점) 기록과 비교해보면 절묘하게도 승패의 숫자가 바뀌었기 때문에 위안을 삼을 수도 있지만 경기력 측면에서 팬들의 기대치에서 많이 모자랐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체질 개선을 위한 고민들

 

 전반전, 수원 문지기 이운재가 높은 공을 잡아내고 있다.

전반전, 수원 문지기 이운재가 높은 공을 잡아내고 있다. ⓒ 심재철

동쪽 관중석에 모여 앉은 나의 직장 동료들은 진작부터 방승환이 나가고 강수일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정작 후반전의 선수 교체는 우리의 뜻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두 선수의 운명은 슬픈 그림자처럼 엇갈렸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두 번째 2군리그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가 된 골잡이 강수일은 76분, 바꿔 들어오자마자 뛰어난 위치 선정으로 페널티킥을 이끌어내며 한 골을 따라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반면에 잘 풀리지 않는 경기 때문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던 방승환은 결국 종료 직전 수원의 교체 선수 서동현에게 거친 반칙을 저질러 이상용 주심으로부터 빨간 딱지를 받고 경기장에서 쫓겨났다. 방승환의 퇴장은 승패와 상관 없이 안방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지난 해 FA컵 전남과의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강한 불만을 품고 대들다가 중징계를 받았던 방승환은 지난 6월 28일 열린 정규리그 12라운드 광주 상무와의 안방 경기(인천 3-0 광주)에서 1득점 1도움을 혼자 올리며 귀환의 기쁨을 누렸다. 이 장면은 인천의 공격적 체질 개선을 위해 무엇보다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전반전, 수원 FW 배기종의 걷어내기

전반전, 수원 FW 배기종의 걷어내기 ⓒ 심재철

인천은 지난 해와 올해 두 번 모두 외국인 골잡이를 정규리그 득점 랭킹 3위 자리(2007년 데얀 14골, 2008년 라돈치치 13골)에 올려놓았다. 선수 개인으로서는 영광스런 일이지만 팀에게는 지나친 공격 의존도라는 부담으로 남았다. 그런 의미에서 방승환의 귀환은 정말 필요한 부분이었고 또한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활약은 더욱 절실했다.

 

지난 달 19일 인천은 울산을 안방으로 불러 중요한 맞대결을 치렀다. 결과는 0-3 완패였다. 결과도 참담했지만 박재현, 강수일과 함께 토종 골잡이로서의 자리를 든든하게 지켜야 했던 방승환은 후반전 교체 선수로 나와 상대 미드필더 오장은을 다치게 할 정도로 거친 반칙을 저질렀다. 그 순간 최광보 주심으로부터 노란 딱지를 받은 것이 그에게는 오히려 자극이 되지 않았나보다.

 

약 20일이 지난 뒤 방승환은 수원의 골잡이 서동현을 상대로 거의 비슷한 자리(문학경기장 서쪽 옆줄 바로 앞)에서 다시 위험한 발길질을 저질렀고 이번에는 가차없이 쫓겨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대한축구협회의 징계로 8개월간 고개를 숙이고 지내면서 '몸'과 '의식'의 유연함이 골잡이가 갖춰야 할 조건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텐데 최근 이어진 경기에서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이해할 수 없는 발길질이 나온 것이었다.

 

 77분, 라돈치치의 페널티킥 만회골 순간!

77분, 라돈치치의 페널티킥 만회골 순간! ⓒ 심재철

외국인 골잡이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해도 토종 골잡이의 수준을 끌어올려 그 부분을 조금씩 덜어내야 하는 것이 공격적 체질 개선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조금 더디더라도 이 부분은 강수일이나 조원광에게 기대를 걸어야하나?

 

사실 인천에게 이보다 시급한 과제는 가운데 미드필더 쪽에서 드러난다. 수비쪽에서는 임중용과 김학철이 지켰던 자리를 '안재준-안현식-김영빈'이 들어와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공-수 조율을 담당하는 가운데 미드필더 자리에 드라간 말고는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답답한 한계점이다.

 

해가 바뀌면 서른 셋이 되는 드라간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에 미드필더 쪽 체질 개선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더욱이 드라간의 축구 색깔은 뒤에서 공을 배급하는 정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동적인 가운데 미드필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임중용을 대신하여 주장 완장을 한동안 차기도 했던 노종건이 한층 세련된 미드필더로 변신했지만 공격적 기여도가 모자란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FC 서울에서 데려온 김태진이나 성남에서 데려온 도재준을 번갈아 써 보기는 했지만 '시험대' 그 이상의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수원과의 마지막 경기 65분, 홍순학에게 골을 내주던 순간만해도 그 문제점은 확연하게 드러난다. 노종건도 빠진 가운데 미드필더 자리를 지키던 박창헌이 중요한 역습 전개 순간에 공을 끌다가 빼앗겨 곧바로 한 방을 얻어맞은 것이었다.

 

넓게 보고 패스할 줄 알며 자신이나 동료에게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운데 미드필더가 얼마나 필요하고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증명해주는 장면이었다. 2005년의 노랑머리 야스민 아기치가 더 그리운 것이 이 때문일까?

덧붙이는 글 | ※ 2008 K-리그 26라운드 인천 경기 결과, 9일 문학월드컵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1-3 수원 블루윙즈 [득점 : 라돈치치(77분,PK) / 백지훈(25분,도움-배기종), 홍순학(65분), 배기종(68분,도움-서동현)]

◎ 인천 선수들
FW : 라돈치치, 방승환(90분-퇴장)
MF : 전재호, 박창헌, 드라간, 노종건(45+1분↔박재현), 이준영
DF : 안재준, 임중용(31분↔김선우), 김영빈(74분↔강수일)
GK : 김이섭

◎ 수원 선수들
FW : 배기종(86분↔신영록), 하태균(46분↔서동현)
MF : 홍순학, 박현범(46분↔김대의), 백지훈, 조원희, 송종국
DF : 마토, 곽희주, 최성환
GK : 이운재

2008.11.10 09:08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08 K-리그 26라운드 인천 경기 결과, 9일 문학월드컵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1-3 수원 블루윙즈 [득점 : 라돈치치(77분,PK) / 백지훈(25분,도움-배기종), 홍순학(65분), 배기종(68분,도움-서동현)]

◎ 인천 선수들
FW : 라돈치치, 방승환(90분-퇴장)
MF : 전재호, 박창헌, 드라간, 노종건(45+1분↔박재현), 이준영
DF : 안재준, 임중용(31분↔김선우), 김영빈(74분↔강수일)
GK : 김이섭

◎ 수원 선수들
FW : 배기종(86분↔신영록), 하태균(46분↔서동현)
MF : 홍순학, 박현범(46분↔김대의), 백지훈, 조원희, 송종국
DF : 마토, 곽희주, 최성환
GK : 이운재
백지훈 드라간 인천 유나이티드 FC 수원 블루윙즈 K-리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