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슈퍼소닉' 이대형이 대망의 60도루를 달성했다.

이대형은 13일 목동 야구장에서 벌어진 히어로즈전에서 1회초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간 후, 곧바로 2루를 훔치며 올 시즌 60번째 도루를 성공시켰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KIA 타이거즈)이 지난 1997년 64개의 도루를 성공시킨 후 무려 11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이대형은 도루를 성공시킨 후 이병규의 3점 홈런 때 홈을 밟으며 결승 득점까지 올렸다. 경기는 LG가 5-3으로 승리했다.

김일권-전준호-이종범에 이은 역대 네 번째 '60도루 클럽'

@IMG@

야구 경기에서는 종종 주자를 진루시키기 위해 아웃카운트 하나와 맞바꿀 각오로 보내기 번트를 댄다. 그만큼 득점권에 주자를 갖다 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단독도루'가 가능한 준족의 주자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웃카운트의 희생 없이 주자의 능력만으로 진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대형은 올 시즌 60번의 아웃카운트를 아끼면서 팀에게 60번의 득점 기회를 제공했다. 게다가 상대 배터리를 흔들어 후속 타자의 타격에도 도움을 줬으니, LG에서 이대형의 존재 가치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60도루를 달성한 선수는 단 세 명뿐이다. '추억의 대도' 김일권이 태평양 돌핀스 유니폼을 입었던 1989년에 62번이나 루를 훔치며 '60도루 시대'를 열었고, 이후 전준호(히어로즈·1993, 1995년)와 이종범(1993, 1994, 1997년)이 60도루를 이어갔다.

세 차례나 도루왕(1988, 1991, 1992년)을 차지했던 이순철이나 4년 연속 도루왕(1998~2001년)에 빛나는 정수근(롯데 자이언츠)조차 넘보지 못했던 대기록을 이대형이 달성한 것이다.

이대형은 2위 이종욱(두산 베어스·46개)과의 차이를 14개로 벌이면서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도루왕을 사실상 예약했다. 2002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주인공이 바뀌며 '춘추전국시대'를 형성하고 있던 도루왕 타이틀이 이대형에 의해 평정이 된 셈이다.

폭발적인 주루능력과 반비례하는 이대형의 출루율

@IMG@


도루 개수는 1번타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잣대로 쓰이지만, 2년 연속 도루왕이 유력한 이대형을 '리그 최고의 1번타자'라고 부르기엔 부족함이 있다. 바로 도루 이상으로 중요한 척도인 출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대형은 13일까지 .320의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규정타석을 채운 42명의 타자 가운데 3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대형은 515번의 타격 기회에서 사사구를 고작 39개 밖에 얻어 내지 못했다.

반면에 삼진은 76개나 당해 최다 삼진 4위에 올라 있다. 1개의 사사구를 얻어 내는 동안 1.9개의 삼진을 당하는 셈이다(이대형은 작년 시즌에도 사사구보다 많은 삼진을 기록한 바 있다).

출루율과 삼진 개수 모두 1번타자로는 낙제점에 가깝다. 이대형은 '내보내면 골치아픈 주자'임에 분명하지만, 타석에서는 상대 투수를 괴롭히는 끈질긴 면이 부족하다. 이대형이 이렇게 1번타자로서 다소 기형적인 기록이 나오고 있는 원인은 독특한 타격 습관에서 찾을 수 있다.

왼쪽 타석에 들어서는 이대형은 배트를 돌리는 순간에 오른발이 1루쪽으로 함께 나가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빠른 발을 최대한 살리기 위함이다.

이대형은 이와 같은 타격폼으로 수많은 내야 안타를 양산해 냈지만, 이는 곧 부메랑이 됐다. 타격과 주루를 동시에 하다 보니 그만큼 타격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선구안까지 나빠지면서 많은 삼진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대형과 비슷한 유형(좌타 외야수)의 1번타자인 이용규(KIA 타이거즈)와 이종욱의 성적은 어떨까. 이용규와 이종욱의 출루율은 각각 .385와 .375에 이르고 있다. 게다가 두 선수 모두 삼진보다 많은 사사구를 얻어 내고 있다.

지극히 모범적인 1번 타자의 기록이다. 이용규와 이종욱이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도루를 기록하고 있는 이대형을 제치고 대표팀에 선발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뛰어난 1번타자는 팀을 강하게 만든다. 실제로 김일권, 이순철, 전준호, 이종범, 정수근 등 프로야구의 '대도 계보'를 이어온 선수들은 모두 2개 이상의 우승 반지를 가지고 있다.

위의 선배들과 비교하면 이대형은 아직 약점이 많은 1번타자다. 그러나 그는 이제 만 25세에 불과하다. 지금의 약점을 '한계'라고 규정하기엔 아직 너무 젊은 나이다.

'60도루 클럽'의 네 번째 주인공이 된 이대형이 '대도'의 명성에 걸맞는 '완성형 1번타자'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대형 프로야구 도루 1번타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