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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베이징 올림픽 삼림공원 양궁장은 "대~한민국"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양궁 여자 개인전에 한국 선수 박성현, 윤옥희, 주현정과 함께 북한의 권은실 선수도 출전했기 때문이다.

오전에는 16강전이, 이어 오후에 8강전이 이루어지는 토너먼트 식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경기 전 대한민국 양궁 응원팀장 이주영(22)씨는 "앞서 다른 종목에서도 북한 선수가 나오면 응원했었다"며 "북한 선수도 우리나라 선수이므로 당연히 오늘도 북한 선수가 나오면 똑같이 열정적으로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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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에서 윤옥희, 주현정이 각각 중국과 프랑스를 가볍게 물리치면서 응원단의 열기는 절정에 다다랐다.

드디어 북한의 권은실 선수가 멕시코의 아이다 로만과 함께 경기장에 등장했다.

선수 대기석에서 그녀 모습이 보일 때부터 이미 응원단에서는 "다음이 북한 차례인가봐" "태극기 다 들었지?"라며 준비를 다졌다. 그녀가 경기장에 등장하는 순간 대한민국 양궁 응원단들은 목이 터져라 "권은실, 파이팅!"을 외치며 맞이했다.

긴장을 많이 한 탓인지 권은실은 초반에 그다지 좋은 점수를 내지 못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응원단들은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큰 소리를 지르거나 발로 땅을 구르며 내는 소리로 그녀를 격려했다.

또한 그녀가 활시위를 당길 때마다 한국 응원단들은 혹시라도 그녀의 경기에 방해될까 숨을 죽이며 기다리는 등 열정적이지만 절제된 모습으로 그녀를 응원했다.

응원에 힘입은 것일까. 권은실은 초반 부진을 딛고 멕시코를 물리쳐 8강에 올랐다. 그녀는 경기장을 빠져나가며 한국 응원단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감사를 표했다.

오후에 열린 8강전과 3, 4위전에서는 한국의 윤옥희와 권은실이 맞붙게 됐다.

적수로 만나서일까, 한국 응원단은 오전만큼 열렬히 권은실을 응원하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좋은 점수를 낼 때마다 박수로 축하했다. 또한 몇몇은 "권은실, 파이팅!"을 외치는 등 마지막까지 한국과 북한을 같이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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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는 한국 윤옥희의 승.      

권은실은 패배의 충격이 컸던지 오전 때의 모습과 사뭇 다르게 한국 응원석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황급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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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기자는 그녀를 쫓아 "한국 응원단이 열심히 응원을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며 몇 차례 인터뷰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녀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다가 마지막에 "머리가 아픕니다"라는 말을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부인과 함께 응원을 하러 온 유인부(62)씨는 한국 응원단이 북한을 함께 응원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감격적이라 가슴이 찡하다"라며 태극기를 어루만졌다.

이번 올림픽에 남북한이 따로 입장한 것에 대해서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며 "얼른 통일돼 같은 팀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여러가지 불협화음으로 남북관계가 썰렁한 요즘이지만, 권은실 선수가 출전한 베이징 양궁장에서 오늘 남북은 하나였다.

"북한 선수에게도 열정적 응원... 한국응원단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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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 양궁 선수들과 한국응원단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는 중국인 두 명이 있었다.

언젠가 올림픽에 참가를 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는 15세 중국 양궁 선수 리우빙캉(15)과 그의 코치 쟈오스이(32).

리우빙캉은 "한국 선수들의 정교한 활쏘기 기술과 스스로 마음을 잘 다스릴 줄 아는 능력은 대단하다"며 "배울 것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 한 명 한 명의 경기를 보면서 코치와 진지하게 상의를 했다.

그들은 오늘 한국 선수들의 훌륭한 경기뿐만 아니라 한국 응원단이 북한 선수를 열렬히 응원하는 모습에 "진한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그들은 한국 응원단들이 열정적인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북한 선수에게도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그들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중국 선수들이 경기할 때도 박수를 치며 응원을 해줘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베이징 올림픽 양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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