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는 어떻게 살까?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 1% 특권층의 이야기를 알고 싶었다. 내가 자주 가는 영화관에서는 상영하지 않아 상영하는 곳까지 굳이 찾아가 본 영화가 <더 클럽>이다. 상영한 지 일주일이 지난 영화를 지난 10일에야 뒤늦게 보았다.

“뉴욕 상류 1% 그들만의 비밀클럽…. 뉴욕의 잘 나가는 회계사지만 일상이 무료한 조나단… 뉴욕 최상류층만 가입할 수 있는 비밀클럽을 알게 된다. …스페셜 전화로 약속을 정하고 이름은 묻지 않은 채 뜨거운 관계를 갖는 이 클럽에 빠져든다. …사라진 여자… 그리고 거대한 음모, 어느 날, 지하철역에서 한눈에 반했던 여성이 비밀 클럽의 파트너로 나타나자, 조나단은 규칙을 어기고…”

이렇게 멋진 카피를 적어놓은 <씨네21>의 시놉시스가 아니었다면 그리 악다구니를 치고 상영관을 찾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한 마디로 1%의 특권층은 독종이요 별종인 인간들이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별종에게 도전장을 낸 다른 의미에서 별종인 친구, 그가 주인공 조나단(이완 맥그리거 분)이다.

@IMG@

‘튀는 별종’ 대 ‘참신한 순종(純種)’

‘1% 혹은 2% 특권층을 위한 종부세 완화정책’ 어디서 많이 들어본 구절일 게다. 요즘 정부의 감세정책에 대한 목소리다. 이런 매스컴의 선지식 때문인지 그 1%가 얼마나 궁금하던지. 1% 상류층(난 이 말이 싫다. 상류와 하류를 돈 가지고 구분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특권층이란 말이 맞다)의 이야기라고 해 <더 클럽>을 봤다. 그런데 그들은 정말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법을 무시하고, 돈 가진 것이 무슨 벼슬인 양 으스대고, 그들만의 암호와 묵시 속에 갇히는 것을 특권이라고 생각하고, 익명성에 기대어 향락에 빠지는 별종들, 바로 영화가 말하는 뉴욕의 1% 특권층의 모습이다. 근데 이게 우리나라의 1% 혹은 2%라는 이들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 1%의 별종은 인종차별도 없고, 국경도 없는 모양이다.

1%의 별종들이 있다면, 99%의 순종들도 있지 않겠는가. 이 시대는 이 1%가 이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 99%는 늘 패배하는가. 영화는 그렇지 않다고 항변한다. <더 클럽>이 스릴러물이라는 장르에서 볼 때 뻔한 스토리와 이미 관객이 알아차린 반전 등으로 인하여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난 다른 각도로 보았기에 멋있었다. 반가웠다. 기분 좋았다. 그 별종 1%를 99%의 대변자 순종 조나단이 뭉개버렸기 때문이다. 이 험악한 시대에 사랑은 있을까. 별종들만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는 이 시대에 순정이란 있을까. 독버섯이 더 버젓이 피어나는 옴 붙은 거리에 순진한 사람 하나 있을까. 돈으로 신을 삼은 시대에 돈보다 사랑을 선택하는 멋진 사람이 있을까.

있다. 적어도 영화 <더 클럽>에서는 그런 사람이 있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회계사 조나단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평론가들의 의견과는 달리, 난 질 놈은 지고, 이길 놈은 이겨서 너무 좋다. 조나단의 순진하리만치 고지식한 사랑. 1%의 섹스클럽 식구들에게 사랑의 맛 한번 제대로 보여준 사내, 맞다. 다른 표현이 필요 없다. 그가 조나단이다.

@IMG@

1% 상류층 그들만의 잔치, “오늘밤 한가해요?”

사랑이 필요 없는 동물들이길 원하는 1% 상류층 야만인들에게 그들이 구가하는 동물적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외친다. ‘이름도 묻지 마라. 직업도 묻지 마라. 관심도 갖지 말라. 사랑을 하면 안 된다. 그냥 즐기기만 하라.’ 그들 세계의 규칙이다.

밤을 새워가며 일하는 회계사 조나단에게 은근히 다가온 마수, 와이어트는 그를 이용하여 수천만 달러를 손에 거머쥐려는 사기꾼이다. 힘들어하는 조나단에게 대마초를 권하는 와이어트는 이미 뉴욕의 1% 상류층들이 가입한 비밀섹스클럽의 회원이다.

와이어트가 조나단에게 접근한 것은 돈 때문. 하지만 조나단은 그 사실을 모른 채 그의 호의에 흠뻑 빠진다. 와이어트의 소개로 비밀클럽에까지 빠져든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 바로 그 속에 음모가 숨었다는 걸 관객은 아는데 조나단만 모른다.

“오늘밤 한가해요?”라는 메시지가 뜨면 여기에 답하는 자와 즐기는 것이다. 우연히, 아니 와이어트의 계략에 의해, 그의 핸드폰의 메시지를 읽게 된 조나단, 그 마력의 늪에 빠져든다. 나타난 여인이 지하철에서 봤던 한눈에 반한 그 여인, 이니셜만 등장한다. S(미셸 윌리엄스 분)라고 한다.

사기꾼 와이어트는 그녀를 철저히 이용한다. 마음이 이미 그녀에게 사로잡힌 조나단은 사라진 그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이 회계 감사를 진행 중인 기업으로부터 수천만 달러를 스페인의 계좌로 보내라는 와이어트의 요구대로 돈을 부친다.

비밀클럽, 돈, 음모 그리고 진정한 사랑, 이들의 운명은 어찌될까. 순정의 사내 조나단은 결국 와이어트의 계략에 넘어가 패배하고 마는가. 그러면 영화가 재미없다. 그래도 진실 하나만 믿고 버티는 99%가 너무 버겁다.

@IMG@

1%를 보기 좋게 깔아뭉개는 조나단

결론부터 말하면 진리는, 진실은 항상 승리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영화에서는 그랬다. 현실이 그렇지 않으면 영화에서라도 그래줘야 희망이 있지 않겠는가. 마르셀 랭겐거 감독은 그 기대에 부응해 준다. 멋진 감독이다.

정도로 편법을 이길 수 있을까. 순진함으로 교활함을 이길 수 있을까. 사랑으로 미움을 이길 수 있을까. ‘그렇다’고 영화는 말한다. 알고 보니 이미 S는 와이어트가 차지한 사람, 하지만 한 번의 만남을 통하여 조나단의 진실과 사랑에 마음을 빼앗긴 여인. 차지했다고 다 사랑은 아니다.

1% 속에도 S같은 이들이 있다는 걸 영화는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1%니, 2%니 하는 특권층 중에도 S같은 사람이 있을까. 진정이 통하고, 사랑이 통하고, 상식이 통하는…. 물론 있을 것이다. 있어야만 한다.

두 가방에 그들의 몫을 챙긴 조나단과 와이어트. S를 사랑하는 조나단은 자신이 소유한 돈의 절반을 줄 테니 그녀가 있는 곳을 알려달라고 한다. 와이어트는 그러마고 하고 조나단을 한적한 공원으로 끌고 가 권총을 꺼내든다.

그 순간 다른 총이 와이어트를 쓰러뜨린다. S가 쏜 것이다. 멋지다. 그리고 휘휘 사라진다. 사랑하는 이를 위하여 이런 것쯤은 할 수 있다는 듯이. 사랑은 통한다고 했던가. S와 조나단의 사랑을 결국 통했다. 비록 비밀클럽의 음흉한 현장에서 만난 이들이지만 ‘사랑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와이어트 곁에 돈 가방을 버려두고 S를 따르는 조나단, 돈보다 사랑이라고 일갈하듯. 후에 S와 조우하는 광장에는 비둘기 떼가 비상한다. 사랑과 평화만이 영원한 것이라고 일갈하듯. 둘의 조우는 한 번으로 끝나버린다. 영원한 사랑은 있을 수 없다고 일갈하는 듯.

전반의 지루함을 단번에 반전으로 이끄는 영화적 매력이 뒷부분에 철철 넘친다. 1%의 특권층, 그들이 만든 규칙은 아무것도 아님을 신랄하게 비난하는 <더 클럽>, 그들만의 잔치에 초를 치는 조나단과 S의 사랑의 승전가가 내 귀에 들리는 듯하다.

덧붙이는 글 마르셀 랭겐거 감독, 이완 맥그리거, 휴 잭맨 주연, 샤이엔 엔터프라이지즈 제작, 더 시너지 배급, 108분
이기사는 갓피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더 클럽 마르셀 랭겐거 이완 맥그리거 개봉영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