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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 개막하는 1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상영되는 작품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곳 저곳에서 이 작품 절대 놓치지 말라는 추천이 이어지며 영화제 길잡이 노릇을 자임하고 있는 것.

사실 이번 부산에서 상영되는 315편의 영화는 엄선되고 엄선된 영화라 어느 영화를 봐도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세계 각 영화제에서의 수상작은 물론 역량 있는 신인감독들의 영화와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나라 영화들을 맛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작품에 따른 재미나 감동은 보는 사람에 따라 각각의 특색이 있기 마련. 영화를 공부하거나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은 작가주의 작품에 비중을 두지만 평범한 대다수의 관객들은 영화의 재미를 일순위로 치게 된다. 

따라서 영화평론가나 감독 등의 전문가들 추천작은 어떤 경우 일반 관객들이 보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가 있다. 꽤나 복잡하게 전개되기도 하는 영화 속 구조를 이해하려면 말이다.

엄선된 315편의 작품, 어느 것도 후회는 없을 듯

작품성이 재미를 담보하지 못하기에 작품성이 있더라도 흥행과는 거리가 먼 작품들이 많다. 반대로 흥행성이 있는 영화들이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 마리 토끼에 비유한다. 어지간한 능력이 없이는 두 토끼를 다 잡기란 어렵고, 국내에서도 이 두 가지 능력을 두루 갖춘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현실이다.

영화제를 통해 상영되는 영화는 작품성을 우선 기준으로 하지만 대중성이 있는 작품들도 상당히 많다. 그러나 일반 관객들이 구분하기는 어려운 일. 어떤 영화가 작품성도 있고 재밌는지 알 수 있는 제일 확실한 방법은 영화를 먼저 본 사람들의 추천을 받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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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상영 전 작품을 볼 수 있는 특권은 작품을 추천한 프로그래머들과 자막 작업을 하는 자막팀만이 갖고 있다. 프로그래머들이야 영화를 전문으로 보는 사람들이지만 어둠의 자식들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자막팀은 내용을 번역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래서 자막팀이 선정한 영화는 일반 관객들과 눈높이가 비슷하기 때문에 어떤 작품이 더 재밌고 감동적인지 알 수 있는 바로미터다. <오마이뉴스>는 이 자막팀의 추천 작품들을  자막 작업자들의 추천평과 함께 공개한다.

'어둠의 자식들'의 추천, 믿어볼까?

'PIFF 자막팀이 뽑은 올해의 영화 X-파일'이라 불리는 이 추천작들은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자료가 아닌 온라인에서 영화제 관계자들끼리만 공유하는 내용이다. 자막팀이 영화제 스태프들에게 알려주는 것으로 비공개 내부 정보인 셈이다.

따라서 한글 자막이 나오는 외국영화들에 한정된다. 지난해에는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공개됐으나 올해는 내부 자료로만 공유되고 있던 것을 최근 어렵사리 입수했다. 어떤 작품을 볼지 결정 못한 관객들이라면, '어둠의 자식들'의 추천을 믿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자막팀 추천작 중 일부를 부문별로 몇 작품씩 정리했다. 작품에 있는 설명은 자막팀이 작업을 끝낸 뒤 남긴 촌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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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할아버지 / Turmoil> 
감독 사빗 쿠르만베코프 외 / 2008 / 카자흐스탄 / 70min / 뉴커런츠
돈이 없어 DVD에 영어 자막을 못 넣은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위트 넘치고 재기발랄 합니다. 어느 작은 마을의 현실적인 이솝우화 느낌이었답니다.

<6월 이야기 / A Moment in June>
감독 오 나타폰/ 2008 / 태국 / 106min / 뉴커런츠
러브 소설, 순정 만화 같은 이야기. 영상도 이야기도 참 예쁜 영화. 20~30대 관객 분들이라면 특히 고고씽

<날고 싶은 눈 먼 돼지 / Blind Pig Who Wants to Fly> 
감독 에드윈 / 2008 / I인도네시아 / 77min / 뉴커런츠
스티브 원더의 '아이 저스트 콜 투 세이 아이 러브 유(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를 마스터 할 수 있을 것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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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풍 / Winds of September> 
감독 린슈유 / 2008 / 대만 / 105min /  아시아영화의창
내 청춘은 홈런만 칠 것 같았는데, 웬걸 온통 삼진 아웃과 더블 플레이 뿐이다. 그래도 어쩌랴. 그런게 내 인생인걸. 다쳐 구르고 아파하며,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소년들의 이야기. 영화가 그리는 일곱 소년의 일상은 일견 평범해 보이지만 어른들 가슴 한 편의 추억을 부르기엔 그리 부족하지 않다. (참고 : 야구영화는 아님)

<아이가 아이를 낳다 / Child by Children> 
감독 하기우다 코지 / 2008 / 일본 / 122min /  아시아영화의창
초등학교 5학년 하루나는 성교육 수업시간에 자신이 임신했다는 것을 무심코 알게 되는데… 초등학생의 임신과 출산을 통해 도발적이지만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깜짝 카메오 우에노 쥬리의 출연을 기대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음 ㅋㅋ(너무 잠깐 나와서)

<굿,바이 / Good&Bye> 
감독 다키타 요지로 / 2008 / 일본 / 131min / 아시아영화의창
- 죽음을 마무리 해 마지막 길을 인도한다? 첼로에게 외면당하고 그가 택한 것은 시체? 단순히 표현하자면 죽음과 장례를 다루고 있는 영화지만. 죽음을 둘러싼 흔한 포용과 용서가 여기없이 여기서도 표현되고 있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영화. '나도 죽으면 내 마지막 정리를 맡기고 싶다'고 모두 생각하게 될 거야!

- 이것이 진정 일본 영화의 깊이!

<두 발로 걷는 말 / Two Legged Horse>  
감독 사미라 마흐말바프 / 2008 / 이란 / 97min / 아시아영화의창
개인적으로는 미역인 줄 알고 씹고 바퀴벌레인 것을 알고 뱉은 듯한 느낌의 영화. 그러나, 삶의 철학과 인간 본성의 비참함을 경험하고픈 사람이라면 반드시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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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회공연 / The Tour>
감독 고란 마르코비치 / 2008 / 보스니아 / 108min / 월드시네마
보스니아 내전에 천지분간 못하고 떠나는 배우들의 순회공연 고군분투기. 코믹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완벽한 연출력. 더 이상 세련된 코미디는 없다…없으려나?…없었으면.

<새벽의 경계 / Frontier of Dawn>
감독 필립 가렐 / 2008 / 프랑스 / 105min / 월드시네마
- 아름답고 지극히 프랑스 적이며 멋진 주인공까지 나오는 영화를 원한다면 바로 이것이다. 흑백으로 처리된 영상은 주인공들의 미를 절제하고 감정을 솔직히 표현해 주는 장치이지만, 근사한 외모는 어쩔 수 없지. 그는 그녀를, 그녀는 그를 정말 진심으로 사랑했을까?

- <오페라의 유령> 이후 최고의 미스터리와 사랑 이야기. 확실한 결말에 비해 묘하게 남는 여운의 미. 사랑을 사회상에 비추어 극단적으로 표현한 세련미. 아들의 연기력을 빛내준 아버지의 연출력. 프랑스 영화 맞아요. 좋습니다!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 Cherry Blossoms - Hanami>
감독 도리스 되리 / 2008 / 독일 / 126min / 월드시네마
- 올해 맡은 작품 중 으뜸. 황혼에 접어든 노부부와 이제 막 사랑이 가슴 속에 싹트기 시작한 아이들까지, 화목한 기운이 넘치는 가족부터 불화가 점령해 버린 가족들까지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평소 굴러가는 낙엽에도 눈물나는 분이라면 꼭 손수건이 아닌 티슈를 필히 지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감독은 파니 핑크를 만든 도니스 되리랍니다. 아 후지산과 벚꽃, 부토(일본의 현대무용)는 그야말로 예술.

- 영상미에 한번 빠져 보실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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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치 / Orochi - Blood> 
감독 츠루타 노리오 / 2008 / 일본 / 107min / 미드나잇패션
몬젠 가문의 저주받은 여자들 이야기. 키무라 요시노의 발광하는 연기에 반하다.

<서베일런스 / Surveillance> 
감독 제니퍼 린치 / 2008 / 미국 /98min / 미드나잇패션
스타일리쉬한 스릴러물. 감독이 데이빗 린치 딸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영화. 반전은 그야말로 최고!

<인주 / Inju ; The Beast in the Shadow>
감독 바벳 슈로더 / 2008 / 프랑스 / 105min / 미드나잇패션 
미스터리 소설같은 내용을 할리우드 식으로 끌어가 흥미진진하나 결론이 약간 아쉬움

<랑카수카의 여왕 / Queens of Langkasuka> 
감독 논지 니미부트르 / 2008 / 태국 / 137min / 오픈시네마 
태국판 블랙뻘의 저주. 전설과 모험이 숨 쉬는 바다 속으로 풍덩!

<스카이 크롤러 / The Sky Crawlers>  
감독 오시이 마모루 / 2008 / 일본 / 120min / 오픈시네마
언제나 인간 관계에 고민 많으신 오시이 마모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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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맨 / Mercury Man> 
감독 반디드 통디 / 2006 / 태국 / 105min / 특별전 - 아시아의 슈퍼히어로
태국의 슈퍼 히어로. 오지랖 넓은 주인공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의 구원자가 된다. 세계를 손에 넣으려는 악당과 당당하게 맞서 싸우는 우리의 머큐리맨! 그 현란한(?) 액션의 바다로 빠져 보시길….

<종달새 농장 / The Lark Farm> 
감독 타비아니 형제 / 2007  / 이탈리아 / 122min / 특별전 - 타비아니 형제 회고전
사랑과 전쟁(부부클리닉 아닙니다!)을 다룬 명품 영화.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인간의 한계와 나약함을…. 여자 주인공의 결말이 눈물 나게 한다.

<탁구는 나의 힘 / The King of Ping Pong>
감독 얀스 욘손 / 2008 / 스웨덴 / 107min / 플래시포워드
화면의 느낌이 색달랐던 스웨덴 아이들의 성장영화. 10대 초·중반 아이들에게 추천합니다. 라스트 10분은 특히 간과할 수 없죠.

<힌드미스 / Hindemith> 
감독 안드레이 슬라바코프 / 2008 / 불가리아/103min / 플래시포워드
평소엔 거의 접할 수 없는 나라의 화끈한 블랙코미디! 100분간 당신은 예쁘고 선명한 색감, 한물갔지만 여전히 향수를 만족시키는 올드송, 배꼽빠지는 광고들, 블랙코미디의 필수 요소인 약간의 사회 풍자에 빠져 허우적 거리게 될 것이다.

<헝거 / Hunger> 
감독 스티브 맥퀸 / 2008 / 영국 / 96min / 플래시포워드
영화제에 남우주연상이 있다면 이 영화의 '바비'에게. 감옥에서 단식투쟁으로 죽어가는 연기를 끔찍하도록 잘 표현한다. 또 20분간 이뤄지는 롱테이크는 꼭 놓치지 마시길.

<단편 쇼케이스 3>
감독 얀 치트코비치 외 / 2008 / 슬로베니아 등 / 88min / 와이드앵글
단편의 매력! 별 4개 정도. <I know>는 느끼는 게 많으니 꼭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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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P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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