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여러 나이때의 아이들이 같이 어울려서 웃는 모습은 세상에 부는 산들바람같다.

▲ 영화 포스터 여러 나이때의 아이들이 같이 어울려서 웃는 모습은 세상에 부는 산들바람같다. ⓒ (주)스폰지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 제목처럼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마음을 식혀주는 예쁜 영화네요. 시골 소녀와 도시 소년의 사랑과 성장이야기는 순수한 그들의 모습만큼 잔잔하게 감명을 주네요.
 
영화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할게요. 초, 중학교 모두 합쳐 여섯 명인 분교에 미기타 소요(카호)는 가장 상급생으로 아이들과 도란도란 잘 지내는 책임감 있고 감수성여린 중학교 2학년생이에요.
 
어느 날, 도쿄에서 동갑내기 남학생 오오사와 히로미(오카다 마사키)가 전학을 오게 되죠. 소요는 히로미와 친해지려 하지만 티격태격하게 되고 잘생긴 히로미를 두고 소녀들 사이에 갈등도 있죠. 그래도 둘은 첫사랑에 빠지고 마을 아이들과 가족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커플이 되지만 고등학교 진학을 두고 고민하게 되죠.

 

두 주인공의 깜찍한 모습보다 더 인상 깊은 게 있어 이렇게 글을 써요. 바로, 여러 연령대가 같이 어울리는 모습이죠. 중학생이 초등학생을 돌보고 같이 고민을 나누고 함께 놀러가요. 조금 더 나이가 있으면 자신이 어렸을 때를 떠올리며 모자란 부분을 헤아려서 챙겨주고 어린 친구들은 나이든 형, 누나들의 행동을 보고 배우게 되죠.

 

나이 차를 넘어 서로 만나며 느끼고 배우는 소요(카호 분)와 사치코 분교에서 가장 상급생인 소요는 사치코가 지린 오줌도 치우면서 윗사람의 책임감과 솔선수범을 배우고 자신을 챙겨주는 소요를 보면서 사치코는 고마움을 표현하며 더 나은 행동을 하려고 성장한다.

▲ 나이 차를 넘어 서로 만나며 느끼고 배우는 소요(카호 분)와 사치코 분교에서 가장 상급생인 소요는 사치코가 지린 오줌도 치우면서 윗사람의 책임감과 솔선수범을 배우고 자신을 챙겨주는 소요를 보면서 사치코는 고마움을 표현하며 더 나은 행동을 하려고 성장한다. ⓒ (주)스폰지

 

다양한 나이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은 자라서 큰 경험이 될 거예요. 세상사는 일이 또래와만 사는 게 아니잖아요? 어려서부터 여러 나이의 사람을 만나는 건 특정 시기의 가치관에 함몰되지 않고 여러 생각을 얻는 고마운 선물이 되겠죠. 다른 연령을 지닌 사람을 이해하고 생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요즘 아이들은 어떤가요? 형제 관계도 단조롭고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지요. 학교를 가면 비슷한 또래끼리 숫자다툼에 경쟁을 하게 되죠. 젊은 세대에게 '이기적'이라는 비판을 하는데 젊은 세대는 이기적일 수밖에 없어요. 어릴 적,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본 적이 없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겪은 적이 적으며 누군가를 이해해 본 경험도 없었던 사람은 '자신 밖에' 모르니까요.

 

산소리가 들린다며 귀기울이는 사진 여러 연령대가 어울려 놀러가는 모습은 참 아름답고 보기 좋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한 경험은 어른이 될 때 큰 자산이 된다.

▲ 산소리가 들린다며 귀기울이는 사진 여러 연령대가 어울려 놀러가는 모습은 참 아름답고 보기 좋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한 경험은 어른이 될 때 큰 자산이 된다. ⓒ (주)스폰지

 

또래집단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청소년 시절, 위 아래로 다른 경험과 생각을 지닌 친구들과 접촉하는 일은 그 나이 때의 생각에만 갇히지 않게 해줄 거예요. 청소년 비행도 줄거고요. 나아가 훗날 사회 주도 세력이 되었을 때 다른 세대와 이야기하고 포용할 수 있는 기초가 될 거예요. 이해는 서로에 대한 앎을 바탕으로 다가가려는 의지와 경험에서 비롯되는 거니까요.

 

세상을 이끌어나갈 앞날의 주인공들 젊은 이들은 앞날에 주인공들이다. 지나친 경쟁은 자신 밖에 모르는 젊은이들을 양산하여 소통을 어렵게 하고 소통 의욕도 꺾는다. 한국 사회의 소통 부재는 소통과 접촉을 가르치지 않는 교육 탓이 크다.

▲ 세상을 이끌어나갈 앞날의 주인공들 젊은 이들은 앞날에 주인공들이다. 지나친 경쟁은 자신 밖에 모르는 젊은이들을 양산하여 소통을 어렵게 하고 소통 의욕도 꺾는다. 한국 사회의 소통 부재는 소통과 접촉을 가르치지 않는 교육 탓이 크다. ⓒ (주)스폰지

그래서 교육이 중요한 거예요. 이러한 상상을 해보네요. 일주일에 한 번은 초중고 결연을 맺은 학교에서 고등학생, 중학생, 초등학생이 어울려 선생님들의 지원을 받아 몸으로 느끼며 어울리는 거죠.

 

이른바 나이를 넘어 이해하는 교육. 서로 돕고 배우는 귀한 시간이 되겠죠. 사람을 만나고 다른 생각들을 골고루 접촉하고 넓은 세상을 아는 것만큼 중요한 공부는 없으니까요. 어려서부터 이러한 공부를 한다면 세상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겠지요.

 

몇 살 차이만 나도  공감대가 다를 정도로 변화가 빠른 세상이에요. 하물며 세대가 다른 사람끼리 서로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어른 세대는 학원에 시달리는 자녀, 방문 닫고 컴퓨터만 하는 아이, 종일 밖에서 뭘 하는지 밤늦게 들어오는 젊은 세대와 얼마나 이야기를 하고 있나요? 거꾸로 늘 자식 걱정에 웃고 우는 어머니, 일에 지친 아버지에게 자식들은 얼마나 먼저 다가가나요?

 

현재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세대 사이 소통 부재는 한국 사회에 커다란 짐이에요. 이해라는 게 말처럼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잖아요. 지역 공동체의 해체를 겪으며 젊은 세대는 겪지 못했던 '여러 세대가 어울리는 동네 문화', 교육 공동체로 경험을 하며 함께 하는 세상을 제안해요.

 

연령을 기초로 한 서열을 재학습하고 연령에 따른 강압적인 역할 분배를 하지 않는다면 폭 넓은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나는 건 자연스럽게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이해의 눈을 틔울 거예요. 또래와 경쟁을 넘어선 만남을 통한 이해와 배움이 교육 현실에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한국 사회네요.

 

등하교길에 같이 이야기 나누는 아이들 MBC 느낌표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등교길 아이들 표정을 나라마다 비교한 적이 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어떤 얼굴로 학교를 가는가?

▲ 등하교길에 같이 이야기 나누는 아이들 MBC 느낌표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등교길 아이들 표정을 나라마다 비교한 적이 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어떤 얼굴로 학교를 가는가? ⓒ (주)스폰지

2008.08.05 09:09 ⓒ 2008 OhmyNews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소통 교육 이기적인 젊은 세대 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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