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로 결탁한 형제같은 은행사장과 형사

뇌물로 결탁한 형제같은 은행사장과 형사 ⓒ 로저 도날드슨


70년대 런던, 대열차 강도 사건(약 360만 파운드)을 넘는 액수의 은행털이 사건이 벌어진다. 그러나, 사건을 세간에 회자되게 만든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영국공주의 섹스스캔들 때문이다. 이 사건은 2054년까지 기밀공개가 금지되었으며 제작진은 치밀한 조사를 거쳐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에는 70년대 런던의 풍속사가 수북이 재현된다. 사건과 관련한 트릭들은 런던의 사회상과 어울릴 때 더욱 재미있다. <뱅크잡>을 예사롭게 볼 수 없는 이유는 그 시대가 런던의 모습이 정확하게 재현되기 때문. 실감있게 묘사되는 70년대 런던의 분위기는 영화를 그 이상으로 만들었다.

<뱅크잡>에는 범죄인 같은 정치가, 경찰과 영웅 같은 범죄인들이 등장한다. 70년대 런던이 그토록 부패했는지 겪어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는 어느 나라 어느 시간대 보다 그 때 런던이 가장 심한 것처럼 보여준다. 그리고, 이 부패상은 쏠쏠한 보는 재미를 준다.

대영제국의 금고 안,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런던은 지금도 세계 최고의 CCTV설치율로 논란이 빈번한 곳이다. 70년대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도청을 하던 기관직원에 의해 범죄자들의 무전이 잡힌다. 이 무전이 아니라면 은행털이는 완전범죄가 될 뻔 했다.

영화에는 국가기관들의 행태가 계속 등장한다. 경시청의 형사는 뇌물먹은 장부를 범인들에게 털린 후 사적으로 그들을 추적한다. 영국의 대표적 정보기관 MI5는 범죄자들에게 이용당한 후 그들에게 면죄부를 발부해 준다.

국회의 위원회는 사건을 덮으려고 언론에 대해 보도통제를 하고, 경찰은 범죄자에게 이용당한 후 그들을 풀어준다. 정치인은 변태섹스로 빌미를 제공하고, 영국공주는 애초에 사건의 근본원인이 되는 난잡한 성관계의 주범이다.

정보기관은 자객들을 보내서 범인들의 일부를 살해하고, 영국 런던의 상류층 여자들은 사기꾼들에게 예사로 몸을 내준다. 한 사회의 지도층이 도덕적으로 법적으로 완전히 타락해 있는 상황이 '뱅크잡'이 발생하는 터전이 된다. 사회의 지도층이 썩었을 때 어이없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동서고금 마찬가지다.

Get It On! Bang A Gong!

"Get it on! Bang a gong!"은 80년대 빌보드 히트로 유명하다. 영화의 도입부에 바로 나오는데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들려준다. "Get it on"은 "성행위를 하다"라는 뜻의 비어로 영화 곳곳에 등장할 질퍽질퍽한 사건을 암시한다.

"Get it on! Bang a Gong!"같은 구실을 하는 것이 영화에 또 하나 등장한다. 페이크 포르노다. 잠깐 스쳐가는데 이게 썩 괜찮다. 그럴싸하게 70년대 런던 지도층의 특이취향을 잘도 보여준다. "저거 진짜야"라는 감탄을 연발하는 멍청한 형사도 하나 나온다.

영화의 단서로 잠깐씩 등장하는 흑백사진들이 있다. 몰카로 찍은 영국 공주나 사회지도층의 사진들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진은 정말 다양한 역할을 한다. 옛날 포르노를 연상시키는 구도의 사진들은 그들이 얼마나 썩었는가를 소리없이 전달한다.

영화에는 영국의 대표적 공안기관 MI5도 등장한다. MI씨리즈는 우리에겐 007로 익숙하다. 그런데 이 집단, 전혀 샤프한 데가 없다. 007도 그렇지만 옷만 런던멋쟁이고, 사실은 관료제의 첨병 그자체다.

<뱅크잡>에는 영국 상류층의 성풍속도도 등장한다.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이런 노래도 있지만 상류층 여자는 흑인 정력남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신분이 애매한 x라는 흑인 무리가 등장한다. 삐쩍 마르고 피부만 뽀얀 상류층 여자는 이 흑인과 물의를 일으키고, 심지어 여기엔 영국공주까지 가담한다.

<뱅크잡>은 범죄스릴러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70년대 런던이라는 비교적 생소한 때와 장소지만 항상 반복되는 상류층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실화를 근거로 명백한 증거들을 제시하는 것이라 부인하기도 힘들다.

런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