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EARTH) 스틸 사진위의 불어는 '지구상의 어느 날' 정도의 의미이다.

▲ 지구(EARTH) 스틸 사진위의 불어는 '지구상의 어느 날' 정도의 의미이다. ⓒ 거원시네마


빙하와 눈으로 둘러싸인 북극의 한 지점에서 겨울잠에서 깨어난  굶주린 아빠 곰이 삐죽이 고개를 내민다. 구덩이를 나온 북극곰은 수컷이다. 겨우내  아무것도 먹지 못한 아빠 곰의 체중은 삼분의 일가량 줄어 있어 한 눈에 보기에도 홀쭉하다. 먹이를 찾아  흰 눈 가득한  눈 위를 헤매보지만 생명의 흔적은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다. 아빠 곰은 먹이를 찾기 위해 얼음 위로 먹이사냥 여행을 계속한다. 지구 온난화로 얇아진 얼음 층은 빠른 속도로 균열을 일으키고 아빠 곰은 마침내  곰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얼음이 갈라지면서 바다 한가운데 빠진다. 바다 한가운데서 단단한 땅을 찾아 헤매는 힘겨운 사투를 벌이던 곰이 바다코끼리들이 가득한 바위에 당도한다. 오랫동안 굶주린 곰에게 힘이 남아있을 턱이 없다. 마지막 힘을 다해 바다코끼리 새끼를 어미로부터 떼어놓으려 하지만 집단으로 새끼들을 보호하는 바다코끼리들로부터 새끼를 떼어 놓기는 쉽지 않다.

 지구(EARTH) 북극곰이 먹이를 찾아 나서려고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다.

▲ 지구(EARTH) 북극곰이 먹이를 찾아 나서려고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다. ⓒ 거여시네마


북극곰에게 바다코끼리 뿔 공격으로 난 상처는 치명적이다. 생사의 기로에 선 곰은 최후의 순간이 아니면 선택하지 않는 방법이지만 과감하게 바다코끼리 어미에게 달려들어 필사의 공격을 시작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굶주린 곰에게 힘이 남아 있을 리가 없고 바다코끼리들은 안전한 바다 속으로 모두 피해버린다. 매년 빨리 진행되는 해빙으로 인해 먹이를 잡지 못해 굶주린 아빠 곰이 바다코끼리를 필사적으로 공격하다가  실패하자 마침내 굶어 죽고 만다.

"지구온난화가 현재처럼 진행된다면 북극곰은 2030년 이내로 멸종할 것입니다, 지구온난화는 신선한 물을 공급하게 하는 지구의 기후시스템을 예측불가능하게 붕괴시킵니다, 해수온도의 상승은 모든 생명체의 원천인 플랑크톤을 죽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변화시키기에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영어 자막과 함께 들리는 내레이션에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지구는 미지의 행성과 충돌하면서 23.5도 기울어진 형태를 갖게 되고 그 기울어짐으로 인해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을 갖춘 유일한 행성이 되었다. 대기의 순환과 4계절의 변화 등은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만들어 낸 것이다.

46억년 지구의 양극과 적도의 삶을 보여주기 위해  북극에서 남극까지 전 세계 200곳을 장장 4500일에 걸쳐 촬영해 만들었다는 초대형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지구(un jour sur la terre)는 지구촌 가족 모두에게  중대한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지구는 생명의 땅을 찾아 나선 동물 가족들의 지구 대장정 어드벤처를 북극, 남극, 적도까지 4계절 내내 10년 이상 촬영해 만든 다큐멘터리다. 북극곰, 아프리카 코끼리, 혹등고래 등 지구에 살고 있는 수백만 생명체들은 매년 태양을 따라 지구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혹은 지구의 반 바퀴정도를 헤엄치거나 비행하는 멀고도 긴 여행을 반복한다.

지구(EARTH) 해마다 넓어지는 사막으로 인해 코끼리들은 물을 찾아 더 오랜 시간 목숨을 건 여행을 해야만 한다.

▲ 지구(EARTH) 해마다 넓어지는 사막으로 인해 코끼리들은 물을 찾아 더 오랜 시간 목숨을 건 여행을 해야만 한다. ⓒ 거원시네마


지구 온난화로 점점 해빙의 시기가 빨라져 일찍  녹아내리는 북극의 바다 얼음은 북극의 왕 북극곰의 생존을 위협하는 살인 무기가 되어간다. 점점 넓어지는 아프리카의 사막은
코끼리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동물들에게  물을 찾아 목숨을 건 긴 여행길을 떠나게 만든다. 먹이가 사라지는 남쪽의 대양에서는 혹등고래가 5개월 이상 굶주리며 크릴새우를 찾아 지구 반 바퀴에 해당하는 긴 여행을 감내하게 만든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 새끼들을 보호하며 필사의 여행을 반복하는 동물들을 따라  관객들은 숨을 죽이며 때론 안타까운 함성을 속으로만 질러대며  그들과 함께 극에서 극으로 북에서 남으로  가장 축복받은 별이라는 '지구'를 남과 북으로 횡단한다.

인간이 알아들을 만한 언어가 없는 자연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기에 음악의 선택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고 한다. 자연을  인간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닮은 음악으로 형상화해야 한다는 두려움을 음악을 담당한 이들은 이렇게 고백한다. 

"보통 영화음악은 잠재의식의 레벨로 맞춰 사람들이 음악을 의식하지 못하도록 작곡하지만 <지구>의 경우, 스토리가 등장인물을 통해서 이야기되지 않고 단지 바라보는 것뿐이기 때문에 음악이 스토리의 전개에 책임을 지게 된다. 관객이 영상에 맞게 반응해 줄 수 있도록 감정적인 요소 역시 이끌고 가야만 했다."( 지구 홈페이지  글 인용)

목숨을 걸고 촬영에 임한 초대형 프로젝트 '지구(EARTH)'에 마지막 생명력을 불어 넣는 작업은 작곡가 조지 펜톤과 베를린 필하모니 관현악단의 몫이 되었다.  조지 펜톤은 <딥 블루>로  이미 다큐멘터리 작업에 참여한 경험을 살려 지구의 위기와 동물들이  맞이해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을 극적으로 표현해 내는 언어 이전의 음악언어를 통해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지구(EARTH) 환경파괴로 인해 해마다  지구의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사막이 넓어지면서 동물들의 생존을 위해  물을 찾아 헤매는 사투는 더욱 처절해졌다.

▲ 지구(EARTH) 환경파괴로 인해 해마다 지구의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사막이 넓어지면서 동물들의 생존을 위해 물을 찾아 헤매는 사투는 더욱 처절해졌다. ⓒ 겨여시네마


굶주린 사자 30여 마리가  어미코끼리를 공격하는 모습, 5개월간의 굶주림을 견뎌내기 위해 24시간 크릴새우 잔치를 계속하는 혹등고래들의 모습, 빠른 해빙으로 인해 굶주리며  생존을 위한 긴 긴 항해를 지속하다가 먹이 사냥이 가능한 곳에서 마침내 굶어 죽고야 마는  북극곰, 전 지구상에 겨우 40여 마리만 살아있다는 아무르 표범, 매년 물을 찾아 더 먼 사막을 가로지르는 여행을 해야만 하는 코끼리 떼를 보며 인간의 욕망이 지구 전체에 사는 생명들을 얼마나 극단적인 사지로 몰아내고 있는지 절감할 수 있었다.

이미 '지구(EARTH)'를 본 관객이나 앞으로 지구를 본 관객들은 자신들에게 조용히 묻게 되리라.

"멸종이 단지 북극곰에게만 일어나는 비극일까? 인류 전체에게 아픈 지구가 내리는 최후의 경고는 아닐까?"

지구(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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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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