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축구 D조 예선 한국과 카메룬의 경기가 펼쳐진 7일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축구 D조 예선 한국과 카메룬의 경기가 펼쳐진 7일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남소연

 2008 베이징올림픽축구 D조 예선 한국과 카메룬의 경기가 펼쳐진 7일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 현지 유학생들이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축구 D조 예선 한국과 카메룬의 경기가 펼쳐진 7일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 현지 유학생들이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 남소연

 2008 베이징올림픽축구 D조 예선 한국과 카메룬의 경기가 펼쳐진 7일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 현지 유학생들이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응원하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축구 D조 예선 한국과 카메룬의 경기가 펼쳐진 7일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 현지 유학생들이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응원하고 있다. ⓒ 남소연

 2008 베이징올림픽축구 D조 예선 한국과 카메룬의 경기가 펼쳐진 7일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오성홍기를 얼굴에 그려넣은 중국의 한 학생이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축구 D조 예선 한국과 카메룬의 경기가 펼쳐진 7일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오성홍기를 얼굴에 그려넣은 중국의 한 학생이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 ⓒ 남소연

베이징 시내에서 동쪽으로 4시간여를 달려 허베이성에 위치한 친황다오에 도착한 시간은 7일 오후 5시. 800여 명의 한국 응원단을 실은 19대의 관광버스가 도착하자 분리장벽 안쪽에 사는 13세 소녀 원첸첸이 장벽 틈새에서 뛰어 나왔다.

 

원첸첸은 붉은 옷과 태극기로 치장한 한국 사람들이 버스에서 쏟아져 나오는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봤다. 그녀는 치엔따오시춘에 산다.

 

올림픽 기간 동안 외국인에게 보여주기 싫어 중국 정부가 장벽을 쳐놓은 가난한 동네다. 이 마을은 친황다오 올림픽경기장에서 약 200m 정도 떨어져 있다. 

 

장벽의 의미를 온첸첸은 아직 모르는 것일까.

 

"올림픽을 위해 만든 이 담장이 참 예뻐요. 마음에 들어요!"

 

원첸첸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담장은 열흘 전에 만들어졌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원첸첸의 주변에 있던 건설노동자 왕하우(45)씨도 장벽을 바라보며 "올림픽을 위해 설치된 장벽인데, 색깔과 디자인 모두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 역시 여유있게 웃었다.

 

원첸첸과 왕하우가 칭찬한 붉고 푸른 '올림픽 전용' 장벽에는 오륜 마크와 더불어 'Beijing 2008'과 'One World One Dream' 등의 캐치프라이즈가 새겨져 있었다.

 

한국 응원단은 장벽을 뒤로 하고 카메룬과 대결하는 축구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대~ 한민국!"을 연호하며 친황다오 올림픽경기장으로 향했다. 그 시각 경기장에서는 이탈리아와 온두라스의 축구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이탈리아 선수가 골을 넣은 것일까.

 

큰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그 함성 소리를 들으며 원첸첸은 장벽 안쪽 자신의 마을로 발길을 돌렸다.

 

장벽마을 소녀 원첸첸 "담장이 마음에 들어요!"

 

응원단이 올림픽 경기장으로 들고 갈 수 있는 물품은 많지 않았다. 응원도구인 북·나팔·호루라기는 물론이고 MP3와 가로 2m·세로 1m를 넘는 깃발도 반입금지였다. 생수와 과자 등 모든 식료품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경기장 안에 마련된 음료수 판매대마다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 베이징 올림픽 최대 스폰서기업 중 하나인 코카콜라 음료는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렸다. 코카콜라 600ml에 5위안(약 800원)이었는데, 이를 한 모금 마시려면 약 3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이나마 미지근했다. 너무 불티나게 팔리는 나머지 냉장시간이 짧은 것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축구 D조 예선 한국과 카메룬의 경기가 펼쳐진 7일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 현지 유학생들이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축구 D조 예선 한국과 카메룬의 경기가 펼쳐진 7일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 현지 유학생들이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 남소연

 2008 베이징올림픽축구 D조 예선 한국과 카메룬의 경기가 펼쳐진 7일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 현지 유학생들이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축구 D조 예선 한국과 카메룬의 경기가 펼쳐진 7일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 현지 유학생들이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 남소연

"대~한민국!"

 

경기장 안에 들어서자 거대한 함성 소리가 중국의 습한 날씨에 실려 훅 끼쳐왔다. 3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에 입장한 한국 응원단은 약 5000여 명. 하지만 이들은 마치 한국축구팀 전용구장처럼 이미 경기장 분위기를 접수했다.

 

경기장 안보요원은 한국 응원단의 모습을 보며 "한국인들은 정말 미친 듯이 응원을 한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많은 중국 관람객 역시 신기한 듯 웃으며 한국응원단을 바라봤다.

 

한국 응원단과 함께 앉은 중국인 천유엔(17)과 쑨우(17)는 "한국 축구팀을 응원하기 위해 왔다"며 "한구어 찌아요!(한국 파이팅)"를 외쳤다. 장지엔치앙(33) 역시 "카메룬은 강한 나라지만 한국이 이길 것이다"며 한국팀을 응원했다.

 

하지만 대다수 중국인들은 한국보다는 카메룬을 응원했다. 한국 응원단의 함성이 줄어들면 누군가 벌떡 일어나 "찌아요! 카메룬!"을 선창했다. 그러면 중국인들은 일제히 "찌아요! 카메룬!"을 연호했다. 이 모습은 마치 거대한 플래시몹과 비슷했다.

 

미지근한 코카콜라 한잔 마시는 데 30분

 

 2008 베이징올림픽축구 D조 예선 한국과 카메룬의 경기가 펼쳐진 7일 카메룬 응원단이 1대1 무승부로 끝난 데 대해 아쉬워하며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을 나서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축구 D조 예선 한국과 카메룬의 경기가 펼쳐진 7일 카메룬 응원단이 1대1 무승부로 끝난 데 대해 아쉬워하며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2008 베이징올림픽축구 D조 예선 한국과 카메룬의 경기가 펼쳐진 7일 카메룬 응원단이 1대1 무승부로 끝난 데 대해 아쉬워하며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을 나서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축구 D조 예선 한국과 카메룬의 경기가 펼쳐진 7일 카메룬 응원단이 1대1 무승부로 끝난 데 대해 아쉬워하며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경기장은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함성이 지배했다. 하지만 경기 막판 카메룬 선수 만젝이 동점골을 터뜨리자 순식간에 분위기는 반전됐다.

 

대다수 중국 관중들은 카메룬의 동점골이 터지자 일제히 일어나 "찌아요! 카메룬!"을 연거푸 외쳤다. 

 

특히 른리장(8)과 른자오광(18)은 카메룬 국기를 흔들며 미친 듯이 응원을 했다. 이들은 "바로 뒤에 앉은 카메룬 사람 두 명 때문에 응원을 하게 됐다"며 "서로 말은 안 통하지만 '축구응원'이라는 매개체로 소통을 나누었다, 아주 호흡이 잘 맞았다"고 즐거워했다.

 

이들 뒤에 앉은 카메룬 사람 엠마누엘(45)과 에도크라(48)는 "카메룬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카메룬에서 2주전에 중국에 왔는데, 카메룬이 동점골을 넣어 너무 기쁘고 흥분된다"며 연신 몸을 흔들었다. 이들 외에 이날 경기장에서 카메룬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4년째 중국 베이징 경제무역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장은령씨는 "한국의 승리로 경기가 끝날 줄 알았는데 비겨서 아쉽

다"며 "그래도 오랜만에 신나게 함성을 지르고 재미있게 놀았다"고 경기 관람 소감을 밝혔다.

 

비록 다 잡은 경기를 놓쳤지만 한국 응원단은 끝까지 흥겨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약 50여 명의 한국 응원단은 경기장 밖에 있는 중국 공안의 장갑차 앞에서 태극기와 함께 몸을 흔들며 <아리랑>을 불렀다.

 

 2008 베이징올림픽축구 D조 예선 한국과 카메룬의 경기가 펼쳐진 7일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 안보요원이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한국 응원단의 현란한 응원전을 지켜보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축구 D조 예선 한국과 카메룬의 경기가 펼쳐진 7일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 안보요원이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한국 응원단의 현란한 응원전을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반듯하게 길게 늘어선 중국 공안은 이 모습을 긴장된 모습으로 바라봤다. 한국 응원단은 이들을 향해 "차이나 신쿠어러!(중국 수고했어요!)" 함성과 함께 고개를 숙이며 춤판을 마무리 했다.

 

애초 이날 한국 축구 경기에 중국 공안 약 7000명이 삼엄한 경비를 펼칠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중국 공안은 약 1000명 정도만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경기 내내 한국 응원단을 예의주시했지만 별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분리벽 마다 새겨진 올림픽 슬로건 '‘One World, One Deam'

 

경기가 모두 마무리 됐을 땐 이미 밤 10시가 넘어 있었다. 한국 응원단을 실고 온 버스 19대는 처음 모습 그대로 원첸첸의 동네 치엔따오시춘에 길게 늘어서 있었다. 원첸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치엔따오시춘에 있는 남루한 집들은 대부분 불이 꺼져 있었다. 한국 응원단 800여 명은 분리장벽 앞에 서서 늦은 저녁 도시락을 먹었다. 다 먹은 도시락 쓰레기는 원첸첸의 동네 치엔따오시춘에 두고 가야했다. 공교롭게도 그곳에 쓰레기장이 있었다.

 

그곳에 거주하는 한 중년의 중국인 여성은 한국 응원단이 남기고 간 음식물 쓰레기 더미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을 분리했다. 이 여성은 "한국인들이 쓰레기를 남기고 가서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아니다, 내일(8일) 아침이면 쓰레기차가 와서 모두 가져갈 것이다"며 웃어 보였다.

 

 2008 베이징올림픽축구 D조 예선 한국과 카메룬의 경기가 펼쳐진 7일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 애국가가 울려퍼지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축구 D조 예선 한국과 카메룬의 경기가 펼쳐진 7일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 애국가가 울려퍼지고 있다. ⓒ 남소연

첫골 좋아하는 박주영 2008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중국 친황다오 올림픽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조별리그 D조 한국 대 카메룬 경기에서 첫 골을 성공시킨 박주영이 선수들과 환호하고 있다.

▲ 첫골 좋아하는 박주영 2008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중국 친황다오 올림픽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조별리그 D조 한국 대 카메룬 경기에서 첫 골을 성공시킨 박주영이 선수들과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주성

 2008 베이징올림픽축구 D조 예선 한국과 카메룬의 경기가 펼쳐진 7일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 현지 교민들이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축구 D조 예선 한국과 카메룬의 경기가 펼쳐진 7일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 현지 교민들이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 남소연

 2008 베이징올림픽축구 D조 예선 한국과 카메룬의 경기가 펼쳐진 7일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인들이 제각기 다른 표정으로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축구 D조 예선 한국과 카메룬의 경기가 펼쳐진 7일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인들이 제각기 다른 표정으로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 남소연

밤 11시께 한국 응원단을 실은 버스 19대는 처음 올 때와 같이 지네처럼 천천히 베이징을 향해 움직였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경기장의 열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고, 한판 뜨겁게 즐겼던 한국 응원단은 맹렬한 버스 에어컨 아래 피곤한 몸을 누였다.

 

버스가 지나는 거리 곳곳에는 원첸첸이 사는 동네처럼 분리벽이 설치돼 있었고, 그 안쪽에는 어김없이 가난한 동네가 있다. 벽 앞에는 정부 쪽 요원들이 밤새도록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리고 원첸첸이 "예쁘다"고 칭찬한 그 장벽에는 중국정부가 내건 베이징 올림픽 슬로건 ‘One World, One Deam’이 빠짐없이 적혀 있었다.

 

 한국과 카메룬의 울림픽 축구 예선경기가 열린 친황다오 경기장 주변에는 가난한 마을을 가린 분리벽이 곳곳에 설치 돼 있다. 분리벽 앞에 13세 소녀 원첸첸이 서서 한국 응원단 행렬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과 카메룬의 울림픽 축구 예선경기가 열린 친황다오 경기장 주변에는 가난한 마을을 가린 분리벽이 곳곳에 설치 돼 있다. 분리벽 앞에 13세 소녀 원첸첸이 서서 한국 응원단 행렬을 바라보고 있다. ⓒ 박상규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2008.08.08 13:14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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