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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에버는 홈플러스로 바뀌지만 500일째 투쟁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다. 1일 오후 서울 문래동 홈플러스 앞에서 '이랜드 파업 500일 문화제'중 구호를 외치고 있는 조합원과 연대대오.
 홈에버는 홈플러스로 바뀌지만 500일째 투쟁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다. 1일 오후 서울 문래동 홈플러스 앞에서 '이랜드 파업 500일 문화제'중 구호를 외치고 있는 조합원과 연대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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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여개의 촛불을 밝힌 각 연대단체와 시민들. 대오 앞에는 '해고자 전원복직', '비정규직 철폐하라'등의 현수막이 놓여있다.
 300여개의 촛불을 밝힌 각 연대단체와 시민들. 대오 앞에는 '해고자 전원복직', '비정규직 철폐하라'등의 현수막이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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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여섯시 반 경,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홈플러스 앞에서는 '이랜드 투쟁 승리를 위한 500일 문화제'가 한창이었다. 무대를 중심으로 기륭전자 및 르네상스 호텔 조합원 등과 민주노동당, 행진, 인터넷 지지모임인 함께 맞는 비 등 각종 연대단체와 시민들이 300여 개의 촛불을 들고 함께했다. 주말 저녁 사람들로 붐비는 마트 앞에서 진행되는 문화제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시민들도 간혹 있었다.

"아직도 하네."

"근데 왜 '홈플러스'앞에서 하지?"

한 쌍의 젊은 부부는 왜 홈플러스 앞에서 문화제가 진행되는지 궁금해 하며 지나갔다. 이제 이랜드 일반노조의 파업은 홈플러스 앞에서 진행된다. 지난 10월 1일부터 삼성테스코가 이랜드로부터 홈에버의 경영권을 넘겨받은 것. 이랜드 일반노조 홈에버 지부는 이제 이랜드 일반노조 홈플러스 지부가 됐다.

홈에버는 홈플러스로 바뀌어도 투쟁은 계속된다

새로운 교섭이 시작되고 추가 외주화 금지 및 16개월 이상 비정규직의 고용보장 등 몇 가지는 협상됐으나, 역시 최대 쟁점은 해고자 복직부분이었다. 위원장을 비롯한 핵심 집행부 5명은 "해고를 인정하겠다"고까지 물러섰으나, 사측은 일반 분회장 10여명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경욱 위원장은 "분회장이 복귀하지 않으면 노동현장은 수개월 안에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표명해왔다. 또한 삼성테스코측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단결권'의 포기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무파업'을 선언하라는 것이다.

이 날 문화제의 사회를 맡은 홍윤경 사무국장은 "500일까지 오고 싶지 않았습니다"라고 씩씩하게 말했지만 그래서 서글펐다. 발언에 나선 박창환 민주노동당 성북구 위원회 위원장은 "이랜드 조합원들에게 500일은 5년 같았을 것"이라며 "누구도 나에게 빚 있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부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는 "두렵다"고 말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답답함도 사실"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 답답함은 이내 격려와 연대의 지지로 이어졌다. "승리에 대한 낙관을 가지고 함께 투쟁하자"고 외치는 목소리에 촛불을 든 시민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했다.

조합원들 "아직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이어 이랜드 일반노조의 율동패인 새벽과 신화는 "500일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시간"이라며 힘찬 몸짓을 이어갔다. 2007년 7월 그 뜨거웠던 여름, 홈에버 상암점 점거 당시 수줍고 서툴던 몸짓은 어느새 수준급이 되어있었다. 한명희 조합원의 딸도 함께 율동에 참여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총 3곡의 노래에 맞춰 흥을 돋운 율동패는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아직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에 맞춰 공연을 선보였는데 이는 홍윤경 사무국장의 말처럼 "놀라운 선곡"이었다. "투쟁이 끝나지 않았으니 얼굴 찌푸리지 말자,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것.

최근 결성된 이랜드 일반노조 월드컵분회 노래패인 '비상'의 공연. 한 조합원의 아이가 무대 앞으로 나와 깜찍한 율동과 박수를 곁들이며 잔뜩 긴장한 조합원에게 웃음을 선물했다.
 최근 결성된 이랜드 일반노조 월드컵분회 노래패인 '비상'의 공연. 한 조합원의 아이가 무대 앞으로 나와 깜찍한 율동과 박수를 곁들이며 잔뜩 긴장한 조합원에게 웃음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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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옥 부위원장과 노동가수 지민주씨는 듀엣으로 열창하며 깜짝공연을 선보였다.
 이경옥 부위원장과 노동가수 지민주씨는 듀엣으로 열창하며 깜짝공연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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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최근에 결성된 월드컵분회 노래패 비상과 서울대 율동패인 골패, 연영석, 지민주씨 등의 공연도 이어졌다. 특히 지민주씨와 이경옥 부위원장의 듀엣은 깜짝공연으로 큰 호응을 받았다. 지민주씨의 노래인 '길 그 끝에 서서'의 하이라이트인 "이제는 우리가 빛을 만들 차례야, 이제는 우리가 빛이 될 차례야"라는 가사를 있는 힘껏 열창했던 이경옥 부위원장은 앙코르 신청을 받기도 했다.

"600일 문화제는 안했으면"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임혜숙 조합원은 "200일 문화제 때 눈 맞으면서 발언하면서 300일까지 가지 말자고 말했는데, 500일 문화제까지 하게 될 줄 몰랐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늘 옆에 있던 조합원들과 연대동지들 덕분"이라며 "서로 위하면서 500일을 함께해 온 동지들을 사랑한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흰 천에 먹물로 손도장을 찍고 다짐을 적으며 다시 한 번 결의를 다지는 조합원들.
 흰 천에 먹물로 손도장을 찍고 다짐을 적으며 다시 한 번 결의를 다지는 조합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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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시민들의 연대 손도장도 줄을 이어 조합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학생, 시민들의 연대 손도장도 줄을 이어 조합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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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은 흰 천에 먹물을 묻혀 손바닥 도장을 찍고 다시 한 번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조합원들을 지켜보며 현장을 기록하던 서부비정규센터 회원이자 참세상에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 관련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박병학씨는 "600일 문화제 같은 건 하지않았으면 좋겠다"며 "500일의 절망만큼 그들에게 희망의 내일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함께 폭죽을 터트리면서 축제 같았던 '즐거운 투쟁'은 여덟시 반 경 마무리됐다. 500일이라는 긴 시간, 때론 지치고 고됐지만 그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적당히'가는 길이 쉬운 줄 알면서도 '인간답게' 자존심을 고집해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1일 "노사 불법 땐 기업보다 정부가 문제 삼을 것"이라며 엄포를 놨고, 이영희 노동부장관은 현재 비정규직법에 규정된 2년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4년 이상으로 바꿀 것을 시사해 논란이 되고 있다.

다시 찾아 온 겨울, 그들이 가야하는 길이 쉽지 않아 보인다.

투쟁이 자꾸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되지 않는 어려운 싸움으로 인식할까봐 걱정이에요. 모든 사람이 함께 나서서 풀어 가야 할 문제로 생각해야 하는데, 정말 어려운 문제, 누구도 해결해주지 않는 문제, 당사자만 피해보는 문제로 생각하게 될까 봐 걱정인 거죠. 이랜드 동지들도 하루빨리 승리해서 당당하게 현장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 <우리들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줘>, 189쪽, 오석순 기륭전자분회 조합원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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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랜드 일반노조, #비정규직, #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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