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섹스중독자 카베 자헤디는 섹스 중독을 극복하려고 눈물겹도록 애를 쓰지요. 한국에서 넘쳐나는 삐뚤어진 섹스 문화는 누가 극복하고 있나요.

▲ 나는 섹스중독자 카베 자헤디는 섹스 중독을 극복하려고 눈물겹도록 애를 쓰지요. 한국에서 넘쳐나는 삐뚤어진 섹스 문화는 누가 극복하고 있나요. ⓒ 이모션 픽쳐스

사람은 홀로 있으면 외롭고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지요. 또한 광물이 아니기에 성욕은 자연스러운 욕구지요. 이러한 성욕이 평생 한 사람과 나눈다면 좋겠지만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헤아릴 수 없는 모텔들과 단란주점들은 정직하게 한국 사회를 돌아보라고 하네요. 간통죄로 처벌하려 하지 말고 성윤리와 사회 책임을 제대로 자리 잡게 하라고.

한국에서라면 간통죄로 잡혀갈 남자가 있지요. R등급 우디 앨런이라 불리는 '카베 자헤디' 감독이 그 남자예요.

그는 <나는 섹스중독자>[2005]에서 주연으로도 나오면서 직접 자신의 일대기를 다뤘지요. 성욕은 어디까지 허용이 되며 상대에게 얼마나 솔직할 수 있는지 흥미롭게 영화를 만들었네요.

섹스중독자가 털어놓는 경험담

영화는 주연이자 감독인 자헤디가 세 번째 결혼식을 앞두고 턱시도를 입은 채 '나는 섹스 중독자였다'라고 고백하는 것에서 시작해요. 그는 자유연애를 믿었고 일부일처제는 사유 재산 같은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은 사유 재산을 반대했으며 당시 우상은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였다고 시종일관 자기 논리를 펴요.

영화는 자신이 만났던 여성들의 실제 영상과 영화작업을 하면서 재연한 장면을 섞어놓고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화면을 곁들이며 여러 실험을 하지요. 거기다 자헤디 감독이 상황 배경을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성욕을 해결하려고 벌였던 우스꽝스러운 일들을 솔직하게 털어놓네요.

그는 처음에 자신의 성욕을 잘못된 것이라고 여기며 묻어두려 하지만 잊으려하면 할수록 갈망은 커지지요. 억제하려고 하니 더 욕망이 커지는 것이라고 판단한 그는 애인에게 솔직하게 얘기하여 인정받으려고 하지요.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아무 비밀도 없어야 한다고 믿으며 수줍게 고백하지요. "내가 섹스 하는 모습을 봐 줄래? 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의 성 욕망을 털어놓으며 눈을 이곳저곳으로 돌리는 그를 받아주기는 어렵지요. 자위할 일이 생겨서 약속에 늦었다고 할 정도로 속내를 남김없이 보여주기에 사랑은 계속 떠나가지요. 애인과 잠자리를 가져도 성노동자와 섹스를 하고 싶어 하는 그의 욕구를 이해해 주는 여성은 드무니까요.  

진정한 사랑으로 섹스 중독 고쳐

사파리 구경하듯 성욕을 달래지 못한 채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집창촌을 헤매지요. 물건처럼 거래 대상이 된 여자들 사이를 주인공이 지나가네요.

▲ 사파리 구경하듯 성욕을 달래지 못한 채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집창촌을 헤매지요. 물건처럼 거래 대상이 된 여자들 사이를 주인공이 지나가네요. ⓒ 이모션 픽쳐스


한 여성은 자헤디가 성노동자와 섹스 하는 걸 지켜봐주러 같이 가주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자헤디가 문제가 되지요. 독점하는 일대일 성관계를 자본주의체제가 작동하는 원리로 받아들이고 거부한 그였지만 애인이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을 때는 자신이 불편하고 참을 수가 없는 것이었죠. 자신은 되면서 애인은 안 되는 자기모순이 드러나서야 방종을 돌아보게 되지요. 

자유연애를 믿었던 그답게 사랑과 섹스에 엄청난 흥미를 보이며 많은 여성들을 만났지요. 그러면서도 집창촌을 헤매고 돈을 주고 성을 사면서 갈등을 만날 하지요. '좋은 곳' 가자고 시시덕거리는 많은 남자들과 다르게 그는 '좋은 곳'을 가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애를 써요. 이 대목이 이 영화가 주는 재미와 교훈이에요.  

그는 성 환상을 달래려고 수많은 시도들을 하고 방황을 하지만 결국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면서 섹스 중독에서 벗어나지요. 그리스 신화 '사이렌'을 들먹이며 자신은 더 이상 유혹하는 소리를 듣지 않고 아름다운 노래만 듣게 되었다고, 그것이 사랑이라고 관객들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네요.

섹스중독에 걸린 한국 사회에서 간통죄?

애인이 있어도... 애인과 잠자리를 원활하게 잘 가져도 그는 다른 여성과 성관계를 갖고 싶어하지요. 이처럼 아무리 법으로 제재를 가해도 성윤리가 서 있지 않으면 딴 생각을 품게 되어있지요.

▲ 애인이 있어도... 애인과 잠자리를 원활하게 잘 가져도 그는 다른 여성과 성관계를 갖고 싶어하지요. 이처럼 아무리 법으로 제재를 가해도 성윤리가 서 있지 않으면 딴 생각을 품게 되어있지요. ⓒ 이모션 픽쳐스


영화에서는 감독이 섹스 중독이었지만 한국은 사회가 섹스중독에 걸린 듯싶네요. 지하 컴컴한 곳에 들어가 딸 같은 여자들을 주무르게 해줘야 접대를 제대로 했다고 생각하는 한국 남자들은 아이들 성욕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지요. 얼마나 일그러진 성문화가 끈질기면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고 있는데도 공직자들이 집단 성구매를 자연스럽게 하겠어요.

한국 남자들은 사회성공과 성욕해소가 맞물려있다고 착각하지요. 성공할수록 수많은 여성과 관계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며, 자신도 지위를 높여서 성욕을 마음껏 누리고 싶어 하지요. 이런 것은 간통이라고 생각하기는커녕 마땅하게 해야 할 일처럼 하고 있지요. 언제나 악법은 '눈 가리고 아웅'처럼 있으면서 힘 있는 자들 입맛 대로 작동하지요.

간통은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성관계를 가지는 일을 말하지요. 친고죄기 때문에 배우자에게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는 걸까요. 밤마다 셀 수 없이 일어나는 간통들을 보면서 간통죄가 필요한 이유 찾기란 꽤 어렵지요. 엉성하게 합헌 결정이 내려진 간통죄를 비웃으며 오늘도 밤업소는 불야성을 이루네요.

섹스 권하는 사회에서 사랑 권하는 사회로

악! 사이렌이다! 사이렌의 유혹하는 소리에 선원들은 바다에 뛰어들게 되지요. 그 사이렌을 이겨내는 방법은 더 아름다운 노래를 듣는 것이지요. 지금 사이렌을 듣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 악! 사이렌이다! 사이렌의 유혹하는 소리에 선원들은 바다에 뛰어들게 되지요. 그 사이렌을 이겨내는 방법은 더 아름다운 노래를 듣는 것이지요. 지금 사이렌을 듣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 이모션 픽쳐스


개인의 성생활은 저마다 판단에 맡겨야지 국가가 끼어들어 '감 내놔라, 팥 내놔라'해서는 모양새가 영 그렇지요. 그러나 간통죄가 한국 사회 성윤리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마치 국가보안법이 한국을 지키는 대단한 법이라고 여기듯이.

누구에게나 성욕이 있고 나름대로 성 환상이 있지요. 한국이 문제가 되는 것은 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성윤리 수준이 떨어지며 책임의식이 높지 않다는 것이에요. 법으로 어설프게 땜질하려고 할 시간에 가만히 있어도 옆구리를 찌르는 한국 밤 문화와 아무렇지 않게 바지 지퍼를 내리는 한국 남자들 생각을 바꾸려고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밤거리를 불태우는 수많은 네온사인과 일탈을 조장하는 밤업소가 남자들 사이에서 '좋은 곳'으로 통하는 한국은 '섹스를 권하는 사회'지요. 손쉽게 돈과 성이 거래되는 사회에서 사랑을 하기까지 허벅지를 송곳으로 찌르며 버티기는 어려운 일이지요. 그럼에도 영화 주인공 자헤디가 섹스 중독에서 헤맸다가 사랑에서 행복을 찾았지요. 한국도 '사랑 권하는 사회'로 달라져야 더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씨네21 개인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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