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에게 노벨 평화상을 안겨준 다큐멘터리<불편한 진실>은 꼼꼼하고 다양한 기록과 결과를 보여주며 지구 온난화가 왜 지구의 위기인지 알려주지요. 지구 온난화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사람이 예측할 수 없는 재해들을 일으키고 있지요. 인간이 저지른 일들이 재난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지금, 심각함을 느끼고 있으신지요.

허우적거리는 북극곰 북극의 왕이라 불리는 북극곰은 얼음이 일찍 녹기 시작하면서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굶주리고 있다.

▲ 허우적거리는 북극곰 북극의 왕이라 불리는 북극곰은 얼음이 일찍 녹기 시작하면서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굶주리고 있다. ⓒ 엠플러스픽처스(주)


9월 4일 개봉한 <지구>는 잊고 있던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게 하는 다큐멘터리예요. <BBC> TV 다큐멘터리 시리즈 <살아있는 지구>(Planet Earth)를 제작한 'The BBC Natural History Unit'은 북극에서부터 남극까지 세계 26개국 200여 곳을 돌면서 경이로운 지구를 화면에 담지요.

약 46억 년 전, 한 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지구가 태양을 향해 정확히 23.5도로 기울어지면서 기적이 벌어지죠. 생명이 탄생하고 번성하는, 배우 장동건이 목소리로 설명하듯 "우주에서 가장 축복받은 별"이 되지요.

지친 북극곰 먹을 것이 없어 바다코끼리의 이빨에 찔리면 치명상을 입는 걸 각오하고 덤벼들지만 끝내 실패하고 만다.

▲ 지친 북극곰 먹을 것이 없어 바다코끼리의 이빨에 찔리면 치명상을 입는 걸 각오하고 덤벼들지만 끝내 실패하고 만다. ⓒ 엠플러스픽처스(주)


그로부터 46억 년이 지난 오늘날,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어요. 이것은 동물들에게 엄청난 재앙이 되고 있지요. 점점 빨리 녹는 북극의 바다 얼음에서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홀쭉해진 아빠 북극곰이 예전 같으면 건드리지도 않을 바다코끼리에게 덤벼드는 장면은 참 안쓰럽지요. 새끼 곰들은 굶주린 채 엄마 곰에게 보호받으며 하얀 벌판에서 언제 아빠가 오나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것도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한 아빠 곰의 심정은 어떨까요.

온난화는 하루 200리터의 물을 마시는 아프리카 코끼리의 생존도 위협하죠. 갈수록 사막화되어가는 아프리카에서 물을 구하려고 사람들이 막아 놓은 지역을 피해 멀리 돌아가는 길은 뜨거운 햇볕만큼 힘들게 느껴지죠. 간신히 도착한 오아시스 지역에서 물을 먹지만 밤에 굶주린 사자들에게 공격을 당하네요.

사막 온난화는 갈수록 지구를 사막화하고 있다. 늘어나는 사막들은 수많은 생명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 사막 온난화는 갈수록 지구를 사막화하고 있다. 늘어나는 사막들은 수많은 생명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 엠플러스픽처스(주)


그렇지만 슬프게만 진행되지 않아요. 오히려 어려워진 환경에서도 굳건하게 살아가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에게 경건한 찬사를 보내지요.

툰드라, 타이가 지대, 오로라, 폭포, 히말라야 산맥을 넘는 쇠재두루미떼, 엄청나게 많은 물고기들의 근접촬영은 절로 입이 벌어지게 하며 어떤 인공 건축이나 뛰어난 컴퓨터 그래픽보다 놀라운 자연을 선사하지요. 원앙 새끼들이 처음으로 귀엽게 날갯짓을 하며 뛰어내리는 장면은 보는 사람들을 흐뭇하게 하네요. 마치 엄마 원앙새가 된 기분이 들더군요.

그 중에 길이 7.5m, 몸무게 2.5t에 달하는 거대 백상어가 바다 표면 위로 솟구쳐 바다표범을 한입에 삼켜 넣는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이에요. 초당 2000프레임까지 찍어내는 초고속촬영 디지털카메라 '포트론'으로 촬영한 장면은 40배속까지 느림 재생도 가능하지요. 실제 촬영시간은 1∼2초에 지나지 않으나 영상으로는 50여 초 정도 늘려서 보여주는 영상은 자연의 위대함과 그것을 잡아내는 기술이 어우러져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아름다움을 낳네요.

아름다운 지구 어떠한 인공물이나 대단한 컴퓨터 그래픽도 자연을 따라갈 수 없다. 이 아름다운 지구가 아파하고 있다. 조금 더 지나면 이 아름다움을 못 볼지도 모른다.

▲ 아름다운 지구 어떠한 인공물이나 대단한 컴퓨터 그래픽도 자연을 따라갈 수 없다. 이 아름다운 지구가 아파하고 있다. 조금 더 지나면 이 아름다움을 못 볼지도 모른다. ⓒ 엠플러스픽처스(주)


<지구>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큐 흥행사를 새로 쓴 작품이지요. 2007년 독일 개봉 당시 3주 연속 1위를 했고, 프랑스에서는 1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일본에서는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300억 원 흥행 수익을 기록했어요. 한국에서 어떠한 결과를 얻을지 관심이 쏠리네요.

지구는 극장을 나서며 "재미있네"하고 잊어 버릴 수 없는 영화예요. 지구에 살아가는 생명들이 아파한다면 그것은 내 아픔이고 그들의 위험이 인류의 위기이기 때문이죠. 아름다운 지구가 죽어가고 있지요. 지금부터라도 지구 사랑을 실천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네요. 작지만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지요. 조금만 세심하게 찾아보면 생활에서 할 수 있는 게 참, 많지요.

4500일 동안 어렵게 찍은 영상들이 사람들 가슴에 파문을 일으켜 세상이 조금 달라질 거예요. 영화 홍보 표어 '이 영화 한편이 전 세계에 기적을 만들고 있습니다'가 말 그대로 일어나길 바랍니다. 기적은 사람의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까요.

지구 온난화 장동건 BBC 다큐멘터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