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 인 도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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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담기 위해서 혹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서 찍는 사진. 이런 사진 속에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흐릿한 모습도 함께 찍혀 있다면?
예전부터 심령 사진은 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물론 대다수의 사진들이 조작에 의한 것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심령 사진들의 미스터리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이런 심령 사진에 대한 공포를 영화로 이끌어낸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2005년에 개봉한 태국 공포영화 <셔터>다.

<셔터>는 부산국제영화제 등에서 소개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았으며, 아시아 곳곳에서 개봉하여 태국 공포영화의 힘을 알렸다.

주로 일본 공포영화에 익숙해져 있던 많은 관객들은 색다른 분위기와 이야기 그리고 온갖 관절만 꺾을 줄 알았던 일본 귀신과는 다른 귀신을 보게 되면서 공포에 떨면서도 환호했다.

그리고 이 사진 속의 혼령은 2008년 미국과 일본으로 건너가 리메이크되었고 <셔터 인 도쿄>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리메이크 되어 돌아온 <셔터>의 사진 속 혼령

개봉 당시 미국에서는 원작과 같은 제목인 <셔터>로 소개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셔터 인 도쿄>로 소개되었다. 그만큼 영화는 일본에서 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진작가 '벤자민'은 '제인'과 함께 신혼여행 겸 패션 촬영업무로 도쿄를 방문한다. 그러나 달콤한 신혼을 꿈꾸던 벤자민과 제인의 꿈은 후지산 속 도로에서 산산조각난다. 바로 달리는 차 앞에 갑자기 나타난 한 여인을 차로 친 것. 사고 이후 다시 의식을 되찾은 벤자민과 제인은 자신들이 친 여인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혼란에 빠진다. 도쿄로 돌아온 둘은 도쿄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지만, 벤자민이 찍은 사진들 속에서 혼령이 등장하면서 둘은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제인은 이 혼령의 정체와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게 된다.

<셔터 인 도쿄>는 원작인 <셔터>를 많이 각색한 모습을 보인다. 기존에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했던 작품들을 보면 나름 각색을 시도한 노력이 보이나, 원작을 따라가기 급급했던 것과는 달리 <셔터 인 도쿄>는 과감하게 원작을 각색한 흔적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원작과 별반 차이가 없었던 <그루지>나 <링>과는 다른 반가움을 엿볼 수 있다.

가장 큰 이야기의 토대는 그대로지만 불필요한 장면이나 공포를 조성하는 장면 등에서 많은 변화를 준 것이다. 그리고 주로 원작에서는 남자가 주가 되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데 반하여 <셔터 인 도쿄>는 여자가 주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그래서 언뜻 보면 <셔터 인 도쿄>는 원작과 다른 느낌을 많이 준다.

 영화 <셔터 인 도쿄>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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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는 다른 공포 분위기 조성, 지루한 공포만 보여

문제는 이런 변화가 악영향을 끼쳤다는 데 있다. 각색을 하여 변화를 준 것은 좋은 시도지만 원작의 공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지루한 공포를 조성한다.

원작이 사진 속 혼령의 정체와 숨겨진 이야기를 찾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와 시도 때도 없이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여 관객들을 놀래켰던 혼령의 모습을 적절히 섞은 공포영화였다면, <셔터 인 도쿄>는 혼령의 정체와 숨겨진 이야기를 찾는 그 과정에만 집중하여 지루함을 선사한다.

<셔터>의 명장면이었던, 달리는 차 안에서 귀신과 쫓고 쫓기는 장면이나 복도에서 거꾸로 매달려 쫓아오는 귀신 등은 찾아볼 수가 없고 원작에서 보여줬던 끔찍한 모습의 혼령은 예쁘장한 일본 여자로 둔갑했다.

어찌 보면 공포를 남발했던 원작과는 달리 <셔터 인 도쿄>는 <기묘한 이야기> <감염> 등을 연출한 일본 공포영화 감독 오치아이 마사유키가 감독을 맡은 탓인지 절제된 일본 공포영화 분위기가 많이 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전체적인 면에서 봤을 때 원작에서 공포 장면들만 제외하여 내놓은 듯한 지루한 리메이크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작을 그대로 따라갔던 <그루지>나 <링> 혹은 원작에는 없었던 엑소시즘을 첨가한 <미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안타까운 리메이크가 된 것이다. 물론 원작이나 리메이크 작품이나 마지막 충격적인 장면은 여전하다. 단지 그 부분에서 위안을 얻을 뿐이다.

미국 개봉 당시에는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평론가들의 평가는 전무후무할 정도로 무관심했던 <셔터 인 도쿄>. 그 무관심 속에서 우리나라에서도 극장 개봉은 하지 못하고 바로 DVD와 TV로 직행했으나, 공포영화 마니아 혹은 <셔터>를 재미있게 봤던 사람이라면 일본으로 건너간 사진 속 혼령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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