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성적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그러나 무기력한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의 한숨은 깊었다.

팀 성적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그러나 무기력한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의 한숨은 깊었다. ⓒ 박상익

졌다. 또 졌다. 그리고 또 졌다. 페넌트레이스 후반 4강 경쟁에서 밀려난 KIA 타이거즈가 연일 무기력한 모습으로 연패를 거듭하고 있다. 9월 11일 광주 SK전부터 16일 목동 히어로즈전까지 내리 5연패다. 물론 연패는 어느 팀이나 한두 번 정도 겪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KIA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올림픽 휴식기 이전까지만 해도 4강 경쟁에서 당당히 한 자리를 맡았지만 후반기 이후 연패를 거듭하며 4강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많은 기대를 걸었던 팬들은 KIA의 무기력한 모습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잔여경기는 적지 않게 남았는데 현실적으로 4강에 진출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남은 시즌은 어떻게 꾸려가야 할까?

 

보통은 선뜻 기용하기 힘들었던 재활 선수나 신인급 선수를 실전에 기용하면서 내년 시즌을 대비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절호의 기회나 절박한 위기가 아닌 이상 무리하게 총력전을 하는 것은 기존 주전 선수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고, 실전 감각이 필요한 선수들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좋지 않다.

 

하지만 팬들은 이런 현실에 동감하면서도, 매일의 경기 결과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하위권으로 쳐졌지만,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내년 시즌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기력한 플레이와 대량 실점, '팬들이 뿔났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지치지 않고 응원을 펼친 어린이 팬들. 이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지치지 않고 응원을 펼친 어린이 팬들. 이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 박상선

그러나 최근 KIA의 경기 내용은 팬들에게 내년 시즌을 위한 희망보단 탄식을 내뱉게 하고 있다. 허탈한 표정으로 경기를 보던 관중들은 경기가 끝나기 한두 회 전부터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곤 한다.

 

추석 연휴 잠실에서 벌어진 KIA와 두산의 주말 3연전은 어느 정도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경기였다. 플레이오프 직행을 위해 롯데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산, 이미 4강 경쟁에서 밀려난 KIA.

 

1승에 대한 목마름 자체가 달랐던 팀들 사이의 시합은 두산의 싹쓸이로 끝났다. 14일 경기에서 두산은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하며 활발한 공격을 펼친 반면, KIA는 빈약한 공격과 야수들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12-2라는 결과를 내고 말았다.

 

16일 목동 경기에서도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선수들의 수비는 불안했고 타격은 빈약했다. 16일 경기에서도 무기력한 경기 끝에 7-0 패배를 당한 KIA. 응원단장의 구호 속에도, 관중들의 함성 속에도, 한숨이 묻어나오는 듯 했다.

 

부상에서 회복한 김경언이나 유재원, 박진영 등 그동안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의 움직임을 확인하고자 하는 조범현 감독의 복안이 눈에 띄기는 했다. 하지만, 거의 매 이닝마다 내준 점수와 프로답지 못한 수비는 많은 팬들의 원성을 자아내게 했다.

 

KIA 구단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현실적으로 4강에 진출하기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선수들의 실력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 2군에서 갓 올라온 선수들이라 긴장을 많이 해 실책이 자주 나오는 것"이라고 최근 상황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경기 내용이 비록 좋지 않지만 신인 선수들이 커가는 과정으로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하다. 15일 목동경기장에서 KIA를 응원하던 김모씨(32)는 "아무리 내년 시즌을 준비한다 하더라도 어이없는 플레이가 나오면 맥이 풀린다"며 "좀 더 적극적인 플레이를 해주길 바란다"고 아쉬운 감정을 드러냈다.

 

'막장 야구'의 오명 쓴 KIA, 지금 필요한건 뭐?

 

 KIA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인 나지완.

최근 절정의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KIA 나지완 ⓒ KIA 타이거즈

최근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KIA 타선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선수가 있다면 바로 나지완(24)이다. 나지완은 최근 다섯 경기에서 2개의 홈런(타율.425 7타점)을 쏘아 올리며 KIA의 차세대 중심타선이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나지완은 개막전 4번 타자를 맡으며 큰 기대를 모았지만 프로의 벽을 실감하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연일 안타 행진을 펼치면서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흥식 KIA 타격코치도 현재 KIA 타선의 유일한 희망인 나지완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박 코치는 "중심타선에서 활약해야 할 선수들이 나이를 먹고 부상으로 힘들어 하고 있기 때문에 나지완의 활약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변화구 대처 능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나지완 또한 "예전엔 변화구로 유인하는 상황에서 많이 속았지만 지금은 나도 대비를 많이 하고 있다. 단숨에 당겨치기로 나가던 스윙에서 한 번 타이밍을 잡고 스윙을 하는 식으로 보완하는 중이다"라며 최근 좋아진 타격감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는 무조건 주전으로 뽑혀 열심히 하겠다"는 나름의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무기력한 플레이에 환호할 야구팬은 아무도 없다. 시즌 종반이고 4강은 물 건너갔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근성'이 필요하다. '루키 나지완'처럼 말이다.

 

2008.09.17 10:58 ⓒ 2008 OhmyNews
K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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