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남한의 청소년과 북한의 청소년들이 만나면 윗세대들이 가졌던 같은 정서를 느낄 수 있을까? 분단은 언제 끝나는가?

▲ 영화 포스터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남한의 청소년과 북한의 청소년들이 만나면 윗세대들이 가졌던 같은 정서를 느낄 수 있을까? 분단은 언제 끝나는가? ⓒ 동숭아트센터

지구본을 보면 집에서 출발하여 걷고 걸으면 프랑스까지 갈 수 있지요. 하지만 우리는 대륙을 거쳐 움직이는 걸 생각하지 못하죠. 북한과 마주보고 55년 동안 대치하는 현실은 우리의 상상력을 갉아먹어 한국을 섬으로 절단시켜 버렸기 때문이죠.

 

가까운 곳에 있는 그들이지만 정작 우리는 잘 알지 못해요. 서로 총을 겨누고 있는 것도 이제 지겨운지 친해지려 했지요. 보수언론은 북한 식량사정과 인권문제를 심각하게 다루면서도 곡식과 비료를 나눠주려고 하면 퍼주기라고 질타를 하여 또 멀어졌네요.

 

일제 침략도 잊고 독재정권을 찬양하는 '너그러운' 그들이지만 아직도 북한을 용납하지 못하네요. 김정일 정권이 무너지지 않으면 딱하지만 도와주지 않겠다는 반공정신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대단해요.

 

건국절 논란을 생각하면서 하나 짚어볼게요. 일제 침략 때 부역한 사람들을 두고 그 시대는 다 그랬다고 어물쩍 넘어가면서 사회주의로 뜨거웠던 시대였기에 '인민'이었던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냉혹한 가해를 하려는 그들이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네요.

 

자기 편한 잣대로 그들은 일제침략과 한국 전쟁, 부정부패와 군사독재로 이어진 암흑기에 단물을 빨면서 걸어놓은 '분단'이란 저주를 풀려고 하지 않았지요. 정치로 해결하지 않고 질질 끌어온 이 현실은 88만원 세대가 져야 하는 짐이기에 한숨이 나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어요.

 

'봉건왕국' 좋아하지 않지만 대화로 화해하고 싶어

 

이제는 위정자들이 북한의 실상을 선전하지 않아도 '봉건왕국'인 그곳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없어요. 다만 싸우는 연습을 계속하기보다는 대화로 화해하고 싶고, 여유가 되는 걸 배고파하는 그들에게 나눠주고 싶을 뿐이지요. 미국의 경제 봉쇄 속에서 자기들끼리 살아가는 그들이 안쓰러운 거죠.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기에 애정을 품는 자연스러운 사람 감정에 빨간색을 덧칠하려는 그들에게 맞서 평화와 인권을 강조하고 싶은 거예요.

 

그렇기에 우리는 북한에 끊임없는 관심을 갖고 더 알아야 하죠. <어떤 나라>(2004. 다니엘 고든 감독)는 영국 BBC방송이 북한에 들어가 집단체조(매스게임)를 하는 소녀들을 찍어요. 그들이 겪는 그대로의 생활과 평양 모습을 담은 볼 만한 다큐멘터리예요.

 

집단체조에 참여하는 13살 박현순과 11살 김송연, 두 평양 소녀는 보통 10대 소녀들과 다를 바 없는 어린이들이죠. 훈련이 힘들어 몰래 빼먹다가 걸려 선생님과 부모님께 혼도 나고 더 잘하고 싶어 욕심도 부리는 두 소녀의 모습은 참 예뻐요. 하지만 짧은 공연을 위해 몇 달간 고생하면서도 김정일 위원장님께 자랑스러운 모습을 선보이고 싶다는 진심이 배어있는 그들의 말은 물론, 안타깝네요.

 

집단체조 북한은 현 정권의 권위와 인민 통합을 위해 집단체조를 한다. 지상 최대의 쇼를 하는 그들이 안타깝다.

▲ 집단체조 북한은 현 정권의 권위와 인민 통합을 위해 집단체조를 한다. 지상 최대의 쇼를 하는 그들이 안타깝다. ⓒ 동숭아트센터

 

생일이라서 강냉이 죽 한그릇 먹었다는 아이, 가슴 아프다

 

그 안타까움에서 북한을 바라봐야겠어요. 그것이 북한이니까요. 이 정도 먹고 사는 것만으로 현순과 송연의 가족들은 김일성, 김정일에게 감사하죠. 그 '잔혹한 70년대'를 겪고도 배불리 살게 되었다는 것만으로 박정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처럼. 그들은 미제를 증오하고 분노해요.

 

한국 전쟁을 겪고 반공교육을 깊게 받은 남한 사람들이 그렇듯이 거기서 주체사상을 배우며 자란 북한 사람들이 바뀌는 건 어렵지요. 그걸 인정한 뒤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해요. 먼저 달라져야 손을 내밀겠다는 건 평행선을 이어가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잖아요.

 

북한의 수도 평양조차 자주 정전이 되는 장면을 보며 북한의 다른 지역 사정을 짐작할 수 있어요. 고립된 북한은 김일성이 죽은 뒤 식량 위기를 맞는데 '고난의 행군'이라고 부르며 처절하게 넘어서죠.

 

송연이 생일날, 가족들은 강냉이 죽을 반 그릇 먹고 송연이만 한 그릇 먹었다는 송연이 어머니의 인터뷰는 참, 가슴 아파요. 그 당시 수백만 명이 굶어죽었다고 해요. 이러한 끔찍한 결과를 낳은 김정일 정권에게 화살을 돌리는 건 쉬운 일이죠.

 

그러나 경제 제재를 한 미국이나 알면서도 방치한 한국은 후손들이 '수백만 명이 굶어죽을 때 왜 도와주지 않았어요?'라고 물을 때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몇 백 명이 아니에요. '수백만 명'이에요.

 

콘크리트 바닥에서 연습 바닥이 쩍쩍 가있는 콘크리트 바닥에서 구르며 집단체조를 연습하고 있다. 그들이 땀을 흘리는 의미는 무엇일까?

▲ 콘크리트 바닥에서 연습 바닥이 쩍쩍 가있는 콘크리트 바닥에서 구르며 집단체조를 연습하고 있다. 그들이 땀을 흘리는 의미는 무엇일까? ⓒ 동숭아트센터

'저걸 도대체 왜 하는 거야?'

 

콘크리트 바닥에서 집단체조를 연습하는 현순이와 송연이는 드디어 공연을 하게 되죠. 엄청난 사람들이 동원되어 완벽하게 펼치는 행사에 감탄을 하면서도 솔직히 '저걸 도대체 왜 하는 거야'하고 어이가 없어요. 북한을 그대로 인정하며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을 해도 '불쌍하고 이상한 나라'라는 기분이 드는 건 숨길 수가 없네요.

 

그래도 북한을 더 이해하려는 이 변화가 중요하지요. 러시아 모스크바도, 중국 베이징도 원한다면 갈 수 있는 시대에 북한의 평양을 못 가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언제까지 바라만 봐야 하나요. 어쩔 수 없다고 손을 놓지 않고 양보하고 져주는 아량이 필요해요. 한국은 그 정도 큰 나라예요. 올림픽 몇 위, 세계경제규모 몇 위 이런 거만 자랑하지 말고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나라이길 바랍니다.

 

북한침공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분단이란 비극을 끝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더없이 소중하고 고맙네요. 88만원 세대라 불리며 가혹한 경쟁현실에서 치이는 젊은이들이에요. 그래도 분단이란 현실에 머물지 않고 가치관이 달라도 치고받으며 살아가는 한국처럼 그들과도 왁자지껄 다투며 함께 살아가는 상상을 하고 싶네요.

2008.08.25 10:11 ⓒ 2008 OhmyNews
어떤나라 통일 88만원세대 북한 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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