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왔다는 로리(Lorie Powers).

미국에서 왔다는 로리(Lorie Powers). ⓒ 박상익


베이징올림픽 개막 전날인 지난 7일 오전 BIMC(Beijing International Media Center) 앞에 도착하니 중국인들이 와글와글 모여 있다. 무슨 구경거리라도 난 걸까. 가까이 다가가 보니 금발에 파란 눈을 한 사람들 십여 명이 좌판을 펼쳐놓고 있다. 좌판 위로는 수천 개의 역대 올림픽 관련 배지가 놓여 있다.

'이걸 다 파는 거냐'고 물어보자, 미국에서 왔다는 로리(Lorie Powers)는 "파는 게 아니라 교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많은 배지를 어떻게 모은 걸까.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로리는 함께 좌판을 벌인 사람들을 가리키며 자신들을 '올림픽 배지 수집가'라고 소개했다. 이들 12명은 베이징 올림픽을 보기 위해 지난 월요일(4일)에 도착했다. 이들은 모두 친구다.

올림픽 기념배지 수집 위해 베이징으로 날아온 사람들

 이번 베이징올림픽이 11번째 참가한 올림픽이라는 다니엘(Daniel Presburger)은 "올림픽 현장에 가서 직접 배지를 구하기도 하고 교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이 11번째 참가한 올림픽이라는 다니엘(Daniel Presburger)은 "올림픽 현장에 가서 직접 배지를 구하기도 하고 교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박상익


'이 많은 올림픽 배지를 다 어디서 구했냐'고 물었다. 다니엘(Daniel Presburger)은 "올림픽 현장에 가서 직접 배지를 구하기도 하고 교환하기도 한다"며 "또 미국에 있는 다른 수집가들에게서 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내가 직접 방문해서 보는 11번째 올림픽"이라고 했다. "올림픽을 매우 좋아하나 보다"라고 하자, 그는 "나는 올림픽을 사랑한다, 정말 재밌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다니엘은 부인, 그리고 아이 두 명과 함께 왔다.

"이번이 직접 방문하는 11번째 올림픽"... 올림픽 배지 70만개 가진 사람도

 브래드는 배낭 두 개 가득히 배지를 들고 베이징을 찾아왔다.

브래드는 배낭 두 개 가득히 배지를 들고 베이징을 찾아왔다. ⓒ 박상익

수집가들 중에 LA 다저스 모자에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유니폼에 수백 개의 올림픽 배지가 반짝거리고 있다. 그 또한 이번 올림픽이 "직접 보러온 6번째 올림픽"이란다.

브래드(Brad Frank)는 배낭 두 개 가득히 배지를 들고 왔다. "무겁지 않냐"고 물어보니, "조금(A little)"이라고 말한다. 대단한 '배지 사랑'이다.

그는 우리가 코리아 하우스(Korea House)에서 나온 기자증을 갖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코리아 하우스 가면 배지가 있을 텐데"라며 "혹시 배지 없냐"고 묻는다. 그는 "이곳에 와서 백 개 정도의 배지를 구했다"고 말했다.

브래드는 "여기에는 함께 오지 않았지만, 내 친구 중 한 명은 70만개의 올림픽 배지를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라고 말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베이징에서 만난 '상모 돌리는 호랑이'와 호돌이 배지

 한 중국인이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 배지를 가리키고 있다.

한 중국인이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 배지를 가리키고 있다. ⓒ 유창재


 1988 서울올림픽 배지인 호돌이도 찾을 수 있었다.

1988 서울올림픽 배지인 호돌이도 찾을 수 있었다. ⓒ 박상익


브래드에게 "혹시 88서울올림픽 배지도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는 딸이 (그녀가 메고 있던 넥타이에도 수십 개의 배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아! 나 하나 갖고 있다"고 말한다.

아쉽게도 너무나 많은 배지 속에서 '호돌이'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귀여운 곰처럼 생긴 호랑이 캐릭터'를 기억하고 있었다. 브래드는 "아마도 여기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88올림픽 배지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88올림픽 배지를 갖고 있는 수집가들도 있었는데, 귀여운 호돌이 캐릭터 덕분인지 관심을 갖는 중국인들이 몇몇 있었다.

두 명의 중국인 남학생들은 수많은 올림픽 배지 속에서 호돌이 배지를 가리키며 수집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다. 수집가는 이를 1988년 서울올림픽 배지라고 알려주었다.

베이징 시내에 나타난 호돌이

 베이징올림픽 공식 홈페이지(http://www.beijing2008.cn/tickets/)에 실린 각 올림픽 티켓 이미지.

베이징올림픽 공식 홈페이지(http://www.beijing2008.cn/tickets/)에 실린 각 올림픽 티켓 이미지. ⓒ 베이징올림픽공식홈피


한편 지난 5일 한 블로거가 <한국 올림픽을 무시하는 중국>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베이징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의 '올림픽 개·폐막식 입장권 전시란'에 1988년 서울올림픽 입장권만 빠져 논란이 되었다.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시작으로 2000년 시드니, 1996년 애틀란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다음으로 있어야 할 1988년 서울올림픽은 없고, 1984년 LA 올림픽이 바로 뒤이어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88올림픽 개·폐막식 입장권만 의도적으로 빠뜨린 것이냐 혹은 단순한 실수일 뿐이냐를 놓고 한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았다.

의도적이든, 실수든 베이징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의 '올림픽 개·폐막식 입장권 전시란'에서 1988년 서울올림픽은 누락되었지만, '상모 돌리는 호랑이'는 배지로 남아 이곳 베이징에서 그 존재를 증명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로리는 "오늘 처음 BIMC에 왔다"며 "앞으로는 경기도 보고 베이징 여행도 하고 또 경기장 주위에서 올림픽 배지 교환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니엘 역시 "배지 교환만 하는 게 아니라 올림픽을 즐길 것"이라고 했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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